'축구장 530개 면적' 산림 태운 강릉 산불…빠르게 진화했던 이유는

불길 2시간 만에 '소방대응 3단계' 발령, 8시간만에 진화

'잦아든 바람에 헬기 투입‧단비‧지형특성' 덕분

 

강풍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던 강원 강릉 대형산불의 주불이 11일 오후 4시30분께 진압됐다.


강원도와 산림‧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2분쯤 강릉 난곡동 일원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번 산불은 강풍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을 단락시켰고, 그 결과 전기 불꽃이 발생해 산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풍 타고 민가 덮친 화마…소방청 “소방대응 3단계 발령”

소방청은 화재 발생 2시간 만에 소방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최고 수위 대응에 나섰다. 그만큼 불이 빠르게 번졌기 때문이다. 당시 불이 난 지점 인근 민가 10여채 중 4채로 불길이 옮겨 붙었다.

이에 강릉시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해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당시 현장에는 순간최대풍속 초속 30m의 강풍이 불어 헬기 투입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진화헬기는 투입되지 못했고, 불길이 민가와 펜션 등으로 확산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강풍을 동반한 강릉 산불이 3시간째 확산되면서 관련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오전 11시30분 기준 산불 영향구역은 산림 약 99㏊에 달했다. 산불로 인한 시설피해는 주택 4동, 펜션 1동 등 총 5동이 소실됐다. 대피 주민은 91명으로 늘었다.

이후 불과 30분 만인 낮 12시. 산불로 인해 주택 19채가 소실됐고, 80가구 152명이 대피했다. 불이 난지 3시간이 넘었지만 진화율 조차 집계되지 않았고, 산불진화헬기 10여대는 강풍에 뜨지 못하고 인근에서 대기만 했다. 산불은 태풍급의 강한 바람을 타고 경포해변까지 덮쳤다.

11일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산불이 발생, 강풍으로 인해 민가 등으로 불길이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 잉케 제공) 2023.4.11/뉴스1

◇오후 들어 산불 진화 속도…‘진화율 10%→65%→88%→100%’

오후 1시20분쯤 산림당국은 특수진화대원 등 진화인력을 1299명까지 늘렸고, 장비도 111대를 현장에 투입해 강풍 속에 진화작업을 펼쳤다. 5시간의 사투 끝에 산불 진화율은 10%로 집계됐다.

대피인원도 계속해서 늘어났다. 이때까지 147가구 303명의 주민이 강릉 아레나와 사천중, 초당초교 등으로 각각 대피했다.

이와함께 호텔 등에서 대피한 관광객도 708명에 달했다.

강풍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진 강릉 산불의 진화율은 오후 2시40분 65%로, 3시30분 88%(산불 영향구역 379㏊)로 바짝 끌어올려 일몰 전 주불 진화를 목표로 할 수 있게 됐다.

전체 화선 8.8㎞ 중 7.7㎞에 대한 진화가 완료된 것이다. 당시 잔여 화선은 1.1㎞였다.

11일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서 산불이 발생, 강풍으로 인해 민가 등으로 불길이 확산되고 있다. (트위터 잉케 제공) 2023.4.11/뉴스1

◇우려보다 빠른 진화…잦아든 바람에 헬기 투입‧단비‧지형특성

우려보다 빠른 진화가 이뤄진 것은 3가지 요인 때문이다. 우선 오후들어 바람이 잦아든 점, 이에 맞춰 대형헬기를 투입한 점,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형이다.

오후 2시30분부터 평균풍속이 초속 12m, 순간풍속이 19m로 바람이 잦아들면서 초대형 헬기 등 진화헬기 4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이후 기상이 악화되면서 헬기는 철수, 산불 현장에는 다시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러나 이때 강릉지역에 소나기가 퍼부으면서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을 줬다.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강릉지역에는 빗방울이 떨어졌고, 한시간 뒤에는 비가 점차 강하게 내리면서 3.2㎜(오후 4시10분 기준)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오후 4시30분. 강릉 대형산불의 주불이 8시간 만에 진압됐다. 이날 산불현장에는 2764명의 대규모 진화인력과 396대의 장비가 투입돼 진화작업을 펼쳤다.

소방당국이 오후 6시를 기해 야간 진화 체제로 전환해 2700여명 진화인력을 투입, 잔불 진화와 뒷불 감시에 나선 상태다.을 투입해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에 나선 상태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주불은 진화됐지만 주택 등 72동 피해 주민들이 당장 돌아갈 곳이 없다”며 “이 분들에 대한 숙박시설 같은 대책. 구호 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 산불 진화에 온 몸을 던져주신 진화대원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11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 한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해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소방청 제공) 2023.4.11/뉴스1

◇1명 사망·산림 379㏊ 잿더미‧시설물 100여곳 피해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 530개에 이르는 산림 379㏊가 잿더미가 됐다. 산불로 전소된 안현동의 한 주택에서는 거주자인 88세 남성이 숨진채 발견됐다.

주택, 펜션 등 총 100곳이 넘는 시설물이 소실되거나 부분 소실됐다. 안전을 위해 불이 난 지점 인근 마을 주민 557명이 강릉 아이스아레나, 사천중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대피 과정에서 주민 1명이 2도 화상을 입었고, 진화작업에 나선 소방대원 2명이 안구 불티, 가슴 2도 화상을 입었다.

강원도는 이번 산불로 11명(가스흡입 10명‧골절 1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이번 산불의 영향과 영동지역 강풍으로 휴업과 단축수업에 들어간 동해안 학교가 20곳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문화재 피해도 있었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50호 방해정(放海亭) 일부가 소실되고 경포호 주변에 있는 작은 정자인 상영정(觴詠亭)이 전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산불 원인은…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전선 끊어 화재 발생 추정

이번 산불은 강풍으로 인한 ‘전선 단락’이 원인으로 좁혀지고 있다.

산림당국에 따르면 이날 국립산립과학원과 한국산불방지기술협회는 산불 현장을 찾아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곳을 조사했다.

조사단은 강풍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을 단락시켰고, 그 결과 전기 불꽃이 발생해 산불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단락 전선과 발화 지점이 일치하는 데다 지역 주민도 비슷한 시간에 정전이 됐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단락된 전선을 증거물로 수거하고, 산불 현장의 보존을 위해 출입금지 조치를 취했다.

당국은 산불 원인과 산불 피해 현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원인 제공자를 산림보호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물을 계획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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