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30분’ 텔레그램으로 구하는 마약…3500명 대화방에 마약사용 후기까지

 

텔레그램 마약방 운영자 “울산서 거래 바로 가능”
울산경찰청, 텔레그램 등 경로 모니터링 강화

 

지난 9일 일요일 밤 8시 30분께 구글 검색 엔진을 통해 ‘울산 브액(합성 대마의 일종)’을 검색했다. 검색 결과 창에는 ‘울산 브액 파는 곳’ ‘울산 떨액 팝니다’ 등 각종 마약 판매 문구와 익명 채팅앱 텔레그램 아이디 다수가 노출됐다. 소위 ‘텔레그램 마약방’을 운영하는 계정 아이디다.

검색 결과에 노출된 계정 중 두 개 계정에 텔레그램 비밀대화를 신청했다.

A 계정은 프로필 사진을 유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회사 로고 이미지로 설정해 놓은 탓에 언뜻 OTT 관련 계정처럼 보였다. 9일 밤 8시 36분 “브액 구할 수 있느냐”고 묻자 “지역이 어디시냐”는 질문이 돌아왔다. “울산이다”고 대답했고 대화를 시작한 지 39분 만인 오후 9시 15분 “삼산(울산 최대 번화가) 좌표 가능하다. 결제 확인 후 바로 좌표 드린다”는 답변이 왔다.

‘좌표’란 각지에 몰래 마약을 숨겨둔 장소를 일컫는 말이다. 구매자가 돈을 입금하면, 판매자는 주문받은 마약을 좌표에 놓아두고 구매자에게 좌표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마약을 거래하는 이른바 ‘던지기’가 울산 중심가에도 침투했음을 보여준다.

B 계정도 대화를 시작한 지 23분 뒤인 오후 9시 7분 “울진이면 바로 좌표를 알려줄 수 있는데 울산이면 좌표 생성하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대답했다.

인터넷 검색부터 텔레그램 비밀대화, 이어 “울산에서 마약을 구할 수 있다”는 대답을 듣기까지 어느 판매자 계정이든 30분 정도면 충분했다. 특히 30분 정도 대화가 끊어지자 B 계정은 “다른 업체를 이용하는 거라면 대화를 삭제하겠다”며 실제로 대화방을 삭제하면서 보안에 신경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9일 밤 ‘텔레그램 마약방’을 운영하는 계정에 “브액을 구할 수 있느냐”고 묻자 39분 뒤 “삼산 좌표 가능하다. 결제 확인 후 바로 좌표 드린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023.4.9 / 뉴스1 © News1 임수정 기자


A, B 두 계정은 모두 별도의 ‘공지 대화방’과 ‘후기 대화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A 계정이 운영하는 공지 대화방 참여자 수는 3500여명으로 판매 마약 종류와 가격, 구매 가능 지역뿐만 아니라 신종 마약에 대한 소개, 마약 품질 확인 방법 등도 공유됐다. 이 대화방에서 지역별 마약 운반책인 ‘드라퍼’ 구인 글도 볼 수 있었는데 ‘월 1000만원+a 고수익 보장’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B 계정이 운영하는 후기 대화방에는 구매자들이 직접 찍어서 공유한 것으로 보이는 마약 사진과 “어제 산 마약하고 우주 다녀왔다” “샷(투약)하자마자 혈관을 싹 타고 온다” 등 자극적인 후기 글을 쉽게 볼 수 있었다. B 계정의 후기 대화방에는 590여명이 참여하고 있었다.

마약 문제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울산 마약류 범죄도 해마다 늘고 있다.

울산경찰청이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유흥가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마약류 범죄에 대해 강력 수사를 벌인 결과, 검거한 마약류 사범은 9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2% 늘었다. 지난 한 해 울산의 마약류 검거 인원은 총 220명으로 전년보다 66.7%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울산경찰청은 텔레그램 마약방 등으로 마약류 범죄가 복잡다단해지는 상황에서 단속 기간 연장을 비롯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인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난해 3~5월 3개월간 진행한 마약류 범죄 특별 단속 기간을 올해는 3~7월로 2개월 더 늘렸다. 또 마약 운반책 등 관련자 검거를 위해 텔레그램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통 경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오늘날 마약류 범죄는 특정 지역에 제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타지역과 연결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때문에 마약 관련 범죄자 검거를 위해 전국적인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