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된 조국에서 다시…" 황기환 지사, 순국 100년 만에 고국 품으로

박민식 보훈처장, 인천공항서 직접 영접… 대전현충원서 영면

 

"독립된 조국에서 다시 봅시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고애신(김태리 분)의 마지막 대사가 마침내 실현됐다. 드라마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 분)의 실존 인물로 알려진 황기환 애국지사의 유해가 순국 100년 만에 국내로 봉환된 것이다.

10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전날 대한항공 KE086편으로 미국 뉴욕을 출발한 황 지사 유해가 이날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황 지사는 일제강점기에 대한민국임시정부 외교관으로서 국외에서 활동하다 1923년 뉴욕에서 숨을 거뒀다.

이날 황 지사 유해 영접은 국기에 대한 경례, 유해 하기(下機), 운구, 분향, 건국훈장 헌정 순으로 진행됐으며, 박민식 보훈처장이 인천공항 계류장에서 황 지사 유해를 직접 영접하면서 정부가 1995년 황 지사에게 추서한 건국훈장 애국장을 헌정했다.

하기된 황 지사 유해가 분향 제단까지 운구되는 과정에선 '미스터 션샤인' 삽입곡 중 조국 광복에 대한 그리움과 소망의 의미를 담은 '좋은 날' 트럼펫 연주곡이 울렸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주기장에서 열린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 영접행사에 참석, 건국훈장을 헌정하고 있다. 2023.4.10/뉴스1 © News1 공항사진기자단


박 처장은 "황 지사가 100년 만에, 드디어 오늘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독립을 위해 분투한 지사님의 생애를 생각해보면 100년이란 시간이 참으로 송구스럽다"며 "이젠 세계로 웅비하는 당당한 조국의 품 안에서 영면하시길…"이라고 말했다.

이날 황 지사 유해 영접엔 이종찬 우당교육문화재단 이사장(이회영 선생 손자), 김미 백범김구재단 이사장(김구 선생 손녀),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윤봉길 의사 손녀), 김을동 전 의원(김좌진 장군 손녀), 안기영 여사(안중근 의사 재종손) 등도 함께했다.

황 지사의 유해는 이날 영접 행사 뒤 국립대전현충원으로 봉송된다. 대전현충원에선 오후 2시부터 황 지사 유해 봉환식과 안장식이 잇달아 진행된다. 황 지사 유해는 대전현충원 내 독립유공자 제7묘역에 안장된다.

황 지사는 1886년 평안남도 순천 출신으로 1904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제1차 세계대전 땐 미군에 자원입대해 유럽 전선에서 참전했다.

1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주기장에서 열린 황기환 애국지사 유해 영접행사 중 국방부 의장대가 유해를 봉송하고 있다. 2023.4.10/뉴스1 © News1 공항사진기자단


황 지사는 1차 대전 종전 뒤 1919년부턴 임정 외교관으로서 프랑스와 영국, 미국 등을 오가며 국제사회에 조국 독립의 당위성을 알리는 활동을 했다. 1923년 4월17일 뉴욕에서 심장병으로 숨을 거둔 황 지사 유해는 그동안 현지 마운트 올리벳 공동묘지에 묻혀 있었다.

그러던 중 2008년 뉴욕한인교회의 장철우 목사가 황 지사 묘소를 발견했고, 이후 보훈처와 주뉴욕총영사관 등의 노력 끝에 순국 100년이 된 올해 유해 봉환이 이뤄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보훈처는 후손이 없어 그동안 '무적'(無籍)으로 남아 있던 황 지사의 가족관계 등록부도 최근 창설했다.

보훈처는 이희경·나용균 선생 등 다른 임정 외교관 2명과 함께 황 지사를 '2023년 4월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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