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살인' 코인 발행사 "외부업체 통해 운영"…전국 영업 버젓이

서울 강남구에서 벌어진 납치·살인 사건 피의자 이모(35)씨와 피해자가 가상자산(암호화폐) '퓨리에버'(PURE) 코인을 통해 인연을 맺은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정작 코인 발행사는 내부 전담 인력 없이 외부 코인 마케팅 업체를 통해서만 모든 사업을 진행해왔다는 내부 관계자의 증언이 나왔다. 

통상 코인 마케팅 업체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마켓메이킹(MM) 및 다단계식 판매로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 과정에서 원한 관계가 맺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문제의 'P코인', 사내 인력 없이 '외부 업체' 통해서만 운영

4일 코인 발행사인 U사에서 근무했던 관계자는 <뉴스1>에 "사내에서 코인과 관련한 논의는 일절 없었고, 코인 사업은 의장(대표)만 관여했다"면서 "의장도 사업을 온전히 외부 코인 마케팅 업체에 맡겨서 진행했고 사내에 관련 인력은 없었다"고  말했다. 

퓨리에버 코인을 발행한 U사는 미세먼지 측정기를 개발하는 업체로, 퓨리에버 코인은 해당 측정기와 연동된 블록체인 기반 공기 질 관리 플랫폼에서 쓰이는 코인이다.

하지만 U사 직원들 중 코인 사업을 위해 근무한 직원은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기준 U사에서 근무한 직원은 6명 정도였으나, 이들 모두 미세먼지 측정기 등 U사에서 개발하는 기기를 납품하는 데만 주력했다는 증언이다. 영업 인력도 기기를 납품하기 위한 인력이지, 코인 판매를 위한 영업 인력은 아니었다고 관계자 측은 설명했다. 

정작 발행사에는 코인 관련 영업 인력이 없었지만 실제 투자 시장에서 코인 판매를 위한 영업은 존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 사건 피의자인 이모 씨도 퓨리에버 코인 영업을 했던 피해자로부터 코인을 구매한 후 손실을 입어 범행에 연루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실제로 유튜브에는 '퓨리에버 전국 영업자 워크숍'이라는 영상이 올라와있다. 외부 코인 마케팅 업체를 통해 코인 판매 영업을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코인 마케팅 업체는 거래량 부풀리기나 시세조작을 의미하는 마켓메이킹(MM)에 주력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코인 시세 추이에서도 드러난다. 

퓨리에버 코인은 코인원에 신규 상장됐던 2020년 11월 13일 2700원대였지만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2020년 12월 21일 1만1600원대 가격을 기록했다. 한 달만에 4배 넘게 오른 것이다.  

당시 시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른바 '호재'는 빗썸글로벌 상장뿐이었다. 빗썸글로벌은 지난 2021년 빗썸 브랜드 사용을 중단한 거래소로, 2020년 말 당시에도 대형 거래소가 아니었다. 당시 빗썸 브랜드를 사용하던 빗썸 글로벌과 빗썸 싱가포르 두 곳의 하루 거래량을 합쳐도 국내 빗썸의 하루 거래량에 미치지 못했다. 대형 거래소도 아닌 중소형 거래소 상장으로 가격이 4배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시세조작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블록체인 개발 인력 없이 '1만1600원→7원'…코인원은 계속 거래 지원

유튜브 영상에서는 U사 대표가 직접 나와 퓨리에버 코인이 쓰이는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에 대해 소개한다. 가상자산은 해당 코인을 쓸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존재해야 최소한의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거래소들도 코인이 쓰일 블록체인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둬 상장 시 '기술 역량'을 체크한다. 

그러나 U사에는 이를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이 부재했다. U사 대표가 직접 영업 워크숍에 나와 블록체인 플랫폼을 홍보했음에도 실제 이를 개발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된다. 외주로 개발을 맡길 수 있는 블록체인 개발 업체도 존재하나, 외주 업체만으로 코인 사업을 영위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코인 가격에 그대로 반영됐다. 가상자산 공시 사이트 쟁글에 따르면 퓨리에버 가격은 2020년 12월 21일 1만1600원대에 거래됐으나 현재는 7원이다.

가상자산 하락장을 의미하는 '크립토 겨울'임을 감안해도, '테라 사태' 같은 사건사고가 아닌 이상  퓨리에버처럼 가격이 99% 이상 폭락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코인이 활발히 쓰일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 인력도 마땅히 없으니 코인 자체가 '휴지조각'이 돼버리는 경우다. 

기술 역량이 없음에도 마케팅은 활발했다. 퓨리에버 코인은 불과 지난달까지도 쟁글에 주기적으로 공시를 올리며 사업을 이어가고 있음을 증명하려 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코인원도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개발 인력은 물론, 코인 사업 인력이 단 한 명도 없는 프로젝트 거래 지원을 계속 유지했다는 점에서다. 코인원은 지난달 초 프로젝트 외부평가 리포트를 제출하지 않았음을 근거로 P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했으나 해제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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