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면 감옥에서 월급 받아도 되나"…한국타이어 주주들 화났다

정기 주총장 입장 전부터 고성 오가…'경영진 총사퇴' 촉구
사측 "조 회장, 법적 판단 더 기다려봐야"…이사 보수한도 70억 증액 등 의결

 

조현범(51)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161390) 회장이 구속기소된 지 이틀 뒤인 29일 열린 한국타이어 정기 주주총회에선 경영 공백을 우려하는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주주들은 주총에서 오너의 일탈에 대한 경영진 전체 책임론을 제기하며 '경영진 총사퇴'를 요구했고, 사측은 재판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이날 주총이 시작되기 전부터 경기 성남시 한국타이어 본사 앞은 큰 혼잡이 벌어졌다. 조 회장의 구속기소로 인한 리더십 공백을 우려하는 주주들이 몰려들면서다. 한국타이어 노동조합 조합원 등 주주들은 '반복된 오너리스크와 부실경영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며 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총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한국타이어는 경쟁사보다 높은 매출, 막대한 영업이익으로 압도적 위치를 선점하고 있지만 기업의 경영승계 과정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과 오너일가의 범죄행위로 인해 기업의 가치가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을 사유화하고 전횡을 일삼은 오너일가는 경영일선에서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오너일가의 전횡을 막지 못했던 경영진과 임원들의 책임을 명백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한국타이어지회 조합원들이 29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에서 열린 한국타이어 주주총회 대응 기자회견에서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 이사진의 사퇴와 대전공장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2023.3.2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후 주총장 입장을 두고 사측과 날선 신경전을 벌였다. 오전 9시에 시작하는 주총을 20여분 앞두고 사측이 "주총장에 자리가 많지 않다"며 소수 인원만 입장할 것을 요구했고 노조 측은 이를 거부하며 팽팽히 맞섰다. 

입장이 가로막힌 금속노조 소속 60대 주주는 "입장을 막는 건 주주 의결권 위반이다. 한국타이어가 법을 위반하는 거냐"라며 "계속 이러면 고소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50대 남성 주주는 주총을 10분 앞두고도 입장이 이뤄지지 않자 "황당하다. 들어가지도 못하게 하는 게 어디 있느냐"고 했다.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주총은 약 2시간 뒤 종료됐다. 주총장에선 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사퇴를 요구하는 주주들과 신중론을 내세운 사측의 대립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주주는 주총이 끝난 뒤 "일부 주주들이 공식적으로 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사측은 답변을 회피했다"고 전했다. 사측은 경영진 총사퇴 요구에 대해 "조 회장이 이제 막 기소됐으니 법적 판단을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주주들은 이날 주총장에서 감사위원장이 조 회장과 경영진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조 회장이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임원진을 견제할 의무가 있는 감사위원장이 자체 조사는 하지도 않고 이들을 비호하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주는 주총이 끝난 뒤 "이 상태로 가면 조 회장은 감옥에 가서도 월급은 물론 인센티브까지 받게 된다"며 "이게 말이 되나. 스스로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타이어는 이날 이사 보수한도를 70억원으로 증액하는 안을 상정했는데, 일부 주주들의 반대가 극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리더십 공백으로 인한 회사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증액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이사 보수한도는 50억원이었다.

그러나 일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날 주총에선 이사 보수한도를 70억으로 증액하는 안이 의결됐다. 이 외에도 주당 현금배당 800원 안이 통과됐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도 원안대로 의결됐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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