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원 주고 소주 사왔어요"…고물가에 소주 콜키지 프리 식당까지

"10년전으로 돌아간 기분"…서울 시내 곳곳 술값 저렴한 식당 인기

 

"요즘 웬만한 식당에서 소주 마시려면 1병에 5000원 이상이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식당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의 한 콜키지 프리(가져간 술 무료) 순댓국밥집에서 만난 한 30대 직장인의 말이다. 물가가 상승하면서 함께 오른 술값에 콜키지 프리 식당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오후에 반주…퇴근길 한잔 2000원의 행복

29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모 브랜드의 소주 1병(360ml)의 편의점 판매 가격은 1950원이다. 뉴스1이 취재한 서울 주요 지역 밥집의 소주 가격은 1병에 5000~8000원이었다.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 먹는 가격보다 최소 2.5배, 최대 4배 이상을 지불해야 식당에서 소주 1병을 먹을 수 있는 셈이다. 애주가들이 소주 콜키지 프리 식당에 환호하는 이유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을지로 인근의 한 콜키지 프리 순댓국밥집에서 만난 시민은 "오후 일찍 퇴근할 때나 가끔씩 저녁때 술 한잔을 하려 할 때 이곳을 찾는다"며 "테이블당 주종에 관계없이 1병을 가져 와서 먹게 해 줘서 좋다"며 웃었다.

순대국밥집 직원은 "메뉴(순댓국밥, 육회 등등) 특성상 와인이나 위스키에 어울리는 안주는 아니다"라면서도 "저녁 시간에 생일이나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4~5명 단위로 식당에 와서 와인이나 위스키 등을 나눠 마시는 팀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초년생인 20대 김모씨는 "강남역 쪽에는 소주 1병에 최대 8000원까지 받는 걸 보고 놀랐다”며 "퇴근 후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서 집에서 배달음식과 함께 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식당(소주 콜키지 가능 식당)이 우리 동네에도 생기면 자주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국밥에 반주를 즐기는 30대 이모씨도 "간단하게 혼자 술을 마시려 해도 강남에서는 국밥 한그릇에 소주 1병이면 2만원돈이 나왔는데 이곳에서는 1만원대가 나왔다"며 "혼술을 먹는 사람뿐만 아니라 와인이나 위스키를 먹는 소수의 사람들이 찾아도 좋을 거 같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한 해장국집 모습.2023.3.27/뉴스1 김동규 기자© news1


◇인기 만점 콜키지 프리 식당…일각서는 "아쉽다"

콜키지 프리 식당의 외연이 순댓국밥, 삼겹살집, 냉면집 등으로 넓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콜키지 프리 식당은 와인이나 위스키 등 상대적으로 소주보다 가격이 높은 술을 파는 식당 위주로 구성돼 있다. 연인이나 가족끼리 분위기를 내는 데 술값이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주머니 사정이 얇은 사람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서울 용산역, 마포역 인근 등에서 돼지갈비를 전문으로 파는 한 식당은 요즘 세대를 불문하고 인기를 끌고 있다. 고기의 맛도 맛이지만 이곳은 와인이나, 위스키 등의 술에 대해서는 무제한 콜키지 프리 이벤트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8일 오후 용산역 인근의 이 식당을 방문한 한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지인들끼리 먼저 왔다가 회사 동료들과도 회식 자리로 이곳을 자꾸 오게 된다"며 "고기 맛도 좋지만 무제한 콜키지 프리가 더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김모씨도 "소주 콜키지 프리가 안 돼서 아쉽지만 어디 가서 와인이랑 돼지갈비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겠냐"며 "분위기 내면서 고기 먹을 때 이곳을 계속 찾는다"고 밝혔다.

40대 직장인 박모씨는 "난 원래 주종을 섞어 먹는 거를 안 좋아해서 고기 먹을 때 소주를 주로 먹는데 웬만한 식당에서는 와인이나 위스키만 콜키지 프리를 하고 소주는 제외해 매우 아쉽다"며 "하고 있는 일의 업황이 좋지 않아서 비싼 술을 콜키지 프리 하기보다는 소주 콜키지 프리를 하는 식당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3000원 이하 소주 식당도 입소문

콜키지 프리 식당이 아니더라도 저렴한 술값으로 손님들에게 이목을 끄는 식당도 있다. 3000원 이하의 소주 가격으로 술값 부담을 덜어주는 곳이다.

서울 곳곳에서 해장국밥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D식당은 다음달 말까지 특정 소주 가격을 3000원으로 정했다. 원래 가격은 5000원이었는데 40% 할인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 식당을 지난 27일 저녁 지인과 함께 찾은 40대 남성 김모씨는 "거의 10년 전 가격이랑 비슷한 느낌"이라며 "친한 사람들과 저녁자리에서 술값 부담이 최근 크게 느껴졌는데 이 식당은 이런 이벤트를 해 걱정 없이 술을 마실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홀로 모듬전을 시켜서 먹던 50대 남성도 "집이 아니라 바깥 식당에서 소주를 이 가격에 먹을 수 있어서 좋고, 지인들과도 오지만 가끔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혼술하는 것도 좋다"고 웃었다.

서울 종각의 한 식당은 소주와 맥주가 모두 3000원 이하다. 안주 가격도 메뉴당 2만원이 안돼 주머니 사정이 얇은 직장인들의 저녁 자리로 인기가 많다.

이 식당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이모씨는 "솔직히 대학교 때 이후로 소주 한병이 2000원대인 게 말이 되냐"며 "근처 직장에 다니는 친한 친구들 5~6명이서 저녁자리를 해도 10만원 이하로 나와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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