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범죄자들]㊤도망자 10명중 4명 '거리 활보'…'행불' 범죄자 급증

#1. 형사재판을 받던 A씨는 무거운 형이 예상되자 앞으로 공판에 나가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A씨가 수차례 공판기일에 불참하자, A씨의 재판은 궐석재판으로 진행됐고 법원은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씨의 현재 소재는 불명이다. 자유형 미집행자를 찾을 책임은 검찰에 있다. 이 상황에서 검찰은 A씨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을까? 

#2. 검찰은 A씨의 사진을 들고 A씨의 연고지를 돌아다니며 수소문한 끝에 검거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A씨의 형량은 늘어날까? 


상식적인 정답은 '예'지만 현실에서는 '아니오'가 정답이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을 수도 없고 A씨의 형은 그대로 3년이 유지된다.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되기 전 도주하는 이른바 '자유형 미집행자'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원래대로라면 감옥에 있어야 할 범죄자 수천명이 자유롭게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10명중 6명만 검거되고 나머지 4명은 어디선가 숨어지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도주한 피고인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매년 도주자는 늘어나는 반면, 검찰의 검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데 있다. 자유형 미집행자가 갈수록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한민국의 사법시스템이 범죄자에게 형을 선고하는 데까지만 집중돼 있고 정작 집행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최근 8년간 자유형 미집행자 70% 급증, 법 집행 '구멍'

28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자유형 미집행 발생건수는 2014년 3472건에서 지난해 5912건으로 8년새 70% 넘게 늘었다.

2014년 3472건이었던 자유형 미집행자 수는 2015년 3881건, 2016년 4193건, 2017년 4593건으로 늘었다. 2018년 4458건, 2019년 4413건으로 소폭 즐었던 미집행 건수는 2020년 4548건으로 다시 상승세를 타 2021년에는 5340건, 2022년에는 5912건으로 늘었다.

도피장소는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았다. 지난 8년간 국내 도피는 물론 해외 도피의 규모도 커졌다.

국내로 도피했으나 검거하지 못한 자유형 미집행자수는 2014년 655명에서 2016년 688명, 2017년 801명으로 늘었다. 2018년과 2019년에 각 796명, 772명으로 줄었으나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1147건으로 급격히 늘었고, 2021년 1457건, 2022년 1337건으로 1000명대를 넘기고 있다.

해외로 도피해 검거하지 못한 자유형 미집행자의 숫자는 상승세가 더 가파르다. 2014년 330명에 그쳤던 미검거 국외도피자는 2015년 400명, 2016년 498명, 2017년 562명으로 늘었다. 이후 2018년 644명, 2019년 698명, 2020년 815명, 2021년 884명으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928명까지 늘어났다.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2012.11.20/뉴스1


◇ 해외 도피 급증…도망가면 10명중 4명 못 잡아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이 대표적인 자유형 미집행자의 해외 도피사례다.

선 전 회장은 2005년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인수기업인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AEP)가 인수자금을 대출받는 데 하이마트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회사에 2408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2012년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신고 자본거래로 인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일부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선 전 회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베벌리힐스 고급주택의 증여세 8억원을 포탈한 혐의 등 다른 혐의도 일부 유죄로 판단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0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020년 대법원은 선 전 회장의 배임 혐의를 유죄로 봐야 한다며 사건을 2심 법원으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인수합병(M&A) 관련 배임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2021년 8월18일 선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과 벌금 300억원, 추징금 2억3700여만원을 명령했다. 다만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선 전 회장은 재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5년에 벌금 30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러나 선 전 회장의 형 집행은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선 전 회장이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다음날인 2021년 8월19일 해외로 출국해 현재까지 입국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선 전 회장의 대법원 판결 이후 집행을 위해 소재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선 전 회장이 해외 체류 중인 사실을 확인, 여권을 무효화 조치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령을 요청했다. 

이같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도주하는 범죄자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집행률은 반대로 하락세다.

2014년 접수된 자유행 미집행 사건 3472건 중 처리된 사건은 2394건으로, 집행률은 69%였다. 2015년에는 3881건 중 2775건이 처리돼 집행률이 71.5%로 소폭 올랐다. 하지만 2016년 69.6%, 2017년 68.4%, 2018년 65.6%, 2019년 64.5%로 떨어졌다.

2020년 집행률은 54.6%에 불과해 절반 정도만 집행에 성공했고, 2021년에는 53.1%로 더 하락했다. 지난해 집행률은 58.3%로 다소 올랐으나, 아직 60%대도 회복하지 못했다.

검찰은 검거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자유형 미집행자 발생을 억제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도주 기간이 오래되면 도저히 추적이 불가능한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불출석 피고인 검거 업무를 강화해 자유형 미집행자 발생 자체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