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여친과 관계 들통…도망가다 직장동료까지 살해한 50대

징역 20년 불복해 대법원까지…法 "피해자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

 

"경찰이 불법체류자들 단속하러 나왔어. 지금 도망가자."


2017년 11월의 이른 아침. 작업반장 김모씨(56)의 다급한 목소리가 태국인 츄모씨(당시 29·여)를 단잠에서 깨웠다.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던 츄씨는 경기 안성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 제조 회사에서 10년 동안 일했다. 김씨와는 한 달 전부터 출퇴근 카풀(승차공유)을 하며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였다.


경찰에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까 겁이 난 츄씨는 김씨 말이 사실인지 의심할 새도 없이 황급히 숙소를 빠져나와 그의 차에 올랐다. 앞으로 14시간 동안 자신에게 닥칠 납치, 폭행, 살인 사건은 까맣게 모르는 채였다.


경찰이 단속을 나왔다는 김씨 말은 거짓말이었다. 김씨는 나흘 전 아들의 애인 소모양(18·여)과 지속해서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가족들에게 들통나자 회사를 그만두고 츄씨와 달아나기로 맘먹었다. 


김씨는 츄씨를 태운 채 포항, 영덕, 울진, 삼척, 봉화, 영양을 오갔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츄씨가 "배가 아프다"며 차를 세운 후 도망치려 했지만 돌아온 건 폭행이었다.


츄씨는 격렬하게 저항했다. 발로 운전석 의자와 문을 걷어찼다. 운전석 목 받침대를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어도 봤다. 내려달라고 소리쳐봐도 도로 위엔 듣는 이가 없었다.


츄씨의 저항에 김씨가 결국 차를 세웠다. 틈을 타 츄씨가 공터로 도망을 쳤지만 이내 뒤쫓아온 김씨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격분한 김씨는 주변에 있던 돌을 집어 들고 츄씨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츄씨는 결국 다발성 뇌 손상으로 숨을 거뒀다.


1심 재판부는 "폭행이 광범위하고 무차별적이었으며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 유명을 달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 유족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충격과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피고인은 유족들을 위해 어떠한 보상도 하지 않았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김씨는 판결에 불복해 2심과 3심 재판까지 받았다. 2018년 11월 대법원은 김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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