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천원에 뜨끈한 국수 한그릇…고물가시대 가격 역주행

광주 양동시장 '천원국시'…점심시간 손님 장사진
우리밀·국산 식재료 사용…노인일자리 창출·상권 활기

 

"손님들은 단돈 1000원에 맛난 국수 먹으니 좋고, 우리는 일하고 돈 버니까 기쁘고. 여기가 천국이고 행복 그 자체여."

24일 오전 10시 무렵.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 위치한 '천원국시'는 개점 준비를 20여분 남겨두고 무척 분주하다.

희끗희끗 흰 머리 위로 남색 두건을 쓴 노인들이 바로 이곳의 직원들. 면 삶기와 육수 내기, 고명 다듬기, 서빙 등 역할을 분담하고, 제 자리에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이날 첫 출근한 직원은 '설렘', 벌써 근무 3주차에 접어든 직원은 '비장한' 표정이다.

국자를 들고 육수가 담긴 솥을 능숙하게 휘젓던 윤효순씨(70·여)가 "이따 되면 사람이 엄청 북적인다. 재밌기도 한데, 오늘 장사도 잘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떨린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 이 양동시장에서 닭과 오리를 팔았다. 그것에 비하면 국수 만드는 것은 난이도가 쉬운 편"이라며 "더한 어려움도 겪고 힘들게 살던 우리 세대에게 기회가 주어지니 기쁘고 재밌다. 일주일에 두번 일하는데, 집에만 있기 따분하니 더 일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잠시 뒤 첫 손님이 오더니 하나둘 발걸음이 늘어난다. 영업 시작까진 10여분이 남았지만 가게 앞은 벌써 장사진을 이뤘다. 한 손에는 시장바구니, 다른 한 손에는 번호표와 함께 현금 1000원이 쥐어져 있다.

손님들은 "요즘 양동시장하고 물으면 '천원짜리 국수'가 바로 나온다. 우리 사이에서 유행"이라며 "장 보고 국수 먹고 집 가는 게 일과다. 매일 먹어도 안 질린다"고 말했다.

23일 광주 서구 양동전통시장 내 위치한 양동천원국시에서 시민들이 국수를 맛보고 있다. 2023.3.23/뉴스1 © News1 이수민 기자


천원국시는 50세 이상이거나 양동시장 당일 이용 영수증 지참자에게 국수 한 그릇을 1000원에 판매한다. 일반 이용자는 3000원이다.

영업시간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로, 재료 소진 시 조기 마감한다. 지난 6일 개소 이후 매일 오후 1시도 되지 않아 준비한 음식이 다 팔리고 있다.

인기 비결은 싼 가격도 있지만 신선한 재료로부터 나오는 '맛'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면은 광주에서 생산된 100% 우리밀로 빚고, 육수는 멸치와 다시마 등을 우려내 깊은 맛을 더한다. 밑반찬으로 제공되는 김치도 국산이다. 여기에 어르신들의 비결과 연륜이 모여져 맛난 국수가 완성된다.

오전 11시 정각이 되자 손님들이 번호표와 함께 1000원을 내고 국수를 받아든다. 인근에서 온 젊은 은행원들은 두 사람 앞에 만원을 내고 먹기도 한다. "좋은 일이니까, 장사를 오래하실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모처럼 시장이 활기차고 즐거워졌다"는 이유다.

홀로 식사하던 오종명씨(76)는 "따끈한 국수 한그릇 생각나서 와봤다"며 "동네 사람들 소문듣고 왔다. '서구청에서 저렴한 식당을 열었다'고 하더라. 와보니 맛있어서 또 오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고명이 고루 올라간 국수가 1000원이라니 감사할 일"이라며 "내 또래 사람들이 일하면서 재미도 찾고 돈도 벌고, 나도 덕분에 저렴하게 맛난 밥을 먹고 있으니 앞으로도 이런 가게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천원국시는 서구가 광주서구시니어클럽과 함께 노인일자리 창출과 상권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사업이다.

노인일자리 사업 보조금과 수익금 등을 따져 급여를 받는다. 잉여 이익금을 남기지 않고, 수익을 전부 월세와 공과금, 재료, 어르신 인건비에만 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관리자인 이경아 광주서구시니어클럽 주임은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선물하고, 손님들에겐 저렴한 가격에 맛난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며 "기간을 두지 않고 영구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그 만큼 관심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운영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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