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價 '급락'에 불똥 튄 '다주택' 임대사업자…"전셋값 반환도 힘들어요"

 

수도권 빌라 공시가격 전년 대비 6% 하락
전세금 수천만원 내려야 하기도…"대출 규제 풀어달라"

 

# 다주택 임대사업자 김모씨는 소유하고 있는 빌라의 내려간 공시가격을 보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있다. 기존 3억3000만원에 전세를 내놨는데, 내려간 공시가격과 오는 5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반영하면 최대 2억9600만원까지만 전세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3억3000만원에 내놔도 거래가 되는 물건이었지만, 기준 강화에 이른바 '역전세'가 발생해 당장 3400만원이 더 필요하게 됐다.

정부가 지난 22일 발표한 공동주택 공시가격 중 수도권 빌라의 경우 전년 대비 평균 약 6.0% 하락했다. 전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8.61%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하락 폭은 상대적으로 작은 셈이다.

다만 공시가격 하락과 함께 정부가 오는 5월부터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기준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다주택 임대사업자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HUG에 따르면 당초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기준은 전세가율 100%였는데, 이를 90%로 강화하고, 주택가격을 산정할 때 공시가격도 기존 150%에서 140%로 강화한다.

결국 임차인들이 반환보증에 가입하려면 공시가격의 126%(140%의 90%)가 보증보험 가입 금액이 되는 것이다. 임대인들의 가입 조건이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임차인들의 반환보증 가입 기준이 강화돼 임대인들도 결국 임차인들의 기준에 맞게 전세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전세가를 유지해도 거래할 수 있는 매물들을 오는 5월부터 가격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일례로 다주택 임대사업자 김씨의 경우 서울 강북구 수유동 한 빌라를 3억원에 전세를 내놨는데, 공시가가 2억900만원에서 1억9400만원으로 내려가 강화된 반환보증보험 기준에 맞추려면 최대 2억4444만원에 전세를 다시 내놔야 하는 상황이다. 5556만원 만큼 이른바 '역전세'가 발생하는 것이다.

구로구 또 다른 주택의 경우 전세가가 2억3000만원인데, 공시가격이 기존 1억5400만원에서 1억4500만원으로 내려가 추후 전세금은 1억8270만원에 맞춰야 한다. 이 물건도 약 5000만원 역전세가 발생한다.

김씨처럼 당장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당장 큰 걱정은 덜 수 있다. 다만, 수천만원대 목돈을 당장 마련하기 어려운 다른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의 경우 추후 보증금 반환에 큰 어려움을 있을 수 있다.

임차인들을 상대로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대출을 받으려 해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정부가 지난 2일부터 임차보증금 반환목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DSR 규제가 여전히 살아 있어 추가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 사업자대출 역시 RTI가 적용 사실상 보증금 반환목적으로 한 대출이 쉽지 않다.

다주택 임대사업자 지모씨는 "임차인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전세보증금 반환대출을 알아보고 있지만 DSR 규제로 대출은 꿈도 꿀 수 없다"며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겠다는 것도 아닌데, 대출도 못받게 하면 결국 임차인들뿐만 아니라 경매로 넘어가기에 임차인, 임대인, 보증기관 모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7월 정부가 부동산 조치를 통해 임차인 보호를 명목으로 모든 등록임대주택에 임대보증금 보증가입 의무를 확대·소급적용한 점도 영향이 있다. 임대사업자들은 임대 기간 중 임차인의 계약갱신 요청을 거절할 수 없는데, 규제 이전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갖추지 못한 임차인이 계속 갱신을 요구해도 갱신해줄 수밖에 없다.

결국 임대인들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고, 최대 등록 말소까지 당할 수 있다. 그러나 말소를 하려 해도 과태료가 건당 최대 3000만원 부과되기에 말소도 쉽지 않고, 그간 임대사업자로 받은 혜택도 모두 반환해야 해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다. 집을 팔아서라도 전세사기의 오명을 쓰지 않으려해도 뚜렷한 방법이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못하다. 최근 이른바 '빌라왕' 등 전세 사기 여파로 다주택 임대사업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추후 보증금 미반환 규모는 커질 전망이다. 이미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는 지난달 공시가격이 10% 하락할 경우 오는 하반기 만기 빌라 전세계약의 71%가 동일한 전세금으로 전세보증 가입이 불가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실제 공시가격은 6% 하락했으나, 대부분의 전세계약이 기존 보증금을 유지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연구원도 전세 보증금 미반환 주택 비율이 가장 높은 시기를 2024년 상반기로 전망하며, 주택 매매가격이 20% 하락할 경우 보증금 승계 매입 주택 중 약 40%가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있을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11채로 다주택 임대사업자를 유지 중인 김씨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 싸울 일이 아닌데, 정부가 임차인을 보호하겠다며 임대인을 옥죄다 보니 임대인들만 나쁜 사람이 돼 임대인, 임차인 모두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선량한 임대사업자들도 빌라왕 취급을 받다 보니 다 포기하고 싶다는 임대사업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HUG가 신청한 강제경매 건수는 늘고 있다. 통상 HUG는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우선 세입자에게 대위변제한 후 경매를 통해 보증금 일부를 회수한다.

지난 2월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집계한 HUG가 집주인을 상대로 신청한 강제경매 건수는 82건이다. 지난 1월 85건 대비 소폭 줄었으나, 지난해 1월, 2월 각각 35건, 33건인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고금리로 인한 역전세를 모두 전세사기로 치부하는 것은 오히려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여 선의의 피해를 키울 우려가 크다"며 "역전세가 사회적 문제가 됐던 2009년, 2012년 역시 신속히 보증금 반환을 위한 대출을 통해 피해 확산을 방지했던 것처럼 보증기관이 아닌 임대인 스스로가 반환을 책임질 수 있도록 최소한 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정한 대출에 대해 추가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정 기준을 모두 갖추지 못하면 아예 보증금 반환보증을 받지 못하는 구조에서, 자동차보험과 같이 모두가 가입은 가능하되 보증받을 수 있는 금액은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식으로 조정해 임대인 임차인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게 하고, 주거안정의 사각지대를 줄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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