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한일관계, 과거 넘어야 할 때…주60시간 무리란 생각 변함없어"

"배타적 민족주의·반일로 정치적 이득 취하려는 세력 존재"

"근로시간 개편, 확실한 담보책 강구…MZ근로자 의견 수렴"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두고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가 '굴종외교'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역대 최악의 한일관계를 방치하는 것은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 적극 반박했다.

근로시간 개편에 대해서는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권 차원에서 무리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며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놓지 않으면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A4용지 16매, 7800자에 달하는 긴 분량의 모두발언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과 근로시간 개편을 둘러싼 논란을 일일이 되짚고,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성을 설명했다.

◇"한일관계, 이제 과거 넘을 때…반일로 정치적 이득 취하는 세력 존재"

윤 대통령은 먼저 한일관계 방향성을 놓고 가졌던 오랜 생각을 털어놨다.

윤 대통령은 "작년 5월 대통령 취임 이후 존재 자체마저 불투명해져 버린 한일관계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왔다. 마치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며 "그렇지만 손을 놓고 마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날로 치열해지는 미중 전략경쟁, 글로벌 공급망 위기, 북핵 위협의 고도화 등 복합위기 속에서 한일협력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며 "한일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차 세계대전에서 서로 총구를 겨눴던 독일과 프랑스가 전후(戰後) 화해하고 협력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는 한 쪽이 더 얻으면 다른 쪽이 그만큼 더 잃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다. 함께 노력해서 함께 더 많이 얻는 윈-윈(Win-win)관계가 될 수 있다"며 "한일 양국은 자주 만나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고 협력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는 수렁에 빠진 한일관계를 그대로 방치했다"며 한일관계 악화의 책임자로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반일을 외치며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이 엄연히 존재한다"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꼬집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을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가장 가깝게 교류해 온 숙명의 이웃"이라며 "한일관계도 이제 과거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일 정상회담으로 수출규제가 해제되고, 경제협력이 재개된 점 등을 언급하면서 "우리 정부가 이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이 당시 '매국적 외교'라는 극렬한 반대 여론에도 한일 국교 정상화를 관철하고,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일본 총리의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 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한 점을 거론하며 현 정부가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거듭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해법으로 발표한 '제3자 변제안'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는 1965년 국교 정상화 당시의 합의와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동시에 충족하는 절충안"이라며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분들과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사과가 빠졌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일본은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우리에게 과거사 문제에 대해 반성과 사과를 표한 바 있다"면서 "이번 한일 회담에서 일본 정부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비롯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정부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 정부는 각자 자신을 돌아보면서 한일관계의 정상화와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각자 스스로 제거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고 향후 셔틀 외교를 통한 일본의 점진적인 호응 조치를 기대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관계 정상화에 따른 경제·안보 분야의 전방위 협력 강화 효과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외교·경제 당국 간 전략대화를 비롯해서 양국의 공동 이익을 논의하는 정부 간 협의체들을 조속히 복원할 것"이라며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차원의 '한일 경제안보대화'도 곧 출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화이트리스트(국가 카테고리) 정상화 방안에 대해서는 "우리 측의 일본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복원을 위해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토록 오늘 산업부 장관에게 지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최근 발표한 경기 용인의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에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을 유치하는 방안과 액화천연가스(LNG) 분야 협력 등을 통한 기후변화 대응, 글로벌 수주 시장 공동 진출 기회 등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완전 정상화 선언에 대해서는 "한미일, 한일 군사정보 협력을 강화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나아가 동북아 역내 대화와 협력 활성화를 위해 한일중 3국 정상회의 재가동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했다.

12년간 중단됐던 한일 정상 간의 '셔틀 외교'(교차 방문)이 복원된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한일 두 정상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하면 수시로 만나는 셔틀 외교를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방일 결과 모두발언을 생방송으로 시청하고 있다. 2023.3.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尹 "주60시간 무리란 생각 변함 없어…확실한 담보책 강구"

윤 대통령은 '주 69시간 근무' 논란이 일었던 근로시간 개편에 대해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임금과 휴가에 대한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과 관련해서 임금·휴가 등 근로 보상체계에 대해 근로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특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노동 약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확실한 담보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에 대해서는 "저는 주당 60시간 이상의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하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주당 근로시간의 상한을 정해 놓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노동 약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근로시간에 관한 노사 합의 구간을 주 단위에서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자유롭게 설정하는 것만으로도 노사 양측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노동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 유연화' 방안에 대한 국민 의견을 추렴해 정책을 설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특히 "MZ(2030세대) 근로자, 노조미가입 근로자, 중소기업 근로자 등 노동 약자와 폭넓게 소통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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