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에 韓 중고차 대박난 사정…2월 수출액 136% 폭증

러시아, 제재 막혀 신차 공급 3분의 1 토막…한국 중고차 수입 크게 늘어

'신차급' 선호로 평균가격도 상승…"중고차 연 40억달러 수출 전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가 이어지면서 국내 중고차 수출이 뜻밖의 호황을 맞고 있다. 국제 제재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만든 신차를 들여오기 어려워지자 중고차 수요가 크고 늘고 있어서다.

러시아 한국의 2월 중고차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10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중고차업계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중고차 수출대수는 4만3493대로 전년 동월(3만1683대)보다 37.3% 늘었다. 전월(3만8818대)보다는 12% 증가한 규모다. 지난해 월평균 판매대수(3만3721대)보다도 30% 많은 규모다.

수출금액 규모 증가폭은 이보다 크다. 지난 2월 중고차 수출액은 3억5400만달러(4616억원)로 전년 동월(1억5000만달러)보다 136%나 급증했다. 중고차 평균 수출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다는 의미다. 전월(3억500만달러)보다는 16% 늘었다. 지난해 월평균 수출액(2억4700만달러)보다는 43.3% 많다. 

이러한 중고차 수출 규모 급증은 러시아로의 수출 물량이 크게 늘어난 데서 기인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난해 2월 러시아 내 신조차 판매대수는 9만1662대였는데, 올해 2월엔 3만2499대로 64.5% 줄었다. 신차 공급이 3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준 것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로 향하는 중고차 수출대수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러시아향 중고차 수출대수는 164대에서 지난해 10월 3769대까지 늘어났다.

월평균 러시아향 중고차 수출대수는 2021년 197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1636대로 730.4% 늘었고, 올해 1월과 2월엔 각각 2325대, 2935대로 2021년보다 1000% 이상 늘어난 수출 규모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인접국가로 수출되는 중고차도 늘어났다. 이들 국가가 러시아를 향하는 우회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데다, 전쟁 특수에 따른 경제 활성화로 중고차 수요가 늘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키르기스스탄향 중고차 수출대수는 2021년 월평균 373대에서 지난 2월 3704대로, 타지키스탄향 수출대수는 2021년 월평균 755대에서 지난 2월 2438대로 증가했다. 이밖에 지난달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조지아, 우즈베키스탄 등 국가의 한국 중고차 수입대수도 2021년 월평균 대비 200% 이상 늘었다.

중고차 판매가격도 지난해 2월 4700달러에서 지난달 8100달러로 크게 올랐는데, 이 역시 러시아 내 신차 공급 부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인접국가 바이어들이 비교적 가격이 높은 '신차급' 중고차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대러 중고차 수출단가는 대당 1만9200달러(2439만원)에서 지난해 2만9200달러(3709만원)로 1만달러(51.8%)나 올랐다.

환율 상승도 중고차 수출 규모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달러·원 환율이 오르면서 한국 중고차가 저렴해져 외국 바이어들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달러·원 환율은 2021년 평균 1144.42원에서 지난해 평균 1292.16원으로 150원 가까이 올랐다. 지난달 평균 환율은 1270.74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선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중고차 수출대수는 50만대, 수출금액은 40억달러(5조2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월 발표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에 따라 이르면 다음달부터 러시아, 벨라루스를 대상으로 대당 5만달러 이상의 자동차 수출이 금지될 전망이지만 업계에선 대러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수출업체 에이투지네트웍스의 신현도 대표는 "러시아와 관세동맹이 체결돼 있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국가로 1차 선적을 한 뒤 비관세 규정을 적용받아 다시 러시아로 재수출하는 방법도 있다"며 "지금까지 카자흐스탄으로 수출된 고가 차량 상당수가 최종적으로 러시아로 재수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앞으로 이런 방법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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