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직후 6·25전장서 산화한 스무 살 청년… 73년 만에 가족 품으로

故 태재명 일병 유해 신원 확인… 유족 유전자 채취가 결정적

 

결혼한 지 1년도 안 돼 한국전쟁(6·25전쟁)에 참전했던 스무 살 청년의 유해가 7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지난 2020년 경북 경주시 안강읍 노당리 일대에서 발굴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고(故) 태재명 일병으로 확인했다고 16일 밝혔다. 국유단이 유해 발굴을 시작한 2000년 4월 이후 206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사례다.

국유단과 해병대 제1사단 장병 100여명이 2020년 9월쯤 무렵 6·25전쟁 전투지역에서 기초 발굴을 하던 중 고인의 전투화 일부와 정강이뼈를 잇달아 발견했다. 이후 주변을 확장 발굴한 결과, 고인의 유해는 은 곧게 누운 자세로 머리뼈부터 발뼈까지 대부분 골격이 남아 있는 형태로 수습됐다고 한다.

국유단은 "고인의 유해는 직사각형으로 땅을 판 뒤 매장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혁대 버클과 전투화 등 유품도 착용한 상태로 발굴됐다"고 설명했다.

국유단에 따르면 이번 신원 확인은 고인의 여동생 화연씨(80) 외손자가 입대한 뒤 유해 발굴 사업을 알게 되면서 외할머니와 어머니에게 유전자 시료 채취 참여를 권유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국유단은 2021년 채취한 이들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와 고인의 유해 유전자를 정밀 분석한 결과 남매 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태 일병은 1930년 6월 경북 경산에서 2남2녀 중 첫째로 태어나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다가 1949년 11월 결혼했다. 그러나 1950년 6·25전쟁 발발에 따라 국군 대구 제1훈련소에 입대했고, 이후 수도사단에 배치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고인은 1950년 8월9일~9월22일 '안강-기계전투'에 참전했다. 이 전투는 경북 포항시 기계면과 경주시 안강읍 일대에서 국군 수도사단이 북한군 12사단의 남진을 저지한 방어 전투다. 고인은 1950년 8월10일 전장에서 산화했다.

여동생 화연씨는 "오빠의 전사통지를 받았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며 "죽기 전 오빠의 유해를 찾았다고 하니 다행이다"고 말했다.

고인의 유해를 가족 품에 전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이날 경산 소재 유가족 자택에서 열린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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