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부터 갚자" 통화량 10년 만에 감소…본격화한 긴축의 시간

1월 통화량 7조원 줄어…1년 반 기준금리 3%p 인상 효과

"가계대출 감소에 통화량 당분간↓"…유동성 파티 마무리

 

지난 1월 시중에 풀린 돈(통화량)이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기준금리를 1년 반 동안 3%포인트(p) 인상한 효과가 시차를 두고 본격화하기 시작한 상황으로 풀이된다.

저금리에 시중 자금이 꾸준히 늘어나는 '유동성 파티'는 마무리되고 신용 축소와 경기 둔화 등의 '숙취'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광의통화(M2) 평균 잔액은 3803조4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0.2%(6조7000억원) 감소했다.

통화량이 전월보다 줄어든 것은 것은 2013년 8월(-0.1%) 이후 9년5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감소 폭도 2011년 1월(-0.3%) 이후 가장 컸다.

앞서 한은은 지난해 12월 통화량이 11월보다 0.2% 줄었다고 발표했으나 기초자료 보완 등을 통해 0.1% 증가로 수정했다.

M2는 넓은 의미의 통화량을 뜻하는 지표로, 현금·수시입출식예금과 함께 2년 미만의 정기예적금·양도성예금증서(CD)·2년 미만 금융채 등 약간의 이자만 포기하면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을 포괄한다.

유동성 지표 변동 추이. (한은 제공)


지난 1월 통화량 감소는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에서 25조8000억원이 빠져나간 영향이 컸다. 감소 폭이 2002년 12월 통계 편제 이후 최대 수준이었다.

반대로 정기예·적금은 18조9000억원 늘었다. 종합하면 수시입출식 예금에서 놀고 있던 돈이 그나마 금리가 높은 정기예·적금으로 일부 이동한 상황이다.

그러고도 남은 약 7조원의 통화량 감소는 가계가 고금리에 떠밀려 대출을 상환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서 최근 통화량 지표의 위축을 가리켜 "주택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가계대출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경우 회사채 시장 해빙에 따라 은행 대출을 줄이면서 통화량 감소에 기여했다. 한은은 앞선 금통위에서 "지난해 직접금융 조달여건 악화로 크게 늘었던 기업대출이 최근 회사채 발행 등으로 대체되면서 통화 공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은행에 걸린 금리 안내문. (자료사진) 2023.2.23/뉴스1


통화량은 경제에 윤활유 역할을 한다. 국가 경제가 성장하면 거래 규모가 확대되면서 보통은 통화량도 증가한다. 늘어난 통화량은 가계 소비, 기업 투자를 확대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하면서 동시에 물가도 밀어올린다. 반면 통화량이 늘지 않으면 소비·투자와 성장은 정체되나 물가는 안정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학의 설명이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고 이자율을 낮추는 정책을 확대 통화정책이라고 한다. 반대로 통화량을 줄이고 이자율을 높이는 정책은 긴축 통화정책이다.

현재 한은은 기준금리를 중립금리 이상의 긴축적인 수준까지 인상했으며 이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1월 통화량 감소는 한은이 그간 금리를 올린 효과가 본격화했다는 징후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 한 위원은 최근 통화량 위축을 가리켜 "(금리 인상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기준금리를 3%p 인상한 이후 나타난 M2 증가율의 큰 폭 둔화, 주택가격 하락, 가계대출 감소 등의 모습은 통화정책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이런 통화정책의 영향이 글로벌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과 혼류돼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준금리를 연 3.50% 동결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통화량은 당분간 반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부동산 부문과 비우량 기업에 대한 신용 경계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의 대출 태도도 신중해지면서 앞으로도 신용 공급의 축소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금통위원도 "주택시장 부진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나기 어려운 점, 지난해 회사채 조달 여건 악화로 이례적으로 증가했던 기업대출이 줄어드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M2 증가율은 상당 기간 낮은 수준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유동성 증가율이 낮은 수준을 오랜 기간 지속하는 현상이 우리 경제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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