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새시대]"구상권 행사 없다" 못박은 尹… 日 '부담' 덜어주기

한일정상회담이 16일 열린다. 약 4년 10개월만에 열리는 한일정상회담은 정치·외교·안보·사회·경제 전 분야에서 교류의 물꼬를 틀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한일 양국간 미래지향적 발전이라는 측면을 넘어, 국제질서 재편과정에서 동북아 안보 지형의 한 축인 한미일 지각판을 완성하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 뉴스1는 정치부·외교안보부·산업1부·국제부 기자가 참여하는 도쿄 특별취재팀을 구성, 한일 간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현지 취재로 전한다. [편집자 주]

 

기시다, 강제동원 '사과' '배상' 놓고 경직된 자세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열리는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배상 문제와 관련해 우리 측의 "구상권 행사는 없다"고 못 박았다. 우리 정부가 최근 제시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과 관련해 사실상 일본 측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15일 보도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와 관련해 1965년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과 일본 전범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 대법원의 2018년 피해배상 판결 간에 '모순'이 있단 인식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우리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을 제시하긴 했으나, 추후 한국의 정권이 교체되면 다시 쟁점화될 수 있다'는 일본 정치권 일각의 우려에 대해 "나중에 구상권 행사가 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이번에 강제징용 해결책을 내놨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6일 발표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은 2018년 10~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을 통해 일본 피고기업(일본제철·미쓰비시(三菱)중공업)에 승소한 원고(피해자)들에 행정안전부 산하 공공기관인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에서 민간 기업의 기부금으로 조성한 배상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즉, 우리 정부의 해법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들을 대신해 '제3자'인 재단이 배상금(판결금)을 우선 변제해주는 것이어서 그간 일본 내에선 '추후 재단이 해당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는 등의 지적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번 인터뷰에서 "아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 당시 "현재로선 (일본 기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는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한국 측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며 우리 대법원의 관련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일본제철·미쓰비시중공업 등이 피해자 측과의 배상 협의에 응하지 않았던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일본제철 등 피고기업들은 일단 우리 측 재단을 통한 배상금 재원 조성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 다만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해당 기업들이 "장기적 차원에선" 배상금 재원 마련에 참여하길 기대한다는 뜻도 함께 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 News1 DB


소식통은 "'제3자 변제'안은 당초 구상권 행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본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논의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대통령이 구상권 행사 가능성을 부인한 만큼 남은 선택은 오로지 일본의 몫이 됐다"고 말했다.

즉, 윤 대통령이 이번 인터뷰에서 일본 피고기업들에 대한 '구상권 행사'에 선을 그은 건 역설적으로 "판결 때문이 아닌 선의로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에 호응해 달라"는 메시지를 일본 측에 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단 것이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선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16일 열릴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강제동원 '사과' 및 '배상'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의 경직된 자세에서 벗어나 '성의 있는 호응'에 나설지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기시다 총리는 일본 정치가들이 1998년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 2010년 '간 나오토(菅直人) 담화' 내용에 반하는 언행을 할 경우 일본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입장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강제동원 문제가) 법적 측면에선 해결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피해자 입장을 배려하는 측면도 살필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1998년 10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일본 총리가 발표한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엔 강제동원의 근원이 된 일본의 과거 한반도 식민지배와 관련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란 당시 일본 정부 입장이 담겼다.

또 2010년 8월 간 당시 일본 총리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발표한 담화엔 "아픔을 준 쪽은 잊기 쉽고 받은 쪽은 이를 쉽게 잊을 수 없는 법"이라며 "식민지 지배가 초래한 다대한 손해와 아픔에 대해 재차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죄의 심정을 표명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이달 6일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 뒤 사과·반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 없이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 등을 계승하겠다"는 입장만 내놔 "일본 측 입장을 '배려'한 우리 정부의 해법에 상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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