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왜 거기 있어…" 순직 소방관 마지막길 '눈물바다'

 

고 성공일 소방교 영결식 엄수, 유족·동료소방관 오열
전북도청장 500여명 참석…대전현충원서 영면

 

"불러도 대답없는 공일아." 
"미안하고, 고맙고, 보고싶다."

전북 김제 단독주택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 순직한 고(故) 성공일 소방교(30) 영결식이 9일 오전 10시 김제 청소년농생명센터에서 엄수됐다.

고인의 운구가 영결식장 입구에 들어서자 장송 행진곡이 연주됐다. 연주되는 장송 행진곡보다 식장 안을 더 가득 채운 것은 유가족의 오열이었다.

"내 새끼, 왜 우리 아들을 보내서…."
"살려내, 제발 살려내."

고인의 어머니와 유가족들을 영결식이 진행되는 동안 목놓아 울었다. 유가족의 흐느낌을 들은 동료 소방관들도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날 전북도청장(葬)으로 치러진 영결식에는 유가족과 동료, 각계 인사와 일반 조문객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경례와 묵념을 시작으로 약력보고, 1계급 특진·훈장 추서, 조전낭독, 영결사, 조사, 헌화와 분향 등의 식순으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조전을 낭독한 한창섭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은 "슬픔에 잠겼을 유가족과 동료를 잃은 소방관분들께 큰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성 소방관은 오랫동안 소방관의 꿈을 키워왔다"며 "지난해 5월 전북 김제소방서에서 업무를 시작한 고인은 모든 일에서 솔선수범하는 청년이었고, 장례가 촉망되는 소방관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화마 속에 고립된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뛰어든 고인의 정신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례위원장인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영결사를 낭독했다.

김 지사는 "오늘 우리는 깊은 슬픔을 맞이하고 있다. 젊은 소방관을 잃었으며, 가슴이 아프고 매우 비통하다"며 "고인의 의로운 희생앞에 머리를 숙이며, 유가족 여러분 앞에서 가족을 잃은 심정을 헤아릴수 없다.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우리 아들 살려달라는 부모의 얼굴을 잊을 수 없고, 가슴이 메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우리 곁을 떠났지만 고인의 희생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영원히 기억하겠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없도록 하겠다"며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유가족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9일 전북 김제시 국립청소년농생명센터에서 열린 故성공일 소방교 영결식에서 동료들이 고인의 넋을 기리며 거수결수경례를 하고 있다. 2023.3.9/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고인의 동료이자 동기인 김제소방서 이정환 소방사는 조사를 통해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이 소방사는 "따뜻한 봄바람이 다가오는 즐거운 날에 공일이가 없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며 "너는 어디로 떠났니, 동기로 처음 만나 지켜봤던 너의 모습이 눈에 선하고, 먼저 가버렸단 사실에 야속하고 주체없이 눈물이 흐른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볼 수 없는 너의 모습을 가슴에 묻고 지내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좋았던 기억과 아름다운 마음만 품고 이제 뜨겁지도, 어둡지도 않은 그곳에서 편히 쉬길 기원한다"며 울먹였다.

영결식 내내 유가족들이 고개를 떨군채 슬픔을 참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헌화와 분향이 진행되는 동안 유가족들은 슬픔을 억누르지 못한 채 오열했다. 동료 소방관들도 애써 눈물을 참으며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태극기에 싸인 성 소방관의 유해가 영구차에 실리는 것으로 영결식은 마무리됐다.

아들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는 고인의 어머니는 "공일아 네가 왜 거깄어. 나와 왜 거깄어"라며 끝까지 목놓아 부르짖었다.

9일 전북 김제시 국립청소년농생명센터에서 열린 故성공일 소방교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2023.3.9/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성공일 소방교는 지난 6일 오후 8시33분께 전북 김제시 금산면의 한 단독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화재진압과 인명수색 중 순직했다.

당시 성 소방관은 "집 안에 사람이 있다"는 외침을 듣고 70대 남성을 구하기 위해 뜨거운 화염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불길은 나무로 된 집 전체를 빠르게 휘감았다. 결국 성 소방사도, 불 속에 갇혔던 70대도 제때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성 소방사는 거실에서, 70대 노인은 방 안에서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정부는 성공일 소방사를 소방교로 1계급 특진 추서했고,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고인은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돼 영면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