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도발' 계속 시사하는 北…한미일에 '최대 시험지' 내밀까

 

김여정, '태평양으로 ICBM 발사시 격추' 美사령관 발언에 반발
"한미, 우리가 반드시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조성"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7일 '태평양'을 향한 무력도발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그는 태평양이 미국과 일본의 영유권이 없는 공해이며 이곳으로 '전략무기'를 시험발사하는 것을 막는다면 이는 선전포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존 애퀼리노 미 인도·태평양사령관의 발언으로 보도된 언급을 겨냥해 비난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애퀼리노 사령관이 "북한이 태평양 지역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 이를 격추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보도에 언급된 애퀼리노 사령관의 발언은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에 대한 반응이었다. 김 부부장은 지난해 12월 담화에서 ICBM의 정각(30~45도) 발사 가능성을 시사한데 이어 지난달 담화로 '태평양 사격장'을 언급하며 태평양 일대를 향한 도발을 상정했다. 

태평양을 향한 북한의 무력도발은 미국 본토와 일본에 대한 공격의 수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강도 높은 도발로 규정된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도발 때 미사일의 사거리를 조정하거나 '고각(약 90도)'으로 발사해 미사일이 동해 바다에 떨어지게 하곤 했다.

그런데 일본을 넘어 태평양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하면 미사일이 필연적으로 일본 상공을 지나가게 된다. 아울러 ICBM을 정각으로 발사한다면 미국 본토에 가까이 가도록 발사할 수도 있어 위협의 강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태평양이 '공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공해와 공역에서 주변국들의 안전에 전혀 위해가 없이 진행되는 우리의 전략무기시험에 요격과 같은 군사적 대응이 따르는 경우 이는 두말할 것 없이 공화국에 대한 명백한 선전포고로 간주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북한이 태평양에 대한 무력도발의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으로도 볼 수 있다.

그는 또 "그러한 상황에서의 우리의 군사적 행동 규범이 설정돼 있다"면서 자신들의 미사일이 격추될 경우 선전포고로 간주하는 것을 넘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함을 과시, 위협 수준을 높였다.

이같은 김 부부장의 언급은 사실상 일정이 시작된 한미의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 기간 동안 북한의 '태평양 도발'이 단행될 수 있다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김 부부장의 담화 중 "최근에 간과할 수 없을 정도로 도를 넘어 극히 광기적인 추이로 나가고 있는 미국과 남조선(남한)의 과시성 군사 행동들과 온갖 수사적 표현들은 의심할 바 없이 우리가 반드시 무엇인가를 통하여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는 조건부를 지어주고(상황을 조성하고) 있다"거나 "우리는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적중하고 신속하며 압도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상시적 준비 태세에 있다"라는 언급을 봤을 때는 태평양을 향한 도발이 '임박'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북한이 태평양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다. 북한은 지난 2017년 9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화성-12형'을 일본 상공을 넘겨 태평양으로 발사했고, 지난해 10월에도 IRBM 한 발을 일본 머리 위로 발사했다. 

그러나 미국 본토 전역을 사거리로 상정한 ICBM을 태평양으로 발사한 적은 없다. 때문에 현재 북한이 미국과의 신경전을 벌이며 고려하고 있는 '태평양 도발' 카드는 ICBM 발사가 유력해 보인다.  

전문가들도 이날 김 부부장의 담화가 ICBM 정각 발사를 위한 '명분 쌓기'의 측면이 있다고 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ICBM의 정각 발사 명분 축적을 위해 한미 연합훈련에 따른 대응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메시지의 발신 수단으로 김여정 담화를 계속 활용 중"이라고 해석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김 부부장의 담화가 앞으로의 군사행동에 대한 전형적인 명분 쌓기라고 평가했다.

김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상정한 태평양 도발에 대해 '전략무기 시험'이라고 언급했다. 또 공해상에서 '주변국들의 안전에 전혀 위해가 없이' 시험이 진행될 것이라며 군사적 행동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북한의 명분 쌓기, 정당성 부여 시도와 별개로 김 부부장의 이러한 언급은 북한이 개발 완성을 선언하지 못한 무기체계의 시험발사를 준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미 개발이 완성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정당성과 명분도 잃고, 미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될 공산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는 북한이 지난 2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고체연료 활용 추정 ICBM의 첫 시험발사를 '태평양 사격장'을 향해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한미일의 대북 대응은 '최대 분기점'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의 맞대응으로 인한 긴장 격화를 우려하거나 자극의 수위를 점진적으로 고조시키며 한미일의 피로도를 높이기 위해 ICBM이 아닌 중단거리 미사일의 '개량형'을 먼저 발사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담화에서 전략무기 시험의 정당성을 주장한 바, 일정한 계획이 수립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미국의 직접적 대응이나 요격이 있을 수 있는 무기보다는 기존 단거리급 무기를 동해상 동북 방향으로 발사하는 시위성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봤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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