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만에도 밀린 '1인당 GNI' 교역 악화·원화값 하락에 뒷걸음

'1년 전 환호 무색' 1인당 국민총소득 3.5만→3.2만달러

경제 규모 커져도 한국인 구매력은 하락…대만 밑돌아

 

우리 국민들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내는 1인당 실질 국민총소득(GNI)이 3만5000달러를 돌파한 지 1년 만에 다시 3만달러 초반대로 주저앉았다.


경제 규모는 성장했음에도 한국인 구매력은 거꾸로 뒷걸음친 상황이다. 지난해 교역 조건 악화와 원화 가치 하락이 설상가상으로 겹친 영향이다.

심지어 작년 1인당 GNI는 대만을 밑돌았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2022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 GNI 성장률은 전년비 마이너스(-) 1.0%로 집계됐다.

실질 GNI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낸 것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처음이다.

우리 역사상 실질 GNI가 역성장한 해는 △1998년(-7.7%) △1980년(-5.6%) △1956년(-0.8%) 등 단 3개뿐이다.

지난해 역대 4번째 실질 GNI 감소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는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수출품 가격이 약세를 보인 반면에 에너지 가격은 치솟는 등 교역 조건의 변동 영향이 컸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교역 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손실은 전년(44조7000억원)의 2배를 웃돈 11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은 제공)

1인당 실질 GNI는 지난해 3만2661달러로 전년비 7.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GNI는 연간 명목 GNI를 인구수로 나눈 지표로, 통상 국민들의 생활 수준을 보여준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에서 명목 국외순수취요소소득을 더한 값을 달러로 환산하고 이를 다시 국민 수로 나눠서 구한다.

1인당 실질 GNI가 전년비 감소한 것은 2020년 이후 2년 만이다.

우리나라 1인당 GNI는 1994년 1만달러, 2006년 2만달러, 2017년 3만달러를 각각 돌파했다. 지난 2019~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 등에 2년 연속 뒷걸음쳤으나 2021년에는 빠른 경기 반등과 환율 하락에 10.3% 급등하면서 3만5373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조야에서는 사상 처음 1인당 GNI가 3만5000달러를 넘어섰다며 축포를 쏘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글로벌 교역 조건이 한국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특히 미국의 통화 긴축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연평균 12.9% 치솟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환율 상승은 GNI 달러 환산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지난해 원화 기준 1인당 GNI(4220만3000원)가 1년 전보다 4.3% 늘었지만 달러 환산액은 전년비 7.7% 내린 것으로 나타난 배경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에 대해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은 각각 896달러, 437달러 증가에 기여한 반면 환율 상승은 4207달러 감소에 기여했다.

GNI가 뒷걸음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인의 구매력과 실질 생활 수준이 나빠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GDP 성장률이 2.6%를 기록해 경제 덩치는 커졌지만, 국민들의 전반적인 생활 수준은 악화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대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의 1인당 GNI는 3만3565달러로 우리나라에 비해 조금 높게 나타난다"면서도 "대만의 환율은 작년에 연평균 6.8% 상승하고 우리나라는 12.9% 상승한 만큼 주로 환율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인당 GNI의 국제 비교는 동일한 방식으로 계산된 환율과 인구 수 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며, 자세한 순위는 국제기구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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