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는 5000원, 청담동은 8000원…소줏값이 왜 이래

[소주 가격의 비밀] ②최대 요인은 '주변 상권'과 '임대료'

판매가격은 결국 사장 전략…아직 2000원 받는 장어집도

 

주중에 찾은 서울 청담동의 한 주점. 이 주점의 소주 가격은 8000원이다. 그럼에도 손님들의 주문은 망설임이 없었다. 인근 직장을 다니는 지모씨(34)는 "강남에서 소주 한 잔을 먹으려면 1인당 2만원은 기본인 것 같다"며 "주위 일본식 선술집에서는 소주를 1만원에 파는 것도 봤다"고 전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류 가격 인상으로 서민의 술이라고 불리는 소주가 6000원 시대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다만 앞서 밝혔듯 임대료가 높은 지역에서는 이미 소주 한 병 가격이 6000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청담동에서 소주 한 병을 8000원에 파는 시각, 서울 종각역 인근의 한 고깃집에서는 소주 한 병을 5000원에 팔았다. 같은 서울에서도 지역과 식당에 따라 소주 가격이 판이한 것이다. 이같이 소주 가격이 같은 서울 안에서도 널뛰기를 하는 이유는 뭘까.

◇ 소주 가격 결정의 최대 요인은 출고가가 아니다

소주 가격의 비밀을 알려면 우선 유통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주류 유통은 통상 '주류제조사→주류 취급 면허 취득 전문 도매상→소매점→소비자' 순으로 이뤄진다.

이때 유통 단계마다 마진이 붙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제조사의 출고가(1100원대)와 소매점 혹은 식당에 넘기는 가격 사이에는 300~500원가량 차이가 있다. 마진에는 주로 유류비를 포함해 차량운송비, 인건비, 운영비 등이 붙는다.

지난 5년 동안 소주 가격이 가장 크게 오른 해는 바로 지난해였다. 지난해 소줏값은 7.6% 상승했는데 이는 2013년 이후 최대치였다. 소주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주정(酒精)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가 주정 가격을 7.8% 인상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문제는 소비자가 느끼기에 식당 혹은 주점에서 파는 소주 가격의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6년 이후 소주 출고가는 2019년(참이슬 65.5원, 처음처럼 73원)과 지난해(참이슬 85.4원, 처음처럼 65.5원)에 걸쳐 두 번 인상했지만 합쳐도 채 200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식당에서 파는 소주 가격은 1000~1500원 이상 올랐다. 

뉴스1DB © News1 민경석 기자


출고 가격 인상률에 비해 식당이나 주점에서 파는 소주 가격이 갑절 이상 높다는 점이 바로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불만의 배경이다. 최근 소주 가격 인상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감안해 정부가 최대한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것도 이 같은 배경이 깔려있다.

지나치게 소주 가격을 높게 받는 식당이나 주점도 있지만 자영업자들도 할 말은 있다. 주류 가격을 결정할 때 반드시 출고가만 반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똑같은 라면을 팔더라도 분식집과 한강변에서 파는 가격이 다르듯 소주 가격에도 상가 임대료나 해당 지역 상권이 큰 영향을 미친다.

서울 대학가와 번화가에서 각각 포차를 운영하는 김모씨(39)는 소주 가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김씨는 "두 포차에서 들여오는 소주 가격은 1250원대로 똑같지만 판매 가격은 각각 4000원과 5000원으로 달리 받고 있다"며 "예를 들어 대학가 같은 곳에선 음식을 싸게 파는 대신 주류에 마진을 많이 붙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역에 따라 소주 가격도 차이가 있다. 과거 강남에서 주점을 운영하다 현재는 강서구에서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40)는 "강남에서 술집을 운영할 때는 소주 한 병에 8000원을 받았다"며 "1층의 경우 강남과 강서구 사이의 상가 임대료가 최대 3배 가까이 차이가 나다 보니 소주 가격을 비싸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소주 가격 결정은 결국 사장님 몫…주류 업체에도 원인 있어

"사실 소줏값은 지역 상권과 식당 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광화문 같이 직장인들의 회식 장소가 많은 곳에서는 마진이 많이 붙는다. 안주보다는 술로 승부를 하는 곳이 많다. 반면 주택가 같은 곳에서는 음식에 더 마진이 많다. 술은 구색용이라 가격을 비싸게 받지 않는다."

앞서 서울 번화가에서 포차를 운영하는 김씨의 설명이다.

아울러 김씨는 소주의 출고가가 올라도 당장 식당에서의 인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들의 심리적 저항이 있는 만큼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물론 소줏값 인상이 손님을 줄여 오히려 가게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씨는 "소주 가격이라는 게 나 혼자 정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라며 "주변 가게들과 대략적인 가격을 맞출 수밖에 없고, 당장 소줏값을 올려 손님이 줄면 가게 전체가 손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뉴스1DB © News1 박정호 기자


결과적으로 소줏값 결정은 식당이나 주점의 사장 재량이라는 얘기인데, 실제로 광주광역시에는 이 같은 식당도 있다. 광주 북구 말바우 시장에 자리한 한 민물장어 식당은 주류 판매 가격은 소주와 맥주 모두 2000원이다.

장어 1㎏에 5만9000원이라는 다소 싸지 않은 가격이지만 매일 저녁 이 식당에 손님들이 몰리는 이유는 바로 저렴한 술값 때문이다. 즉 소주 가격 역시 식당의 전략으로 이용되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다만 자영업자들 입장에서 주점의 전략이나 식당의 콘셉트를 떠나 주류 가격 인상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주류 시장의 유통 마진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 탓이다. 당장의 인건비와 기름값 등이 급등한 상황에서 주류 가격을 떠나 모든 제품에 가격 상승 요인이 있다.

주류 업체의 재료비도 오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주류 업체들은 원부자재 비용 상승으로 출고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항변하지만 주류 업체들의 공시를 살펴보면 다른 지점도 있다.

최근 알코올 함량이 낮은 '저도수' 소주가 인기를 끌면서 소주 한 병에 들어가는 주정은 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주의 주정 비율은 10~12%이고, 1920년대 35도로 시작한 소주 도수는 현재 16도까지 낮아졌지만 출고가를 내린 적은 없다.

맥주맥 가격 역시 2019년보다 30%가량 하락했고 페트병 등 용기 가격 역시 20% 정도 낮아졌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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