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토막 '반도체' 반등 기미 깜깜…對중국 부진에 무역적자 장기화 우려

 

빛바랜 완성차·2차전지 선전…에너지 수입 늘며 12개월째 적자
'수요위축·재고부담' 반도체 불황 지속될듯…'中 리오프닝' 변수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어온 반도체가 불황에 빠지면서 5개월 연속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올 1~2월 두 달간 무역수지 적자액만 벌써 180억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총 무역적자의 5분의 2 수준에 달했다.


12개월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향후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 수요부진에 바닥세인 반도체 가격은 뚜렷한 반등 요인이 없어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리오프닝은 다소 긍정적이지만, 효과가 제한적이거나 국내물가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재정당국의 정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완성차·이차전지 선전에도 반도체 급감에 수출 타격…에너지 수입은 급증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2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은 501억달러, 수입은 554억달러로, 무역수지는 53억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1~2월 누적 무역수지 적자액은 179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는데, 이는 사상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 규모의 39% 수준이다.

수출은 지난해 2월 대비 7.5% 감소했지만 전월 대비 낙폭이 줄면서 500억달러대를 다시 회복했다.

반도체 수급난 해소, 친환경차·SUV 등 고부가 신차 수요 증가로 완성차 수출은 56억달러를 기록해 역대 월 최고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성장으로 이차전지 역시 2월 최고실적을 달성했다. 유가 안정세를 바탕으로 미국·EU 제트유 수출이 2배 이상 증가한 석유제품, 해외 인프라·기업설비 투자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만에 수출이 반등하는데 성공한 일반기계 품목도 우리나라 수출을 이끌었다.

반면 글로벌 경기둔화 및 반도체 업황 악화 지속으로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반토막이 나면서 완성차 등의 선전이 빛을 바랬다. 전방산업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디스플레이와 IT 수출 역시 절반가량 줄었고,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부진한 유화(油化), 단가가 하락 추세인 철강 수출도 뒷걸음질 쳤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미국(90.0억달러·16.2%↑)을 비롯한 EU(62.0억달러·13.2%↑), 인도(15.0억달러·11.0%↑), 중동(16.5억달러·20.2%↑)에서는 수출액이 증가했다. 반면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인 중국 수출액은 98억8000만달러로 24.2% 감소한 것을 비롯해 아세안(84.6억달러·16.1%↓)과 일본(23.6억달러·4.9%↓), 중남미(18.5억달러·19.1%↓), CIS(10.5억달러·13.6%↓)에서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은 줄었지만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를 중심으로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3.6% 증가했다. 3대 에너지 수입액만 153억달러를 기록하며 2013~2022년 2월 10년간 평균 97억달러 대비 56억달러 늘며 5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6.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수요위축에 반도체 반등 시점 불투명…최대수출국 '中 리오프닝' 효과 주목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 부진의 반등 시점을 가늠할 수 없어 향후 무역수지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역대 최대 수출실적을 달성한 지난해 호황의 기저효과도 있지만 글로벌 경기가 침체 국면을 벗어날 기미가 낮아 비상등이 켜졌다.

반도체 2월 수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44억달러 감소(42.5%↓)한 59.6억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8월 이후 7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데,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이중고가 고착화되는 국면을 보이고 있는 점이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2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과 마찬가지로 평균 1.81달러를 기록하면 횡보세를 보였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수요 위축과 재고 압박 등으로 감산까지 고려하는 실정이다. 당분간 D램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어서 반도체 수출 부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는 점은 위안이라는 평가다. 코로나19로 빗장을 걸어잠근 중국이 기지개를 펴며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신호를 보내고 있어 대중국 수출과 관광객 유입 등 기대감이 높다.

한국은행은 'BOK이슈노트'에 게재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중국 리오프닝은 대중수출 회복, 중국인 관광객 유입을 통해 우리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면서도 "과거 평균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23만명에 그친 중국 관광객은 올해 200만명 수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602만명에 비하면 더디지만 관광객 회복국면은 확실시된다. 중국 관광객이 100만명 늘어날 때마다 우리 경제성장률이 0.08%포인트(p) 오를 것으로 추정되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 신호다.

반면 중국 관광객이 대거 유입되면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국내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꼽힌다. 아울러 중국 리오프닝으로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점도 우리 무역수지에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윤용준 한은 조사국 아태경제팀 팀장은 "중국 리오프닝은 우리 경제에는 대(對)중 수출 회복, 관광객 유입을 통해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라면서도 "중국 내 물가상승, 중국 관광객 증가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에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소비중심 회복, 재고누증, 대외수요 부진 등으로 중국 리오프닝에 따른 국내 성장 제고효과가 과거 평균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이같은 상황 전반을 감안해 올해 수출 6850억달러 달성을 위해 전 부처의 '산업부화', '영업사원'으로서 가용가능한 모든 수출지원역량을 결집해 나가기로 했다. 올해 범정부 수출지원예산을 1조5000억원 투입하고, 무역금융 공급을 362조5000억원까지 늘리는 등 수출동력 확대를 위한 총력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헬스는 반도체 산업과 달리 경기 흐름에 민감하지 않은 경향이 있어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수출 다변화를 위해서로 중요한 분야로 꼽힌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계속되는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로 수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한 뒤 "정부는 4차 수출전략회의에서 확정한 '범정부 수출확대 전략'을 최대한 신속히 이행하는 등 총력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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