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나와 좋은 직장 다닌다는 남편 알고 보니 백수…결혼 무를 수 있을까

#부모가 재력가이고 자신은 번듯한 공기업에 다닌다는 남자의 말을 믿고 조유민(가명·31·여)씨는 결혼했다. 그런데 모두 거짓이었다. 서울의 유명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변변한 직업도 없었다. 심지어 대부업체에 빚까지 지고 있어 생활비조차 받을 수 없었다. 


화가 난 유민씨가 남편 김기태씨(가명·33·남)에게 따져 물었더니 남편은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결국 유민씨는 "사기결혼이니 취소해달라"며 가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법원은 유민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김씨가 직업, 경제력, 집안 등을 적극적으로 속였으며 그런 사실을 조씨가 알았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두 사람의 혼인을 취소하며 김씨는 위자료 1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조씨의 사례처럼 혼인 후 알게 된 배우자의 거짓말로 법원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법원에 따르면 가정법원에 접수된 혼인의 무효·취소 소송이 해마다 1000건을 넘나들고 있다. 2017년 930건, 2018년 952건, 2019년 1014건, 2020년 795건, 2021년 723건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민법에는 혼인을 파기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이혼, 혼인취소, 혼인무효다. 


혼인무효와 혼인취소는 혼인 전 발생한 사유로 법률혼을 해소하는 것이다. 반면 이혼은 혼인 후 발생한 사유를 원인으로 혼인을 해소한다. 


혼인무효와 혼인취소에도 차이가 있다. 혼인무효는 애초 '혼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기 때문에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등록부 등에도 기록이 남지 않는다. 반면 혼인취소는 취소청구 소송으로 혼인이 부정된 날 혼인이 취소되기 때문에 서류상에 혼인취소 기록이 남는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 혼인취소에 해당할까. 민법 제816조에 따르면 조씨의 사례는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해 혼인의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 해당한다. 정신질환이 있는데도 결혼 전 알리지 않았을 경우, 이혼·출산 경력을 숨겼을 경우, 성범죄 등 전과를 숨겼을 경우, 애견숍에서 일한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유흥업소 접객원으로 일한 경우, 사리분별이 어려운 사람을 데려가 혼인신고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미 혼인해놓고도 이를 숨기고 다시 결혼하는 경우(중혼), 만18세가 되지 않은 미성년자가 부모나 성년후견인의 동의 없이 혼인신고를 한 경우, 혼인 당시 당사자 일방에게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악질이나 그 밖의 중대 사유가 있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경우, 양부모계의 6촌 이내 혈족이나 양부모계의 4촌 이내 인척과 혼인한 경우 등도 해당한다.


다만 사기나 강박에 의한 혼인 관계는 사기 사실을 알거나 강요당한 날로부터 3개월 안에 혼인취소를 신청해야 한다. 악질 기타 중대한 사유와 관련해서는 중대한 사유를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안에 취소할 수 있다. 이 시기가 지나면 이혼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와 달리 혼인무효는 당사자간 혼인 합의가 없을 때 해당한다. 예를 들면 자신을 쫓아다니던 스토커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면 혼인이 무효가 된다. 자신이 혼인에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정법원에 혼인무효 확인 청구의 소를 제기할 수 있다.


부부 중 한 명이 대한민국에 입국 및 체류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혼인신고 절차만 거친 것 역시 혼인무효 사례에 해당한다. 혼인 당사자가 근친이어도 무효다. 혼인무효가 되면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을 상대에게 청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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