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값 낙폭 축소야 확대야?"…집값 통계 다 다른 이유

'공공' 부동산원, '민간' KB부동산·부동산R114 표본 수·조사방식 차이

"시세 반영 못 한다" 신뢰성 논란에 표본 보완·새 통계 나오기도

 

집값 통계는 내 집 마련이나 이사를 앞둔 사람들에게 요긴하게 쓰입니다. 아파트값 동향을 살펴서 집값이 상승세니 더 오르기 전에 사야겠다고 판단하기도 하고, 내리는 중이니 좀 더 기다려보자는 생각하기도 하죠. 전셋값 추이를 보고 이사 시기나 전세를 살지 월세를 살지 임대차 방식을 정하기도 하고요.


통계는 여러 군데서 나옵니다. 공공은 한국부동산원이, 민간은 KB국민은행의 'KB부동산'이 대표적이죠. 부동산R114와 같은 민간 업체도 주간·월간 아파트값 통계를 공개하고 있고요. 결과는 좀 다릅니다. 당장 이번 주만 하더라도, 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값 낙폭이 줄었다고 했지만, 민간에서는 내림세가 가팔라졌다고 했거든요.


기간을 늘려보면 차이가 더 확연합니다. 국토연구원이 부동산원과 KB, 부동산R114의 2006년 1월~2021년 12월 사이 시세를 실거래가 지수(2021년 12월 기준)와 비교한 결과, 부동산R114는 1.17배가 높고 부동산원과 KB 지수는 각각 0.79배와 0.85배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시세가 다른 것은 각각 표본 수와 조사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론적으로야 전국의 모든 아파트 가격을 바로바로 반영하면 완벽하게 가격 파악이 되겠지만, 어렵죠. 시간과 비용 문제도 있고, 거래 신고 기한도 있어서 바로바로 전산상에 반영되지도 않고요. 그래서 표본을 선정해 합리적이라고 판단되는 방식으로 통계를 내게 됩니다.


우선 한국부동산원은 정해진 조사 표본(전체 4만6170가구·아파트 3만5000가구)에 약 300명의 전문조사원들이 실거래가를 반영한 거래 가능 가격을 직접 입력합니다. 최근 거래된 유의미한 기록이 없다면, 단지 인근의 공인중개업소를 현장 답사하거나 전화 조사한다고 하네요. 실거래가격이 없을 땐 유사 사례나 최근 거래 사례를 활용해 거래 가능 가격을 산정하기도 하고요.


KB와 부동산R114는 중개업소를 이용합니다. 실거래가 있으면 반영하고, 없으면 협력 중개업소들을 대상으로 시세를 입력하도록 해 데이터를 만들고, 이를 추가 검증합니다. 호가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호가가 아니라 유사한 거래 등을 토대로 현장에서 판단한 '거래 가능한 가격'을 입력합니다. 표본 수는 KB는 부동산원의 2배 수준인 6만2000~6만3000여개고, 부동산R114는 120만 가구 전수 조사라고 하네요.


전문가들은 어느 한쪽이 무조건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합니다. 집값이 공산품처럼 얼마로 딱 정해진 것도 아니고, 시장에 언제 얼마나 풀리는지도 몰라 예측도 어렵고요. 아파트 거래량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지금, 표본 단지가 어디에 있고 개별 매물이 어떻게 팔렸는지에 따라 추이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합니다.


다만 이런 논의가 아예 필요 없는 건 아니죠. 신뢰성 논란이 일면서 표본이나 조사 방식도 보완될 테니까요. 일례로 부동산원은 실거래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지난 2021년 표본을 2배로 늘렸는데요. 당시 서울·수도권 아파트 시세가 순식간에 20%씩 올라 비판받았는데요. 이후 이전보다는 시세가 잘 반영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기존 통계에서 논란이 일자, 서울시도 자체 지수를 내놓기로 했는데요. 연내 공개될 서울형 주택실거래가격지수에는 신고일을 기준으로 실거래가를 분석·공표하기까지 시차를 15일로 단축하고 서울 지역의 특수성도 반영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습니다. 개인의 결정에도, 정책 수립에도 중요하게 쓰이는 부동산 통계. 다듬고 다듬다 보면 시장 상황을 좀 더 정확히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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