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하루 앞두고 전격 사퇴 국수본부장…대통령실 "뜻 존중"

'아들 학폭 논란' 정순신 "흠결 갖고 중책 도저히 수행 못해"

학폭 민감한 국민 정서·정치권 압박에 신속히 거취 정리한 듯

 

정순신 변호사가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국수본부장)으로 임명된지 하루만에 사퇴했다. 임명 당일 제기된 아들의 '학폭 논란' 때문이다. 학폭 문제에 민감한 국민 정서와 정치권의 압박 등을 고려해 신속하게 거취를 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 변호사는 25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한다"며 "아들 문제로 송구하고 피해자와 그 부모님께 저희 가족 모두가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가수사본부장 지원을 철회하고 저희 가족 모두는 두고두고 반성하면서 살겠다"며 "아들 문제로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상황이 생겼고 이러한 흠결을 가지고서는 국가수사본부장이라는 중책을 도저히 수행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남구준 현 국수본부장의 임기가 이날 자정 종료되는 만큼 전국 수사 경찰을 총괄하는 국수본부장직은 당분간 공석으로 남게 됐다.

정 변호사의 사의 표명 직후 경찰청은 "대통령 임명을 받고 임기는 내일부터인데 이렇게 된 상황은 처음"이라며 "인사혁신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후임자와 관련해선 "시간을 두고 고민해보겠다"며 "법적으로 재공모를 해도되고 내부 선발을 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의 사표를 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본인의 뜻을 존중한다"며 사표를 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날 정 변호사의 내정 직후부터 아들의 학교폭력이 논란이 되면서 정치권에서는 정 변호사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심지어 여권에서도 사퇴 목소리가 나왔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서 학교폭력 관련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도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면하게 하기 위해 검사 출신 법조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것"이라며 정 변호사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군은 앞서 지난 2017년 1학년으로 재학중이던 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에서 동급생 A군을 언어폭력 등으로 괴롭힌 것이 인정돼 강제전학 조치를 받았다.

이에 정군은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는데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모두 패소했다. 지난 2018년 9월에 내려진 1심 판결문에는 정군의 학교 폭력에 대한 조사 내용 등이 나와 있다.

판결문에 포함된 당시 학교폭력 사안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군는 A군에게 2017년 1학기 체력검사 이후부터 'XX' 등 모욕적인 발언도 여러 차례 했다.

당시 A군은 정모군 등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몸 떨림 현상이 일어났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불안과 우울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안 증세로 30%였던 내신이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떨어졌고, 병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했다.

이에 그 해 12월 말부터 정신과 병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자살 위험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변호사는 측은 "물리적으로 때린 것이 있으면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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