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한강뷰 아파트 전셋값 22억→6억으로 '뚝'…'강남집값' 하락 신호탄?

"시장 상황 악화…강남 집값도, 서울 아파트도 이제 '국지적' 세분화"

 

'부동산 투자 1번지' 서울 강남 아파트 전셋값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최근 가격 하락이 전반적인 추세이긴 해도, 학군과 직주 근접 등 입지 조건이 남다른 강남 전세가가 십수억원씩 빠지는 건 이례적이다. 전세가 등락은 통상 매매가 변동의 전조 징후로 해석된다. 강남 집값이 하락세를 탈 경우 이제 강남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3일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두 달 사이 강남의 아파트 전세가는 종전 최고가 대비 50% 안팎으로 급락 중이다. 래미안청담로이뷰 41평은 지난해 8월 최고 22억5000만원(13층)에 전세 거래됐지만, 같은해 12월 30일 6억원(8층)에 거래돼 73% 하락률을 보였다. 도곡렉슬 27평은 올해 1월 6억3000만원(11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 작년 기록한 종전 최고가 17억원(13층)보다 62% 떨어졌다.

지난 2021~2022년 집값 상승기 20억원 안팎까지 치솟았던 강남구의 대단지 아파트 전세 물건 중 이제 6억원 안팎의 매물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매매가와의 격차도 커졌는데, 래미안청담로이뷰의 매매 물건은 최저 28억~최고 42억원에 올라와 있다. 래미안청담로이뷰는 영동대교 인근에 한강을 끼고 들어선 177가구 규모 단지다. 학군 인기 지역인 '대치동 옆' 도곡렉슬도 이달 11일 체결된 27평 매매 실거래가가 16억원으로, 전세가와의 격차가 상당하다.

더 이상 웬만한 자본 규모론 강남 지역에서 '갭(gap)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집값 상승으로 인한 시세차익을 노리고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이 적은 집을 매수하는 갭 투자는 한국 전세 제도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일례로 래미안청담로이뷰 41평 전셋값이 22억5000만원 최고가를 찍은 시기, 같은 평수 매매 물건은 28억2000만원(5층)에 중개거래됐다. 6억원도 안 되는 자본으로 갭 투자가 가능했단 얘기다.

한국의 고유한 주거 제도이기도 한 전세 시세는 부동산 시장에서 매매가 향방을 가늠할 '바로미터'로 기능하기도 한다. 통상 전세가 하락은 전셋값이 매매가를 받쳐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돼 이후 매매 시세 하락으로 이어져왔다.

실제로 강남 아파트 매매가는 최근 두 달 사이 30% 안팍으로 하락 중이다. 도곡렉슬 27평형은 이달 7일 16억2500만원(12층)에 거래돼 2021년 10월 기록한 최고가 24억6000만원보다 33% 내렸다. 올해 정부의 '1·3 대책' 전후 거래된 매물 대다수는 가격을 내린 '급매물'로 간주되는데,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올해 1월1일부터 2월22일까지의 아파트 전세 거래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강남은 이 '급매물 소진기'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 거래가 다섯 번째로 가장 활발하게 이뤄진 행정구였다.

강남구의 아파트값 하락을 예견하는 지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광수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이 발간하는 부동산 리포트 '광수네 복덕방 2호'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강남의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343가구로,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인 △은평구가 6480가구로 절반 수준이고, △강동 6089 △서초 5313 △동대문 5014가구 순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재개발 붐'이 꿈틀대는 일원동과 개포동 일대를 중심으로 대규모 인구 유입이 예상된다.

이광수 연구위원은 "입주아파트 물량이 증가하면 전세공급이 증가해 전세가격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며 "전세가격이 하락하면 투자로 보유한 주택을 매도할 가능성이 크고, 매도물량이 증가하면 수요가 감소한 상황에서 (매매)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하락폭도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미 일부 대단지 아파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라며 "단기간에 30% 이상의 집값이 빠지고 있는 건 이례적이다. 향후 입주 물량과 전세가격 변동을 관심있게 봐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 상황이 안 좋을 때는 지역별로 양극화가 심해진다"면서 "지역별 양극화, 강남과 비(非)강남뿐만이 아니라, 강남 내에서도 세분화가 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강남 내에서도 서로 몰리는 곳이 세분화 되는 것"이라며 "이제는 강남도, 서울도 국지적 세분화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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