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건강] 만혼에 저출산…난자 냉동보관이 사회적 대안 될까

항암 등의 치료 앞둔 환자들이 난소기능 상실 대비하려 시작
최근 계획 임신이나 가임력 보존 원하는 젊은 여성들이 호응
 
직장인 A씨(41.여)는 2020년 일산차병원 난임센터에서 난소기능 검사 결과를 받고 놀랐다. 당시 39세였던 A씨의 난소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3살 많은 42세였다. 난소의 질도 같은 나이대 중 하위 10~30%에 그친다는 의료진 설명을 들었다.

A씨는 당시 결혼 계획이 없었지만, 난소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사 설명에 따라 난자 냉동보관을 결심했다. 그해 4~5월 3차례에 걸쳐 난자를 채취해 병원에 맡겼다. 그러다가 A씨는 지금의 남편을 만나 2022년 6월 결혼에 이르렀다.

하지만 마음처럼 자연 임신은 잘되지 않았고 A씨는 냉동보관했던 난자를 이용해 시험관 아기 시술을 했고 지난해 원하던 임신에 성공했다. A씨는 오는 7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

22일 난임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8년 이후 매년 20만명 이상의 인구가 난임으로 진료받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전국 출산력 실태조사 결과 배우자가 있는 여성의 12.1%가 1년 이상 피임을 하지 않았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을 늦게 할수록 난임을 경험할 비율도 높아지는 가운데 난자 냉동보관이 관심을 얻고 있다. A씨처럼 미혼 여성이 난자를 미리 냉동보관해뒀다가 자연 임신이 되지 않을 때 동결 난자로 인공수정을 한다.

류혜진 차 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 난임센터(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계획 임신이나 가임력 보존을 원하는 젊은 여성들은 난자 냉동보관을 택하는 추세"라며 "출산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의 차병원 네트워크가 지난 2021년에 수행한 미혼 여성의 난자 냉동보관 시술 건수는 1194건으로 2020년 574건의 2.1배에 달한다. 10년 전인 2011년(9건)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다.

류 교수는 "38세 이하면서 보존한 난자가 20개 이상일 때는 임신 성공률이 최고 70%까지 높아진다"는 해외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도 연령대와 난소기능에 따라 성공률 편차는 크다고 했다. 난자 냉동보관의 개념과 유의점을 그의 도움말로 알아봤다.

류혜진 일산차병원 산부인과 난임센터 교수가 30일 일산 차병원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3.1.30/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아직 비급여…비용 지원 기대, 30대 중반에 받는 게 효율적"

여성은 약 100만개의 생식세포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 중 초경 이후 폐경에 이르기까지 약 400~500개가 배란된다. 나머지 생식세포는 나이가 많아지며 세포가 사멸되는 과정을 통해 점차 줄어들고 곧 폐경으로 이어진다.

세포의 감소세는 만 35세 이후로 빨라지고 난자의 질도 떨어진다. 따라서 냉동보관은 남아있는 세포 수를 의미하는 난소 예비력이 떨어지기 전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 난소 예비력은 호르몬 검사와 난소 나이 검사(항뮬러관호르몬·AMH)로 확인할 수 있다.

류 교수는 "주로 항암치료를 앞둔 암 환자들이 난소기능 상실에 대비해 시작된 냉동이 최근 계획 임신이나 가임력 보존을 원하는 여성들로 확산했다"며 "검사로 난소 예비력을 확인한 만큼 난소가 노화되기 전, 미래를 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난자 냉동을 결정했다면 난자 채취 가능 여부를 확인한 다음 생리 시작 후 2~3일째 병원에 내원해 과배란 유도 주사를 처방받는다. 본인이 피하주사를 복부에 10일가량 놓으면 되는데 난포가 다 자라면 난자를 채취한다.

그는 "과배란 유도 주사는 난포자극호르몬의 수치를 높게 해 난포가 자라는 것을 돕게 한다"며 "마취 상태에서 바늘로 난소를 찔러 난자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통증이 있겠지만 견딜만 하다"고 소개했다.

채취하는 난자의 수는 연령별로 차이가 난다. 그는 "30대 중반이라면 10여개를 채취하지만 고령일수록 난자 수가 많아야 성공률을 올릴 수 있다. 40대라면 30개는 모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국 뉴욕대학 난임치료센터 연구팀은 최근 "동결 난자를 이용한 평균 출산 성공률이 (전체적으로) 약 39%에 그치지만 38세 이하면서 보존한 난자가 20개 이상일 때는 성공률이 최고 70%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차병원 서울역 난임센터는 글로벌 난임 치료를 비롯한 37난자은행, 가임력 보존은행과 정자은행, 태아 유전자 센터 등을 운영한다. 사진은 난임센터 내 차바이오뱅크. 2016.2.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채취된 난자는 영하 210도의 액체질소로 급속 냉동한 뒤 난자은행에 안전하게 보관된다. 임신을 원할 때 해동해 정자와 수정시킨 후 배아를 키워 자궁 안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임신을 시도한다.

류 교수는 "차병원은 미세한 전기자극을 줘 난자가 활력을 찾게 하는 장비인 '피에조'를 활용한 시험관 시술로 수정률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보통 5년을 보관하며 그 후 연장 시기를 상의한다. 5년 이상 보관하더라도 성공률이 크게 변하진 않는다.

난자 채취부터 보관에 드는 비용은 병원마다 다르지만 약 300만~350만원 정도로 전액 비급여라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는 한국이 전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는 만큼, 난자 냉동보관 같은 난임 시술비 부담을 줄일 정책은 필요해 보인다고 첨언했다.

이어 "난소기능, 가임력에 대해 산부인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뒤 결정하면 된다"며 "간혹 기형아 출산 우려를 하는 경우도 있던데 '일반 자연임신과 큰 차이 없다'는 국외 연구 결과가 있다. 이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한편 난자 냉동보관은 1998년 차병원에서 세계 최초로 '유리화 동결 기술'을 개발한 뒤로 시작됐다. 차병원은 이때 유리화 난자동결법을 개발했고 1999년 이를 통해 아기 출산에 성공했으며, 1999년부터 세계 최초로 난자뱅킹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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