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회식 싫어한다고요?"…'X세대' 부장님들이 오해하는 것

"회식이 싫은 건 아니다…기피하는 회식이 있을 뿐"

권위적 '라떼'·강압적 참석 부담…'경청'하는 상사와 회식 선호

 

"나는 회식이 싫지 않아. 오히려 즐겁던데?"


며칠 전 대학교 동기 모임에서 20대인 친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친구는 요즘 유행하는 말로 'MZ세대'인 데다 내향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지요. 그런 만큼 그의 '회식 좋다' 발언은 이해하기 힘든 것으로 비칠 수 있겠습니다.


◇"회식 자체가 싫은 건 아니다"


물론 친구가 모든 회식을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몇 가지 조건을 제시했습니다. 참석과 음주를 강권하지 않는 회식, 이른바 '핫플레스'(명소) 레스토랑에서 하는 회식, 수평적인 분위기의 회식, 1차에서 마무리하는 회식이 좋다는 것입니다.


어느덧 사회인이 된 동기들은 사회생활 필수 모임인 회식을 논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하나의 결론에 다다랐습니다. "회식 자체가 싫은 것이 아니다. 그러나 기피하고 싶은 회식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기피하고 싶은 회식'은 무엇일까요? 권위적인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가 안주 위에서 춤을 추는 회식입니다. 강조하건대, '라떼라면 죄다 거부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권위적인' 라떼가 부담스럽다는 의미입니다.  


"나 신입사원일 때는 회식이 잡히면 경조사를 제외하고 다 참여했다. 요즘은 왜 이리 참석률이 저조한가."


"나 신입사원일 때는 상사 술잔만 보고 있었다. 술잔이 비워지면 바로 채워줬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회식을 즐기고 싶다가도 이 같은 훈수를 듣는 순간 감정이 확 상한다는 것이 MZ사원들의 공통된 말입니다. 다름과 틀림은 엄연히 다른데, 이런 '라떼'는 요즘 사원이 틀렸다는 전체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상사와의 회식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음식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무겁게 만드는 '기피형' 회식은 또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회식을 강권하는 메시지'입니다.


'이번 회식은 되도록 모든 직원이 참석하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아랫사람 입장에선 '되도록'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반면 '선택의 기회'를 주는 회식에는 되려 참석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합니다. 


에컨대 '회식에는 강제로 참여할 필요 없다. 시간되는 분만 참석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회식에 참석하게 합니다. 이럴 경우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회식의 순기능으로 이어질 수 있지요.


상사가 좋은 의도로 마련했다고 해도 MZ사원 입장에선 다소 난감한 회식도 있습니다. 술잔을 채워주며 "자유롭게 불만을 얘기하라"는 경우입니다.


사실 이는 전제부터 성립되기 힘듭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상사와의 회식은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지요.


부하 직원의 애로를 진심으로 알고자 한다면 회식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출퇴근하는 데 힘든 건 없는지, 담당 업무가 자신의 관심사와 맞닿아 있는지, 업무 효율을 저해하는 환경적 요인은 없는지 등을 물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렇다면 '이 선배가 지금 나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구나'는 느낌이 전달될 것입니다.


'MZ세대는 눈치 안 본다'고들 하지만 대부분은 상사가 어떤 유형인지 간파하는 눈썰미를 갖추고 있습니다. 불만이나 애로를 얘기해도 뒤끝 없이 경청하는 상사가 앞에 있다면, 술잔을 채우기도 전에 이미 고민을 술술 털어놓고 있을 것입니다. 


◇"부장님, 우리 회식 언제 하나요?"


마지막으로 회식의 종료 시점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MZ세대 뿐 아니라 X세대와 그 전 세대인 베이비부머 세대 사이에서도 일과 생활의 균형인 '워라밸'을 중시하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고려해 1차에서 회식을 종료한다거나 점심시간에 회식을 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 같습니다.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는 '요즘 애들 버릇없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세대 갈등은 인류가 존재한 이래 계속 있었던 거지요.


특히 이제는 부장님이 된 X세대는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초중반 '압구정동 오렌지족'으로 요약됐던 X세대는 천편일률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개인주의를 추구했으며 톡톡 튀는 개성을 표출하는 세대였습니다.


그때 베이비부머 부장님들은 '요즘 신입사원들은 버릇없다'며 혀를 차고 있었겠지요.


전국의 부장님들은 과거를 한 번쯤 떠올려 MZ세대를 대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MZ라서 그렇다"고 하기보다 "나 때는 더 버릇 없었다"며 사회 초년생의 애로와 경험담을 공유하고 성장 노하우를 전수해 주면 어떨까요?


MZ세대를 개별적인 존재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회식을 싫어할 줄만 알았던 MZ사원들에게서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들이 먼저 "부장님, 대체 회식 언제 하나요"라고 재촉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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