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웃돈 美 물가에 한은 고심…다음주 1분기 최후 금리 결정

 

1월 미국 물가 6.4% 올라…예상 웃돌고 둔화세↓
한미 금리차 경신 부담…금리 인상-동결 안갯속

 

연초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조기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향한 시장 내 기대가 멈칫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준이 최고 금리 수준을 더 높고 길게 유지할 수 있다는 예상이 강화되면서 1분기 마지막 금리 결정을 약 1주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게 됐다.

미 노동부는 14일(현지시각)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4% 올랐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이 7개월 연속 둔화했지만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6.2%)보다는 높았다. 또 전월(6.5%)에 비해선 0.1%포인트(p) 줄어드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물가 둔화 속도가 더뎌졌다면서, 종전보다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6월까지 기준금리를 5.25%~5.50%로 인상할 가능성은 한국시간으로 15일 오전 기준 46.9%로 전날의 42.1%에서 상승했다.

즉, 6월까지 3차례 금리 결정 회의에서 연준이 모두 0.25%p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강해진 셈이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4.50~4.75%다.

반면 6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5.00~5.25%로 올릴 것이란 기대는 40.4%로 전날의 44.6%에 비해 약화됐다.

이번 물가 발표로 인해 미국 최종금리를 5.25~5.50%로 보는 시각이 강화된 상황으로 풀이된다. 이는 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가 3월과 5월, 6월까지 꾸준히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적어도 1월에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세 둔화)이 더 확산되는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면서 "이달 초 발표된 고용지표에 이어 연준이 매파적 스탠스를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류진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미국의 강한 고용시장을 바탕으로 한 견조한 수요가 확인된다면 금리 인상 종료 시점에 대한 기대는 5월에서 6월로 넘어갈 수 있다"고 봤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오는 23일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여는 한은 입장에선 이 같은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환율 안정세가 뒷받침돼 한은이 연준으로부터 자유로운, 국내 사정에 보다 집중한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있지만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을 종전 최대치보다 넓히는 데에는 만만찮은 부담이 뒤따른다.

현재 한은 기준금리는 3.50%다. 한미 금리가 1.25%p 차이로 역전돼 있다.

역대 한미 간 최대 역전 폭이 1.50%p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 3.50%로 동결할 경우 2000년 10월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을 유지하게 된다. 그 뒤로는 연준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최대 금리 차 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한미 금리 차가 계속 확대될 경우 외국인 자금이 증권 시장에서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겨우 되찾은 외환시장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다.

하지만 미 기준금리가 5.25% 넘게 오르진 않을 거라는 시각도 여전히 강한 상태다.

이번 물가 오름세를 주도한 것은 주거비와 가솔린·천연가스, 전반적인 서비스 등이었다. 특히 주거비의 경우 시장 침체와 지수 가중치 상향으로 인해 2분기부터는 물가를 오히려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됐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 4∼5월 이후 주거비 상승 압력이 둔화될 것이고 이는 상반기 물가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상향 조정될 수 있으나 상반기 중반 이후엔 다시 하향 조정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최종금리 수준이 5.25% 이상으로 인상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도 "연준 인사들이 언급했듯 디스인플레이션이 선형으로 빠르게 진행될 순 없다"며 "(이달 물가 지표에) 추가 진전은 없었지만 인플레이션이 다시 확대되는 것도 아니다. 연준이 3월과 5월 금리 인상을 이어갈 가능성은 높지만 그보다 긴축이 더 가팔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 연구원 역시 "이미 물가 피크아웃(정점 통과)을 확인한 상황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만큼 추가 긴축 명분은 약해졌다"며 "노랜딩(경기 무착륙) 혹은 연착륙을 위한 연준의 5월 금리 인상 종료에 무게를 둔다"고 판단했다.

한은이 경기 둔화를 고려해 향후 금리 동결로 경제 성장을 뒷받침할지, 물가와 한미 금리 차를 고려해 금리를 한 차례 더 올릴지는 아직 안갯속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미국과 금리 격차가 커질 때는 금융 안정에 대한 걱정을 고려하면서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국내 상황을 보며 금리를 결정할 여건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1분기 마지막 정례 금리 결정이다. 차기 회의는 3월을 건너뛰고 4월11일 개최된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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