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창문 막고 TV엔 19금 영상이…룸카페, 청소년 '탈선 온상' 될라

 

청소년 출입 고시상 창문 막으면 안돼…나이 확인 없이 출입 가능
전문가 "단속도 중요하지만 청소년들 문화 공간 마련 대책도 필요"

 

최근 여성가족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청소년 룸카페 단속을 요청하면서 단속이 강화된 가운데, 부산의 룸카페도 미성년자 출입 관리가 미흡해 청소년들의 '탈선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7일 오후 취재진이 방문한 부산의 한 룸카페에는 중·고등학생 커플들이 문을 열고 불이 꺼진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성인실과 청소년실이 따로 구분되지 않았고, 문에 달린 창문은 종이나 스티커로 덮여 있어 밖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다. 청소년 출입·고용금지업소 결정 고시에 따르면 이는 단속 대상에 해당한다.

이전에 해당 룸카페는 창문을 개방했지만, 학생 손님들이 불편하다며 가려달라는 요구를 잇따라 제기하면서 종이 등을 덧댄 것이다.

방 내부의 매트 위에는 쿠션과 담요, TV가 있었다. TV에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유튜브 등이 설치돼 있었고, 미성년자가 볼 수 없는 성인물 영화도 인증 없이 쉽게 재생할 수 있었다.

룸카페 복도는 흡연실과 연결돼 있어 학생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였다. 흡연실 출입문에 '미성년자 출입금지' 등 문구도 없었다. 흡연실 내부에는 의자 1개만 있었고 재떨이가 없어 담배꽁초가 바닥에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룸카페 직원 A씨는 "종종 청소년 방안에 끈적한 휴지나 콘돔 등이 발견된 경우도 있고 음란한 소리를 들은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룸카페에는 방문에 창문이 있었지만, 대다수 방에 불이 꺼져 있어 내부가 잘 보이지 않았다. 일부는 창문이 너무 높은 곳에 설치된 탓에 불이 켜져 있어도 방 안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룸카페는 청소년방이 따로 없어 별다른 인증 없이도 성인물 영상을 시청할 수 있었다. 룸카페 직원은 취재진에게 성인물 영상을 보려면 별도로 직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지만, 실제 TV를 켜보니 인증 없이도 쉽게 재생할 수 있었다.

부산의 한 룸카페에서 성인 영화를 별다른 인증 절차 없이 볼 수 있는 모습.2023.2.7/뉴스1 박명훈 기자


최근 타지역에서 룸카페 단속 소식이 잇따르자 업주들도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룸카페 직원 B씨는 "청소년 유해시설에 대한 기준이 정확히 무엇인지 문의해도 명확한 답을 받지 못했다"며 "룸카페가 단속의 주요 대상이 되는 것 같아 불만은 있지만, 일하면서 성적 행위가 의심되는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룸카페 직원 C씨는 "창문이 다 붙어 있어도 크기가 작고 높은 곳에 있어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은 사실"이라며 "직원 1명이 관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완벽하게 감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청소년실과 성인실을 구분하거나 청소년실이 만실이 될 경우 성인실을 열어주되 문을 개방한 채 운영하는 등의 룸카페도 여럿 있었다. 이곳 룸카페들은 '변종 룸카페'로 인해 정상 영업을 하는 업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지자체 및 경찰에 '룸카페에 대한 단속 및 신고·고발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룸카페 방마다 창문을 구비하는 경우 청소년 출입이 허가되지만, 성인물 영상을 금지하지 않거나 최근 들어 샤워실 구비 등 '변종 업소' 형태로 확산하는 룸카페가 생기면서 관리 강화 차원에서 단속이 실시되고 있다.

여가부 관계자는 "최근 단속된 룸카페의 경우 '자유업'으로 등록된 경우가 많았는데, '비디오물 감상실업'으로 등록돼 있지 않은 이상 OTT 등을 제공하는 TV를 구비할 수 없다"며 "창문이 불투명하게 설치되는 등 청소년 보호 관리가 어려워지면서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룸카페를 이용한 청소년들이 연령 확인 절차 없이 출입하는 등 관리가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7월부터 10월까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가부의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 9510명 중 14.4%가 멀티방·룸카페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나이를 확인하지 않고 출입한 응답자는 2명 중 1명꼴(49.3%)이었다.

전문가들은 룸카페 단속이 청소년들의 자유권에 대한 억압보다는 학교폭력 등 범죄의 온상지로 악용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수정 신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변종 룸카페가 적지 않게 만연해 있고 청소년의 탈선 행위를 막기 위해선 단속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며 "단속을 강화하기만 하면 새로운 변종 업소가 생길 수 있으니 청소년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대책 마련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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