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놓칠까 봐"…병역비리 유혹에 빠지는 연예인·운동선수 해결책은?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입영 연기 나이 제한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병역비리 저질러도 1년 미만이나 집행유예가 대부분이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신체검사 대상자 24만8000명인데 판정 의사는 턱없이 모자라"


최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병역면탈 시도에 대해 전문가들이 내놓은 해법들이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병역비리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연예인·운동선수 사실상 '30살' 은퇴…'형평성' 조심히 접근해야


"최고의 전성기인데 놓치면 다시 누릴 수 있을지 두려웠습니다"

병역 면탈을 시도했던 한 유명 운동선수가 군 법정에서 했던 말이다. 군 법무관 출신 윤병관 변호사는 "연예인·운동선수 대부분 적발 이후 경력 단절의 두려움과 불안함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호소했다"고 말했다.

연예인과 운동선수들은 직업 수명이 짧은 특수성을 고려해 젊은 시절 한창일 때 평생 수입의 대부분을 벌어야 한다.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로 인한 경력 단절이 병역 면탈을 시도하는 주된 이유다. 제대 후 다시 연예인, 운동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스하키 실업팀에 입단한 A씨는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운 입단 시험을 통과했는데 언젠가 군대에 가야 된다는 압박감에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난다"며 "2년 동안 하키를 못하는 것이 큰 부담이고 제대 후 팀에 다시 복귀를 할 수 있을까 불안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연구요원이나 산업기능요원은 대체복무제로 경력을 이어갈 수 있지만 운동선수들에게 대체복무제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병무청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문연구요원은 7038명, 산업기능요원은 1만8484명이 복무하고 있다. 이에 반해 병무청에서 발표한 '2023년 1차 국군체육부대 선수(병) 모집 계획'을 보면 23개 종목 213명에 불과하다.

연예인은 이마저도 부럽다. 이남경 한국매니지먼트 연합 국장은 "연예인은 사실 30대가 넘어가면 수명이 끝난다고 볼 수 있다"며 "전문연구요원이나 극소수지만 운동선수는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데 연예인은 아예 방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입영 연기 나이 제한을 늘려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는 만큼 국민적 합의가 선결조건이다. 현재 병역법상 만 30세가 넘으면 입영 연기 신청을 할 수 없다.

윤 변호사는 "전성기를 누릴 수 있게 병역 의무 기간을 늘려주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오히려 연예계나 스포츠계에 특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형평성을 고려해 국민 정서상 맞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용철 서강대 스포츠심리학과 교수도 "특수성을 고려해 징집을 유예하거나 시간을 더 줘서 전성기가 지난 다음 의무를 수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종목마다 전성기가 다르고 기준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행하기엔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엘리트 선수 교육 과정'을 개선해서 꼭 운동이 아니라도 다른 방식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롤모델이 나올 때 병역 비리가 해결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 전문가들 "병무청 역할도 중요…특사경·병역판정제도 개선 필요"


이번 대규모 병역 비리 사건에서 주목할 점은 일반인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과거 병역 비리는 고위공직자 아들, 연예인, 스포츠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인터넷 블로그, 네이버 지식인과 엑스퍼트(전문가 질의응답) 등이 병역 브로커들의 영업 무대가 되면서 일반인들도 병역 면탈 정보를 검색만으로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먼저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병역 면탈 혐의가 인정되면 병역법 86조에 의해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그러나 윤 변호사는 "실제 형량은 대부분 1년 미만이나 집행유예"라고 설명했다.

우지영 행정사는 "남의 돈을 편취한 횡령도 5년, 사기죄도 10년이 나오는데 국민의 의무인 병역 비리를 일으킨 사람에게 1~5년 형량은 너무 약하다"며 "법이 강화되면 병역 비리는 무서운 범죄라는 인식 때문에 일반 예방이 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병역 면탈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브로커들은 일반적 병역 면탈 행위자보다 더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병무청의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제도 강화와 병역 판정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윤 변호사는 "병무청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은 현재 40명 밖에 없고 인터넷 광고를 통한 병역 면탈 시도가 많은데 모니터링 요원은 전국에 1명뿐이다"며 "특사경의 인력을 보충하는 것도 병역 면탈 시도를 잡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무청 특사경은 지능화, 다양화되는 병역 면탈 행위에 대응하고자 2012년 4월18일 처음 도입됐다.

병역 판정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문언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인력연구센터장은 "매년 병역 판정검사전담의사는 50여명, 군의관은 700여명 선발하는데 검사를 받는 인원은 올해만 24만8000명이다"며 "병역 대상자는 많은데 판정하는 의사는 적으니 뇌전증처럼 판독이 어려운 질환은 시간에 쫓겨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뇌전증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질환의 경우 관련 전문의가 발행한 진단서만 인정하는 방식으로 보완하고 1주, 1달, 6달 기간으로 사후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 행정사는 "현재 신체 등급 4급 이하는 중앙신체검사소에서 심의하는데 당사자를 불러 신체검사를 다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치료 이력과 병명에 대해 평가할 뿐"이라며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2차, 3차 교차 검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병무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대책이나 향후 개선 방안은 아직 발표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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