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다시 '평양 봉쇄령'…코로나19 재확산이냐 열병식 준비냐

25일부터 '5일간 봉쇄령' 조치 공식 확인…"호흡기 질환 확산"

내달 대규모 이벤트 앞두고 '사전 정비' 차원일 수도

 

북한의 수도 평양에 지난해 5월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봉쇄령'이 내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 가능성과, 내달 초 대규모 이벤트를 앞둔 '사전 정비'라는 해석이 26일 동시에 제기된다.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전날인 25일 평양 내부의 소식통을 인용해 평양에 5일간의 봉쇄령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조치는 포고문 형식으로 전 주민에게 안내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보도는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대사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 외무성이 보낸 통지문 전문을 공개하며 이번 조치가 25일 0시부터 29일 24시까지 적용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통지문에서 봉쇄령은 '독감 및 기타 호흡기 질환'의 확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상황에 따라 이 조치가 3일간 연장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봉쇄령에 따라 전 주민과 북한 내 외교관들, 차량까지 모두 이동이 제한된다고 한다. 또 하루에 4번 체온을 측정해 이를 방역당국에 통보해야 한다.

다만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이같은 조치에 대해 이날 오전까지 별도의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조치가 평양 외에 다른 지역에도 적용된 것인지도 아직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평양에 코로나19가 재확산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북한은 일단 '독감 및 호흡기 질환'으로 인한 통제임을 공문서를 통해 밝히면서도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리 정보당국 역시 아직 평양의 상황을 '코로나19 재확산'과 연계지어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공표한 바 있다. '국가 대동란'으로 규정한 당시 사태가 불과 90여일 만에 '종료'된 뒤 북한은 자국 내 코로나19가 완전히 박멸됐다는 주장을 수개월 째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 코로나19가 강원도를 통해 남측으로부터 유입된 뒤, 강원도에서 평양으로 이동한 인원으로 인해 전파됐다고 밝힌 만큼, 평양의 상황을 아직 단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5월12일에 처음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알리면서도 코로나19는 4월 말부터 전파됐다고 밝히면서 나름의 '조사 및 판단'의 기간을 거쳤음을 시사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의 열병식 장면.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다만 평양에서 확인되는 다른 상황들은 현재의 상황이 코로나19와 무관하다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내달 8일 북한의 정규군인 조선인민군 창건 75주년 기념일 즈음으로 예상되는 군 열병식 준비에 박차를 가해왔다. 이번 행사가 인민군 창건을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것으로 단언할 수 있는 수준의 군중시위 문구가 위성사진으로 확인될 정도였다.

열병식 준비는 지난해 12월부터 대대적으로 진행됐다. 열병식에 군인과 주민들을 합쳐 10만명가량의 인원이 동원되는 만큼, 이미 평양에 전국에서 모인 인원이 집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됐을 경우 북한은 평양에 대한 단순 봉쇄령 외에 상당한 수준의 전 국가적인 봉쇄 및 통제 조치를 이미 단행했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번 조치가 내달 행사를 앞둔 '사전 정비' 차원에서 단행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4월25일에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기념 열병식 등 4월의 각종 정치행사에 참석한 지방의 인원으로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전파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올해 행사에는 이를 대비한 강도 높은 사전 방역 조치가 예상되기도 했다.

공교로운 것은 이번 조치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예상 밖 잠행' 속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김 총비서는 지난해 12월26~31일에 열린 당 중앙위원회 8기 6차 전원회의를 주재한 뒤 새해 첫날 조선소년단원들을 만난 것 외에 올해 공개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가 지난해 최장기 '잠행'했던 기간은 약 3주 정도로 판단되고 있는데, 올해 잠행 기간이 이미 3주를 넘긴 상황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김 총비서가 봉쇄령 기간 동안에도 잠행을 이어가고 '호흡기 질환' 상황이 호전된 뒤 2월 초로 예정된 행사에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특히 북한은 김 총비서도 열병식 등 행사에 참가한 가운데 코로나19가 평양에 확산된 작년 4월의 상황을 내부적으로 상당한 수준의 '위협'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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