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목욕탕…한파에 난방비 폭탄 맞은 소상공인

가스·전기·수도요금 앞다퉈 치솟아…"영업할수록 적자"
코로나 이후 960개 폐업…가스·전기료 현실화에 '더 암울'

 

 #. 서울 성동구에서 목욕탕을 운영하는 A씨는 개점휴업에 들어간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영업할수록 적자지만 업종 특성상 철거비용이 많이 들어 폐업도 쉽지 않다. 그는 지난 연말특수로 코로나19 장기화 피해를 복구할까 내심 기대도 했지만 전기·가스·수도 요금이 모두 치솟으면서 사실상 폐업을 강요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겨울철 한파에 폭설까지 내리는 가운데 가스요금이 급격히 오르며 목욕탕·찜질방·식당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목욕탕은 코로나 팬데믹에 이어 공공요금 인상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전기·가스·수도 요금에 고지서를 받을 때마다 시름이 깊어진다. 기껏해야 1000~2000원 올릴 수 있는 입장료로는 버틸 수 없다는 얘기다.

26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목욕탕·사우나·찜질방 등 목욕장업으로 등록한 업소 중 2020년 3월(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이후 현재까지 폐업한 업소는 960개로 집계됐다.

서울서도 3년간 총 243개 목욕탕이 폐업했다. 폐업 신고를 하지 않고 무기한 휴업에 들어간 영업장을 고려하면 문을 닫은 곳은 더 많다.

서울시 목욕장업 인허가 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문을 닫은 68개 업장 중 30%는 20년 넘게 운영한 업장들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2020년~2021년) 173곳이 폐업할 때도 버틴 업장들마저 끝을 모르는 공공요금 인상에 한계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욕탕용 상수도 요금은 2020년 사용량에 따라 ㎥당 360~420원에서 지난해 사용량과 관계없이 440원으로 올랐다. 올해부터는 ㎥당 500원까지 인상했다. 전기료도 지난해 4·7·10월 세 차례에 걸쳐 총 ㎾h당 19.3원 오른 데 이어 올해 1분기부터는 ㎾h당 13.1원이 추가로 올랐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올리면서 전년 동기대비 약 38% 상승한 상태다. 특히 지난해 10월 메가줄(MJ)당 15.60원에서 18.32원으로 17.4%나 올렸다.

A씨는 "코로나19 영업제한 터널을 지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되면서 경영 환경이 좋아지나 싶었더니 영업하면 오히려 적자를 보는 상황"이라며 "손님은 많지 않은데 가스·전기·수도요금이 다 오르면서 입장료를 1000원~2000원 올려선 답이 없다. 조만간 폐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요금에 존폐위기에 몰린 곳은 목욕탕뿐이 아니다. 기대한 연말 특수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식당도 늘어나는 고정비용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18만~20만원 나오던 가스비가 이제는 30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하소연했다. 전기요금도 30만원 수준에서 5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약 66% 올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시내 한 목욕탕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2022.12.2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앞으로 전망은 더 암울하다. 정부가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누적 적자·미수금을 2026년까지 완전 해소하기 위해 전기·가스요금을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계획이어서다.

가스공사는 난방 수요가 몰리는 올해 1분기에 대해서는 가스요금을 동결했지만 2분기부터 1MJ(메가줄)당 최소 10원 인상을 예고했다. 적자(미수금) 규모가 9조원까지 늘어 추가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전망이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가스요금 등을 올릴 수밖에 없는 정부의 현실은 인정하지만 힘든 것은 현실"이라며 "상인들은 지금 당장도 힘들기 때문에 아직 뚜렷한 대책도 세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