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살해한 어머니에게 법원은 왜 '최대한의 관용' 베풀었나?

"어머니라도 생명을 결정할 순 없지만" 장애 딸 살해 친모 '선처'
검찰, 징역 12년 구형했지만…1심 집행유예 선고

 

"아무리 어머니라 하더라도 피해자(딸)의 생명을 처분하거나 결정할 권리는 없다. 그러나 38년간 피해자에게 최선을 다해온 피고인에게 이 사건 발생의 탓을 오로지 돌리기는 어렵다."


38년간 장애를 앓던 딸을 돌봐오던 중, 그 딸이 또 다시 대장암에 걸려 더이상의 희망이 보이지 않자 급기야 살인 범행에 이른 A씨(63)에 대한 1심 판단의 일부다.

A씨는 최근 인천지법 제14형사부(재판장 류경진) 심리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일가족과 다같이 손을 꼭 맞잡은 채 법정에 들어섰다.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법정에 선 A씨는 가족들과 초초하게 판단을 기다렸다.

검찰은 앞선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징역 12년의 중형을 구형한 터였다. 실형을 면하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 A씨와 가족들의 맞잡은 손은 더욱 간절해 보였다.

판결 선고가 내려졌다. A씨의 1심 판단을 맡은 재판부는 정상을 참작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 선처했다.

A씨와 가족들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힘겹게 법정 밖을 나섰다.

A씨의 아들과 가족들은 앞서 재판부에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 갇혀 살아온 어머니를 감옥 안에서 고통 받게 할 수 없다"며 잇따라 선처를 호소해왔다.

돌 무렵부터 난치성 뇌전증, 좌측 편마비, 지적장애 등을 앓으며, 의사소통, 교감도 못하고 대소변까지 처리해줘야 하는 딸을 극진히 돌봐왔던 어머니였다.

혹시나 딸에게 냄새가 나지 않을까, 불편하지는 않을까, 수시로 새 옷을 갈아 입히고 지극 정성 간호해왔다. 38년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이어진 A씨의 정성은 최근 대장암 판정을 받은 딸의 항암치료 불가 통보를 받으며 무너졌다.

혈소판 감소 증세로 항암치료를 받지 못하자, 딸의 고통은 더욱 극심해졌고, A씨는 고통스러워 하는 딸의 모습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다. A씨는 딸의 고통을 없애주고 싶었다. 이어 곧바로 자신도 딸의 곁으로 갈 생각이었다.

A씨는 법정에 서서 "먼저 죽으면 딸을 누가 돌볼까 걱정돼서…"라면서 "60년 살았으면 많이 살았다고 생각해 끝내자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잘 돌봤어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A씨는 지난해 5월23일 오후 4시30분쯤 인천 연수구 동춘동 아파트 주거지에서 30대 친딸 B씨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범행 후 자신도 수면제 복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수면제 양이 부족해 미수에 그쳤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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