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깎아줘도 '고금리'는 여전…4억 영끌족 '한탄'

기존차주는 금리인하 혜택 어려워…주담대 연 7% 여전히 높아

정부개입에 급격한 금리인상 없겠으나 장기간 고금리 불가피

 

은행들이 금리인상기 취약차주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금리 인하에 동참하고 나섰으나, 기존 차주에는 적용되지 않고 고금리 기조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어서 명절 후에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족들의 빚 고통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대출창구와 주요 대출·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빚 부담을 토로하는 차주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은행들이 금리인하 혜택을 내놨음에도 실제 체감은 적다고 지적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금리 인상 자체 요청에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의 대출금리 인하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금리인하는 기존 대출자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은행들은 우대금리 항목을 확대하고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금리를 인하했는데, 이 혜택은 신규 대출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금리인하 노력에 올 초 연 8%를 넘었던 주담대 변동금리 최고금리는 현재 가까스로 7% 초중반대로 내려왔으나, 저금리 기조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지난주(19일 기준) 연 4.64~7.43%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연합회 통계에서 차주들이 17개 은행에서 지난달 실제 이용한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6.33%에 달했다. 11월 대비 0.12%p 더 올랐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3% 초중반에서 5% 초반대에 형성돼 있었다. 1년 새 이자부담이 많게는 2배 이상 늘어난 차주가 적지 않다.

1~2년 전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에 4억원을 연 3.5% 금리(30년 만기, 원리금균등 조건)로 빌린 경우 대출 초기 월이자 부담은 116만원(연간 약 1392만원)이었다. 원금을 합친 원리금은 179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연 7%로 오르면 초기 월이자는 233만원(연간 약 2796만원)으로 2배가량 늘어난다. 원리금까지 더하면 은행에 매월 266만원을 갚아야 한다.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3192만원으로, 직장인 연봉의 상당 수준에 육박한다. 월급을 고스란히 은행에 내야 하는 셈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대다수 전문가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적정 최종금리로 지금의 3.5% 또는 1분기 한 번의 추가 인상으로 3.75%를 찍은 이후, 장기간 같은 수준을 유지하는 '개마고원' 형태의 금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적정 최종금리 수준에 근접했고, 금리안정을 위한 정부의 개입과 자금시장 경색 완화에 따른 시장금리 안정 등으로 일단 금리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은 낮아진 상태다.

그러나 이미 대출금리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고, 당장에 금리인하 시기를 예측하긴 어려운 상황이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 고통은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여부와 정부의 금리상승 억제 정책 종료 등에 따라 금리는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지난주 시카고 연설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음에도,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앞서 이달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결정지은 뒤 기자 간담회에서 "물가가 정책목표상으로 수렴해가는 것을 확신하기 전까지 금리인하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연내 금리인하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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