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속의 벽' 뛰어넘은 KF-21… 순수 국내기술 개발 항공기 최초

 

2003년 초음속 비행 성공한 T-50은 美와 기술협력으로 개발
미국보다 70년 늦었지만 '세계 8번째' 기체 안전성 검증 의미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가 17일 역사적인 첫 초음속 비행에 성공했다. KF-21 개발이 당국의 계획대로 앞으로 2000여회의 비행시험을 거쳐 오는 2026년 완료될 경우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세계 8번째 초음속 전투기 개발국이 된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17일 오후 2시58분쯤 경남 사천 소재 공군 제3훈련비행단에서 이륙한 KF-21 시제 1호기는 오후 3시15분쯤 남해 일대 상공을 고도 약 4만피트(약 1만2200m)로 날면서 음속(마하1, 시속 약 1224㎞)을 돌파했다.

KF-21은 이번 비행에서 마하1.05(시속 1285.2㎞)를 넘나드는 초음속 비행을 3차례 시도해 모두 성공하는 등 56분간의 비행임무를 수행한 뒤 오후 3시54분쯤 무사히 귀환했다.

국내 개발 항공기의 초음속 비행 성공은 지난 2003년 국산 고등훈련기 T-50 '골든이글'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러나 T-50의 경우 미국(록히드마틴)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개발한 기종인 반면, KF-21은 설계부터 생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우리 독자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에서 이번 초음속 비행 성공엔 '남다른' 의미가 있다는 게 관계당국과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초음속 비행'은 문자 그대로 음속, 즉 소리의 속도보다 빠르게 난다는 것을 뜻한다. 현재 각국 공군이 운용 중인 주력 전투기는 대부분 마하1 이상의 속도를 유지하며 작전을 수행하는 만큼 KF-21 개발과정에서도 필수 과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기체를 개발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항공기의 속도가 마하1을 돌파하면 공기 저항 때문에 날개 등 기체에 충격파가 발생질 뿐더러 주변 공기 흐름이 불안정해져 심할 경우엔 기체가 파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시제 1호기가 17일 초음속 비행하고 있다. (방위산업청 제공) 2023.1.17/뉴스1


초음속 비행을 세계 최초로 수행한 조종사가 누군지는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장에서 급강하하는 전투기를 몰았던 조종사들이 초음속 비행을 처음 경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이들 조종사는 초음속에 도달했을 때 발생하는 충격파와 난기류 때문에 전투기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다고 한다.

초음속 비행에 따른 충격파는 음속 폭음 '소닉붐'을 만들어낸다. 이때 고도 10㎞에서 발생한 폭음은 지상에까지 들리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항공기는 평상시엔 육지, 특히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 상공에선 초음속으로 비행하지 않는다. KF-21의 이번 초음속 비행도 남해 상공에서 이뤄졌다.

KF-21 시제 1호기는 작년 7월19일 첫 시험비행에 성공했으며, 그로부터 6개월 만에 초음속 비행에까지 성공해 구조적 안정성을 입증했다. KF-21 시제 1호기는 이번 초음속 비행에 앞서 지상 시험과정에서 항공기가 비행 중 받는 실제 하중보다 1.5배 더 센 압력을 가해 기체 곳곳의 안정성을 점검했다고 한다.

KF-21의 비행시험은 △초기 비행 건전성과 △영역 확장 △성능 검증 △무장 적합성 △군 운용 적합성 등의 순으로 단계별 성능을 확인·검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방사청은 앞으로 KF-21 비행시험에서 고도·속도를 계속 높여가면서 특히 초음속 구간의 비행 안정성을 점검·검증하고, 이를 체계개발에 지속 반영할 계획이다. 잠정 전투용 적합 평가는 올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KF-21(인도네시아명 IF-X) 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주관으로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가 공동 개발 중인 '4.5세대급' 전투기로서 지난 2016년 개발에 착수했다. 최고 속도는 마하 1.8을 목표로 하고 있고 7.7톤의 미사일·폭탄을 장착하게 된다.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시제 1호기(왼쪽). (방위산업청 제공) 2023.1.17/뉴스1


KF-21의 총 사업 비용은 18조원에 이르러 ‘단군 이래 최대 규모 무기개발·도입사업’으로 불리고 있다.

전 세계에서 '4.5세대 이상' 첨단 초음속 전투기 개발에 성공한 국가·지역은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프랑스, 스웨덴, 유럽 컨소시엄(영국·독일·이탈리아·스페인)에 이어 우리나라가 8번째다.

'세계 최초로 실전 배치된 초음속 전투기'는 미국의 F-100이다. F-100은 1954~59년 기간 총 2294대가 생산됐고, 미 공군은 1971년까지, 미국의 주방위군은 1979년까지 운용했다.

F-100의 후속기종으로 등장한 초음속 전투기는 F-4였다. 우리 공군은 1960년대 후반부터 F-4D 기종을 운용했으며, 현재도 1970년대 도입한 F-4E 전투기 20대 가량이 '현역'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F-4·5 등 우리 공군의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을 시작한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가 바로 KF-21이다.

공군은 2026년 KF-21 체계개발 완료 뒤 양산에 들어가면 2032년까지 120여대를 도입해 전력화한다는 계획이다.

초음속 비행은 한때 여객기에 쓰인 적도 있다. 영국·프랑스가 1960년대에 합작 개발한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의 최고 속도는 마하2(시속 2448㎞)에 이르렀다. 그러나 콩코드는 경제성과 소음 문제 등으로 2003년 퇴역했다. 현재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은 기존 콩코드의 단점을 보완한 차기 초음속 여객기를 개발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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