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로봇이 부품 옮기고 용접까지 '뚝딱'…LG전자 美세탁기 생산기지

테네시주 클락스빌 공장 세탁기 연 120만·건조기 연 60만대 생산

자체 제작 물류로봇·로봇팔 활보…창원 이어 '등대공장' 선정 영예 


미국 테네시주(州) 북부 도시 클락스빌. 인구 20만명이 살고 있는 작은 도시의 북쪽을 달리다보면 LG그룹의 이름을 딴 'LG 하이웨이'를 만날 수 있다. LG 하이웨이의 끝에 당도하면 LG전자의 미국내 유일한 세탁가전 생산기지인 테네시 공장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찾은 이곳에선 북미시장으로 유통되는 세탁기와 건조기가 13~14초에 한 대씩 쉴 새 없이 생산되고 있었다.

1층에 있는 부품·자재창고에선 160여대의 무인 물류로봇(AGV)이 600kg에 달하는 적재함에 부품을 싣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공장 바닥에 깔린 작은 QR코드가 시시때때로 필요한 부품이나 부족한 자재 상황을 담은 정보를 업데이트하면 AGV가 이를 인식해 움직이는 식이다. 

옮겨진 부품들은 컨베이어 벨트로 옮겨져 2층에 위치한 폭 100m·길이 500m 규모 생산라인으로 빨려 들어갔다. 로봇 팔이 가쁘게 움직여 이들을 조립하고 용접했다. 이러한 광경 뒤로 “Good parts make good product”(좋은 부품이 좋은 제품을 만든다)라는 문구가 크게 새겨져 있었다.

미국 테네시주(州) 북부도시 클락스빌 테네시 공장 인근 'LG 하이웨이'의 모습. © News1 노우리 기자


◇부품 생산·조립까지 한곳서 '뚝딱'…축구장 160개 규모 美첨병기지

2018년말 준공된 LG전자 테네시 공장은 대지면적만 125만㎡(제곱미터) 규모에 달한다. 축구장 160개가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넓고 광활하다. 이곳에서 LG전자는 매년 120만대의 세탁기(드럼세탁기·통돌이세탁기)를 만든다.

지난해 9월부터 연간 60만대의 건조기 생산 라인도 추가됐다. 세탁·건조기를 한꺼번에 구매하는 북미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결정이다. 

테네시 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부품 제조부터 세탁·건조기를 완성하고 포장하는 작업까지 한곳에서 할 수 있는 ‘완결형 통합생산체계’를 갖췄다는 점이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인구가 적고 인건비가 높은 데다 협력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맞춤형 제조공장’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품 공급 지연을 막고 철저한 품질 조건을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일괄 적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로봇이 사람을 대신해 세탁기와 건조기의 외관 커버와 같은 무거운 부품을 들어올리고 있다. (LG전자 제공)


‘완결형 통합생산체계’의 또다른 핵심은 물류로봇과 로봇팔 등으로 구성된 자동화 공정이다. 세탁·건조통과 인버터 DD모터 등 무거운 부품 조립, 화염이 발생하는 용접 은 모두 로봇이 수행한다. 특히 물류로봇의 경우 LG 생산기술원과 LG전자가 협력해 직접 제작했다. 

이날 둘러본 부품과 자재 창고 근처에선 물류로봇의 위치를 조정하는 근로자 빼고선 사람의 인기척을 찾기 어려웠다. 현장 근로자들이 하는 일은 간단한 나사 조립뿐이었다. 

LG전자 관계자는 "기존에는 사람이 직접 하루에 6000번 이상 옮겼던 부품 적재 작업을 이젠 물류로봇이 알아서 처리한다"며 "직원들이 단순 업무 외에 생산성을 높이는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테네시 공장의 자동화율은 현재 63% 수준이다. LG전자는 올 연말까지 자동화율을 7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테네시 공장은 지난 13일 세계경제포럼(WEF)이 첨단 스마트 팩토리 기술을 보유한 공장에 부여하는 '등대공장'에 선정됐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 세운 공장 중 최초의 등대공장이자 지난해 상반기 등대공장에 선정된 창원 LG 스마트파크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와 해외에 모두 등대공장을 갖춘 기업은 LG전자가 유일하다.

◇美 수요변화 적기 대응…"북미 사업 성장 주춧돌" 
    
LG전자가 테네시 공장에 거는 기대는 크다. 가장 큰 가전 시장인 북미 지역에서 물류비·관세·배송시간 등을 획기적으로 줄여 시황에 맞는 가전 판매책을 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테네시 공장은 LG전자가 코로나19 이후 폭증한 북미 가전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는 데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인 미국 월풀이 낮은 공장 자동화율로 인해 코로나19 확산 시기 가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사이 LG전자가 빠르게 빈자리를 메꿀 수 있었다"고 했다.

완성된 건조기를 보관장소로 이동시키기 위해 로봇팔이 쌓아올리고 있다. (LG전자 제공)

가전 시장이 수요 둔화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이러한 기대는 여전하다. 2년 전 가전 수요 증가 현상이 예기치 않은 변수에 의해 찾아왔듯,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현지 생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지난해 9월 건조기 라인 추가에 이어 올해 상반기 내에 세탁·건조 일체형 제품인 '워시타워' 생산 라인도 짓는다는 계획이다. 류 사장은 “테네시 공장은 세탁가전 생산 전초기지이자 북미 생활가전 사업 성장의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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