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든 '의대정원 확대' 이번엔…정부-의료계 '충돌' 가능성

복지부, '필수의료 지원' 등 위해 조만간 논의 개시 방침…2035년 의사 2만7232명 부족 전망까지
의사단체 "근본적 해결책 아냐…처우 등 유인책 없으면 정원 늘려도 필수의료로 안가"
 
코로나19 유행이 안정세로 접어든 데 따라 정부가 곧 의과대학 정원 확대 논의를 재개할 뜻을 밝히자 의료계가 언짢은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단체가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대한의사협회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반대하고 있다.

의사단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논의가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부도 필수의료 분야 인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원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라 자칫 양측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오른쪽)이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를 방문, 이필수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보건복지부 제공) 2022.11.16/뉴스1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9일 대통령 업무보고 후 브리핑에서 "의대 인력 확층 등에 대해 신속히 의료계와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혔고 앞서 박민수 복지부 2차관도 "조속히 논의를 시작해 마무리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이미 2024학년도 정원부터 늘리는 계획을 마련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전날(10일) 세종시 복지부 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 "복지부가 1월 중 대한의사협회와 협의를 해 4월까지는 결론을 내고 내년 신입생부터 의대 정원을 350명 늘릴 예정"이라며 "무너지는 필수 의료에 무능하기 그지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은 "정신적·육체적 소모가 많은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나 뇌수술을 하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부족한 것은 의대 정원을 늘려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며 그간 의료계가 제시한 수가 개선 등 처우 개선이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현재 시기나 규모와 관련해 의협과 구체적 논의를 한 바는 없다. 앞으로 코로나19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료계와 협의할 예정"이라며 "의정 합의에 따라 코로나19 안정화 상황을 고려해 의료계와 논의할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국내 의대 정원은 2006년 연간 3058명으로 정해진 이후 조정 없이 유지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22학년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을 추가 양성하고 이 중 3000명을 '지역의사'로 근무하게 하는 방안을 2020년 추진했지만 의사단체가 거세게 반발해 보류됐다. 당시 정부와 의협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복지부와 의협은 앞으로 논의를 재개할 코로나19 안정화 시점을 언제로 볼지 조율 중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줄어들고 있고,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도 거론되는 만큼 양측간 논의는 조만간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이달 중 추가적인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는 만큼 복지부 입장에선 하루빨리 논의를 시작하는 게 좋다. 박민수 차관도 "의대 정원 확충의 궁극적인 목적은 의료인력 부족, 필수의료 확충과 연결이 돼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뉴스1>에 "현재 시스템의 개선 없이 단순히 의대 정원만 확대하면 10~15년 후 의사 수가 늘어나도 필수의료 인력을 확보할 수 없다.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 근무 환경이나 처우개선 없이 의대 정원만 늘리면 기피 현상만 심해져 기존 의료시스템만 일그러진다는 취지에서다. 필수의료 분야에 의사가 뛰어들 만한 유인 동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현 상태로는 필수의료뿐 아니라 전체 의사 수급도 위태로워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의대 정원 논의가 장기간 공전할 경우 국민들에게 막대한 피해가 돌아갈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전문과목별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연구' 보고서를 통해 의사 공급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면 2035년에는 의사 수가 수요 대비 2만7232명 부족해진다고 추산했다. 연구원은 "예방의학과 외 모든 진료계열에서 2025년부터 2035년까지 미래 의료수요 대비 활동 의사 인력 공급이 부족할 텐데 특히 내과계와 외과계 부족이 가장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복지부는 지난달 중증·응급, 분만, 소아 등 필수 의료와 관련해 의료기관과 의료진 보상을 강화하는 내용의 필수의료 지원대책 초안을 공개했지만, 아직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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