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돌아간 듯 행복"…3040 남성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열풍

"오타쿠 같다" 여친에 함께 항의…남성끼리 관람 추억 공유

원작 만화 구매도 늘어…"어린 시절 욕구 뒤늦게 충족" 분석

 

"처음이에요. 여자친구한테 제가 보고 싶은 영화 보자고 한 것이."

서울 동작구에 사는 손모씨(36)는 5년간 만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면서 영화 관람을 놓고 처음으로 다퉜다고 털어놓았다. 

손씨는 "여자친구는 '아바타'를, 저는 '슬램덩크'를 보자고 가볍게 다퉜다"며 "다행히 여자 친구가 제 뜻을 따라줘 '슬램덩크'를 보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만화 '슬램덩크'의 완결편이 나온 지 27년 만에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상영되자 3040 남성들이 열광하고 있다. 

4일 상영에 들어간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전국 제패를 꿈꾸는 북산고 농구부 5인방의 꿈과 열정, 도전을 그린 영화로 만화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각본과 연출에 참여했다.

9일 현재 누적관객 42만명을 기록하며 '아바타: 물의 길'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단행본으로 나온 만화 '슬램덩크'도 구매자의 87% 이상이 3040세대로 조사됐다. 

6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슬램덩크 프리미엄 박스판이 진열대에 놓여 있다. . 2023.1.6/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 "오타쿠 같다" 댓글에 항의…"3040 남성 3분의1 오타쿠 만드는 것"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애니 좋아하는 남친 때문에 정나미 떨어져요'라는 글이 올라오자 3040 남성들의 반박이 쇄도했다.  

작성자 A씨는 "(남자친구가) 30대인데 '슬램덩크'를 영화관에서 같이 보기 전 저에게 원작 줄거리를 이해시키려고 계속 설명한다"며 "내가 너무 오타쿠 같다고 하니까 남자들 중 '슬램덩크' 안 본 사람이 없다면서 오덕 같은 거 아니라고 삐쳤다"고 지적했다. 

이에 3040 남성들이 "'슬램덩크'를 건드려선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항의했다. 이들은 "'슬램덩크'가 오타쿠면 대한민국 30대 남자 3분의 1이 오타쿠" "'슬램덩크'는 교양서적"이라며 A씨 남자친구를 옹호했다.

'슬램덩크'를 보기 위해 동창끼리 술집이 아닌 영화관을 갔다는 3040 남성들도 있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윤모씨(32)는 "학교 졸업 후 주말에 처음 술자리가 아닌 영화관에서 친구들과 만났다"며 "남자 넷이 영화관을 가는 게 어색했지만 추억에 젖은 좋은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윤씨는 "영화는 대개 여자친구와 보는데 이번에는 남자끼리 영화를 보며 지난 시절을 이야기했다"며 "오랜만에 너무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6일 서울의 한 영화관에 상영되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홍보 영상의 모습. 2023.1.6/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어렸을 적 향수…3040 남성들 자신 위해 지갑 열어"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슬램덩크'는 3040 남성들이 어렸을 때 즐긴 문화"라며 "이들이 어른이 돼 콘텐츠를 직접 소비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자 어린 시절 미처 채우지 못한 욕구를 뒤늦게 충족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과거의 3040 남성에게 가족이 우선이었다면 현재의 3040에게는 자신에게 투자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이 있다"며 "과거를 기억할 소비재에 과감하게 지갑을 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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