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1호 사건'의 전말…KFA "손흥민 트레이너, 공식스태프 자격에 미달"

논란 한달여 만에 입장…안덕수씨와 일부 선수 대응 아쉬움

"협회 대응 미흡" 인정…개인트레이너 동행 문제 해결할 것"

 

대한축구협회(KFA)가 카타르 월드컵 기간 중 트레이너 안덕수씨의 폭로로 야기됐던 이른바 '2701호 사건'에 대한 전말을 공개했다.

KFA는 10일 공식 홈페이지에 '카타르 월드컵 대표팀 의무 트레이너 관련 대한축구협회 입장'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KFA는 "안씨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개인 SNS를 통해 협회와 협회 의무 스태프를 공개 비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협회의 미흡했던 대응도 인정한다. 향후 개인 트레이너 고용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손흥민(토트넘)의 개인 의무 트레이너로 카타르 현지에 왔던 안덕수씨가 개인 SNS를 통해 협회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 시작됐다. 

협회는 그동안 SNS에 쏟아낸 개인의 감정을 대응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지만, 최근 '측근'이나 익명의 관계자를 빌려 문제에 대한 보도가 나오면서 일련의 사태를 모두 공개한다고 밝혔다.

KFA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2021년 11월 홈페이지를 통해 의무 트레이너 모집 공고를 냈다. 이 무렵 일부 선수들이 손흥민의 개인 트레이너였던 안덕수씨가 협회 의무 스태프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관련해 협회는 해당 선수들을 통해 "안덕수 씨가 원한다면 정식으로 공개모집에 지원해 달라"고 전달했으나, 그는 결과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일부 대표 선수들이 다시 안씨를 추천했을 때도 협회의 반응은 같았다.

KFA는 고 최숙현 선수(트라이애슬론) 사망사건 이후 2021년 2월 시행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만이 의무트레이너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선수들에게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안씨가 갖고 있는 자격증은 '기본응급 처치사'와 '스포츠현장 트레이너'임을 확인했다. 협회가 인정하는 자격증은 △물리치료사 △건강운동관리사 △선수 트레이너(Athletic Trainer) △운동처방사다. 이 4개 중 최소 하나만 있으면 협회의 정식 의무 스태프로 일할 수 있으나 안씨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직접적인 문제는 지난해 열린 카타르 월드컵에서 발생했다. 

안덕수 트레이너 인스타그램 © News1 DB


당시 손흥민이 안덕수씨를 개인 트레이너로 동행해 왔다. 안씨 외에 2명의 개인 트레이너도 함께 왔다. 협회는 내부 논의를 거쳐 손흥민 외 또 치료를 희망하는 선수가 있을 경우 안씨를 포함한 외부 트레이너로부터 치료를 받는 것을 수용했다.

선수 관리에 일부 혼선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선수들의 몸 상태를 최고로 끌어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월드컵에서 선수들이 원한다면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안씨는 치료와 숙박에 필요한 호텔을 직접 예약했으며 숙식 비용도 협회가 지원한 것은 없었다.

문제는 조별리그 1차전 우루과이전을 이틀 앞둔 11월22일 불거졌다. 일부 선수들이 대표팀 책임자를 찾아와 현장에 와 있는 협회 의무팀장 A씨의 업무 배제와 귀국 조치를 요구했다. 안씨를 협회 의무 스태프에 포함해 주지 않는 것을 항의하며 A의무팀장이 안씨의 의무 스태프 합류를 반대하는 핵심 인물이라는 이유를 댔다.

이때 선수들은 "안덕수 씨가 자격증이 없어서 의무 스태프로 채용할 수 없다면 장비 담당자라든가 다른 직책으로 등록해 놓고 의무 활동을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제안했다.

아울러 선수들은 "현지에 와 있는 5명의 협회 의무스태프 중 1명이 관련 자격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협회가 고용하고 있다. 따라서 협회는 거짓말을 한 것이고, 안씨를 고의로 배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KFA는 "A의무팀장이 안씨의 스태프 합류를 반대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그는 애초에 지원도 하지 않았고, 자격증 보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으므로 협회가 판단해 고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아무리 선수들이 원한다 하더라도 공고에 응시하지도 않은 무자격자를 협회가 고용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안씨가 별도의 공간에서 선수들의 치료를 위해 애쓴 것은 충분히 인정한다. 하지만 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협회가 의무 스태프를 장비 담당자로 직책을 조작하면서까지 불법을 묵인하고 조장할 수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자격증이 없다고 지목한 의무스태프 B씨에 대해 2008년부터 14년 째 협회에서 일하고 있었으며, 월드컵 당시 '운동사' 자격증만을 갖고 있어 의무 스태프에 자격증이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2대 1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2.12.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하지만 B씨와 안덕수씨의 사례가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협회가 B씨와 2년 재계약을 맺은 시점은 2020년으로 이때는 정부의 관련 법령(2021년 2월 시행)이 시행되기 전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를 소급해서 당사자와 계약을 해지할 수 없었으며 대신 B씨에게 계약이 종료되는 2022년 12월까지 국가공인자격 물리치료사 또는 건강운동관리사를 취득하지 못할 경우 재계약 할 수 없다고 통지했는데, B씨는 지난달 물리치료사 시험에 응시해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다.

협회는 일부 선수들의 A의무팀장 귀국 조치 요구에 대한 내부 논의를 진행했으나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다만 A 의무팀장에게 치료 활동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A의무팀장이 선수들을 계속 치료하는 것은 당사자나 선수들 모두에게 심리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므로, 이를 예방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던 것.

사건의 핵심 내용을 정리한 KFA는 "안덕수 씨가 개인 SNS를 통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협회와 의무 스태프를 공개 비난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가 선수들을 위해 수고했다는 사실은 협회도 잘 알고 있지만 실력 여부를 떠나 법적으로 비의료인인 안씨가 전문 의료진의 판단 영역에 대해 반대 의견을 선수들에게 주입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라며 "결과적으로 의무진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선수와 팀에 큰 혼란을 주었다"고 꼬집었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협회의 미흡했던 부분을 인정했다.

"대표팀의 핵심 구성원인 선수들이 오랫동안 요청한 사항이라면 좀 더 귀 기울여 듣고 문제를 해결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했어야 했다"면서 "선수들이 현재의 협회 의무 트레이너들에게 불만을 갖고 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대책을 세워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KFA는 일부 선수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협회는 "선수들이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한 헌신과 노력은 아무리 칭찬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라면서도 "하지만 합법적인 채용 절차를 인정하지 않고 요구를 관철하려는 태도는 온당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KFA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인 트레이너 고용에 대한 문제를 잘 해결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KFA는 "최근 선수들이 개인 트레이너를 고용해 몸 상태를 더 철저히 관리하는 추세"라며 "대한축구협회는 협회 공식 의무 스태프와 개인 의무 트레이너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개인 트레이너의 동행이 불가피하다면 어떻게 협력 관계를 조성할지 확실한 대안을 마련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보다 이런 상황을 일찍 경험했을 다른 축구 선진국의 사례도 현재 조사 중이다"며 "새로 부임할 대표팀 감독의 생각도 중요한 만큼 상의해서 최종적인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협회는 늦어도 3월초까지는 KFA 차원에서 관련 규정을 정하고, 대표팀이 새로 소집되는 3월말에는 확정된 방침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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