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비혼' 우리끼리 '딩크' 느는데…보이지 않는 저출산 해법

결혼 꺼리는 풍조 확산…비혼자에 혜택주는 기업까지 등장

정부 '현금지원'에 치중…중장기 해법, 비전 담긴 정책 안보여

 

"결혼을 왜 안하냐고요? 씁쓸하지만 우리사회에는 엄연히 계층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속한 계층을 배우자와 자식에게 전해주고 싶지 않아서요." 비혼을 결심한 직장인 A씨(31)의 말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비혼'은 사회의 트렌드가 됐고 수많은 A씨가 생겨났다. 돈이 없어서, 직장이 불안해서, 마음에 드는 상대가 없어서, 또는 A씨와 같이 공유하고 싶은 삶이 아니라는 저마다 다른 이유로 혼자 사는 삶을 택하고 있다.

비혼족의 증가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6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을 살펴본 결과, 2023년 1인 가구 추계치는 734만1206가구로 지난해보다 약 17만가구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전체 가구의 약 33.6%가 1인 가구인 셈이다.

지난 2015년 전체 가구의 27.2%였던 1인 가구는 점차 늘어 2030년엔 35.6%, 2050년이면 39.6%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30 세대의 1인 가구 비율이 높고 신혼부부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비혼이 그만큼 늘어났단 의미다.

1인 가구가 늘고 비혼이 증가한 데는 결혼을 꼭 할 필요는 없다는 가치관 변화가 작용한 탓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만 보더라도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45.8%가 '반드시 결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미혼 직원에게 결혼한 직원이 받는 복지혜택을 똑같이 제공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도 결혼한 직원과 동일하게 축하금과 유급 휴가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현재는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되고 있지만 '비혼족'이 늘면서 미혼 직원과 기혼 직원 간의 형평성을 맞추려는 시도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결혼을 꺼리는 젊은 세대들이 혼자 살 결심을 하는 풍조가 늘고 있는 만큼 이런 기업 이벤트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다만 비혼이 저출산의 직접적인 원인이란 점에서 이런 호응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비혼이 늘면서 우리나라의 출산율 기대치는 심각한 수준에 접어들었다. 이미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은 0.80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2070년에는 고령인구가 생산인구를 앞지르는 유일한 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이른바 '딩크족'들이 늘어난 것도 저출산 문제에 악재다. 결혼 1~5년차 초혼 신혼부부 중 자녀가 한 명도 없는 부부가 2017년에는 35%였지만 2018년엔 38%로, 재작년엔 42%로 증가했다. 결혼 자체는 물론 아이 낳는 부부가 함께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장은 "우리사회가 과거 출산율이 높았던 것은 부모가 대단한 걸 해주지 않아도 아이들이 알아서 컸기 때문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사회에서 불공정을 몸소 경험한 본인(부모)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충분한 기회를 줄 수 없다고 생각해 낳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출산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복지 부담, 성장률 추락 등 경제·사회적 위기를 알리는 신호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지만, 문제는 정부가 '현금성 지원' 위주로 단기적 처방에 나서고 있을 뿐, 중장기적인 해법이나 비전이 담긴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저출산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직속기관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지만 다양한 부처가 얽혀 있는 인구 정책을 다루는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한 해 예산은 20억원에 불과하고 직원 19명을 이끄는 부위원장은 정치인 출신으로 전문성도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정책을 미리 엿볼 수 있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도 저출산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문제의식은 보이지 않았다. 저출산은 현 정부 정책의 4대 분야 과제로도 선정됐지만 0세 아이를 둔 가정에 월 70만원의 현금성 부모급여 지급, 육아휴직 기간 연장, 육아휴직 급여 지급대상 확대에 그친 정도였다.

물론 현금성 지원이 일시적인 출산율 증가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또 육아휴직 정책을 좀 더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육아휴직자의 경력단절이 여전히 심한 점, 육아휴직이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 등을 비춰보면 실효성이 불투명하다.  

비혼출산·입양 등과 관련한 정책도 요원하다. 국민 68.5%가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황에서 '비혼족'을 위한 정책은 저출산 문제의 실마리가 될 수 있지만 정부 구상에는 엿보이지 않는다. 

김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경제적(현금성) 지원이 저출산에 일시적 효과가 있을 순 있으나 영속성이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면서 "(국민들의) 향상된 기대 수준만큼 애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조언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N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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