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생기면 상환"…허리띠 조른 영끌족, 작년 빚 16조 줄였다


# 30대 직장인 현모씨는 지난해 여유자금이 생기면 신용대출부터 갚았다. 연 3%대에 받았던 신용대출 금리가 7%대로 뛰면서 이자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씨는 회사에서 받는 올해 설 상여금 역시 신용대출을 갚는 데 쓸 생각이다.


지난해 은행권 가계대출이 16조원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른 탓에 대출 금리가 뛰면서 이자 부담이 늘어난 차주들이 대출 상환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92조5335억원이다. 지난 2021년 연말(709조529억원)과 비교해 16조5194억원 줄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증가세를 나타냈지만, 신용대출 잔액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전체적으로는 감소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신용대출 잔액은 118조9763억원으로 1년 전(139조5572억원) 대비 20조5808억원 줄었다.


반면 지난해 연말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13조1416억원으로, 1년 새 7조737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뿐 아니라 예금은행 전체로 범위를 넓혀봐도 지난해 가계대출 잔액은 꾸준히 감소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 기준 902조6670억원으로 2021년 12월(910조1049억원)과 비교해 7조4379억원 감소했다.


한은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통계를 작성한 200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연간 가계대출 잔액이 감소세를 보인 것이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개인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연 8%를 목전에 두는 등 이자 부담이 커지자, 차주들이 여윳돈이 생기는 대로 신용대출부터 갚아나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30일 한은이 발표한 '2022년 11월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연 7.85%로 전월보다 0.63%포인트(p) 올랐다. 2012년 6월(연 7.89%) 이후 10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 1등급 차주들의 신용대출 금리가 6% 정도 되고, 중신용자의 경우 7%를 훌쩍 넘어서지 않았나"라며 "신용대출로 투자에 나섰던 직장인들도 투자 환경이 나빠지고 금리가 올라가니까 연말연초 여유자금이 생기면 무조건 대출 상환부터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당분간 가계대출 잔액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고, 이에 따라 한은 역시 덩달아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해 11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금통위원 대다수가 내년 최종 기준금리를 3.5%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금통위원 6명 중 3명이 최종금리가 3.5%가 적절하다고 봤고, 2명이 3.75%, 1명이 3.25%로 제시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일 신년사에서도 "통화정책은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둔 정책 기조를 지속하는 가운데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에도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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