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6% 성장" KDI·한은보다 비관적인 정부…더 어두워진 韓경제

정부, KDI 1.8%·한은 1.7%보다 비관적…암울한 대외 경기 반영

고금리 속 소비마저 제약…한은 총재도 "경기 침체 경계선" 언급

 

내년 한국 경제가 1.6%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해외도 민간도 아닌 '우리 정부'로부터 나왔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라 수출 부진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전망이며, 최근 성장을 지탱해 온 소비마저 고금리로 인해 제한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이처럼 냉엄한 현실을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고자 정책 효과를 제외한 객관적인 분석만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21일 발표한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이 같은 연간 경제전망이 제시돼 있다.

기재부는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로 1.6%를 내다봤다. 지난 6월 전망 때보다 0.9%포인트(p)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말 발표한 1.7%,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달 초 내놓은 1.8%보다 한층 비관적인 시각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 국제통화기금(IMF) 2.0%, 피치 1.9%, 한국경제연구원 1.9%,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 하나금융연구소 1.8%, 한국금융연구원 1.7% 등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국내외 주요 기관 중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정부가 내놓은 셈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지난 10년간 정부는 이듬해 경제 전망을 하면서 한은·KDI보다 비관적인 수치를 낸 적이 없었다. 2010년부터 각 기관 전망을 보면 2012년만 KDI(3.8%)보다 정부(3.7%)가 비관적이었는데, 이마저 정부와 한은은 서로 똑같이 전망했다.

나머지 해는 모두 한은·KDI보다 정부가 낙관적이거나 동일했다.

정부는 이번 전망치를 낮게 잡은 이유로 정책 효과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정부 전망은 객관적인 분석보다 정책 의지를 담은 '목표치'에 가까웠는데 이번에 그런 관행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방기선 기재부 제1차관은 "이번 전망에 정책 효과는 반영돼 있지 않다"며 "국민에게 우리가 처한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이 더욱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연말 경제 지표가 예상보다 더 나쁘게 나오면서 먼저 전망을 발표한 한은·KDI보다 전망치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연말로 갈수록 우리 경제는 점차 암울한 전망과 마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외 여건 악화로 인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감소하고 금리 인상이 향후 소비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내년 경제 여건이 올해보다 어렵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경제정책방향 수립에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연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둔화할 것이라며 "대외 여건이 악화하면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불확실성 전개에 따라 성장률이 1%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이 진행되면서 인플레이션을 제어하기 위한 금리 인상이 추가로 나타나 경기 하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그나마 수출이 개선되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지만 현재는 그런 조짐이 보이지 않기에 내년 성장률을 1% 중반 정도로 보는 것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련 발언에 조심스러웠던 한은도 최근 경기 침체로 가느냐 아니냐를 가르는 경계 지점을 언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0일 물가 설명회에서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경기 침체의 징조로 보는 시각에 대해 "증거가 충분치 않다"고 물리치면서도 "내년 경기는 특히 상반기에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만큼 침체로 가느냐 아니냐는 보더라인(경계선)에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희망은 내년 하반기에 들어서면 글로벌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다. 특히 반도체 경기가 상반기를 지나 반등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내년 상반기엔 수출·투자·소비 등의 어려움이 집중되고 고용과 부동산도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하반기에는 세계 경제가 회복되고 반도체 경기가 반등하는 등 대외 여건 개선에 따라 우리 경제도 반등하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연간 성장률이 2% 아래로 떨어진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9년(0.8%), 외환위기가 덮친 1998년(-5.1%), 2차 석유파동 직후인 1980년(-1.6%) 등이 전부다.

주로 경제가 대형 위기에 처했을 때 1%대 또는 그 아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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