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시대 영끌족 최후일까…두 달 만에 26% 늘어난 임의경매

임의경매 등기신청 건수 9월 2196건→11월 2772건 급증

"금리 영향 추가 반영되면 내년 상반기 이후 더 늘 수도"

 

올해 들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대출 이자 부담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빚을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부동산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고금리 기조와 시장 침체가 이어지며 이러한 추세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21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임의경매 등기 신청 건수는 2772건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으로 올해 중 최고치다. 임의경매 건수는 9월 2196건, 10월 2514건으로 두 달 연속 증가해왔다. 지난달 건수는 2개월 전인 9월과 비교하면 26.22% 늘었다.

올해 상반기 임의경매 등기 신청 건수는 2000건대 초반에 머물렀다. 2월 1754건으로 연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뒤 2100건~2300건대 안팎이 유지됐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증가 폭이 가팔라졌다. 30% 중반대였던 임의경매 등기 신청 비중도 10월 44.6%, 11월 44%로 큰 폭으로 확대됐다.

임의경매는 채무자가 대출금이나 이자를 갚지 못하면 채권자가 담보로 받은 부동산에 설정한 근저당권 등 권리를 실행해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다. 채무자로부터 받은 부동산 담보권을 실행하는 것이라, 판결문과 같은 집행권원이 필요한 강제경매와 달리 재판 없이 법원에서 바로 신청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금리 인상 여파로 빚을 못 갚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임의경매 등기 신청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8번 인상하며 지난해 말 1.00%였던 금리는 3.25%까지 2.25%포인트(p) 올랐다. 대출을 최대한 끌어 내 집 마련에 나선 집주인들의 부담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일례로 이달 경매에 나온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27억원짜리 매물 가격의 87%인 24억원을 대부업체에서 조달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물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집주인이 빚을 갚지 못하자, 돈을 빌려준 대부업체는 임의경매를 신청했다. 이 아파트 소유자는 아파트 관리비 약 97만원도 연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의경매 신청은 앞으로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은행 주택담보대출 상단은 연 8% 진입을 눈앞에 뒀다.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대부업 대출은 법정 최고 금리(연 20%) 턱밑까지 올랐다. 통상 원리금을 3개월 이상 갚지 못하면 임의 경매가 진행되는데,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못 버티는 집주인이 많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 연구원은 "서울 아파트는 임의경매가 당장 급증하진 않았지만, 금리 영향에 시차가 있어 아직 반영되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며 "대출금 연체 기한, 경매 신청에 따른 집행 절차를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이후 임의경매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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