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라곤 없는 국내 경기…대기업마저 성장·수익성 '뚝'

3분기 기업 매출증가-영업이익률 모두 악화

부채비율 6년 만에 최고…역대급 차입 확대 방증

 

올해 많은 기업이 빚에 기대어 버티고 있다는 지표가 속출하는 가운데 대기업마저 매출 성장세와 이익률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 향후 경기 둔화가 가속할 것으로 우려된다.

16일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외감기업(외부감사 대상 법인기업)의 성장성·수익성·안정성 지표는 일제히 나빠졌다.

기업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7.5%로 전분기(20.5%)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우리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22.218.2%)은 물론 대기업(23.019.0%)마저 매출액 증가율이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도 마찬가지다. 3분기 전체 외감기업의 영업이익률은 4.8%로 1년 전(7.5%)보다 2.7%포인트 떨어졌다. 역시 제조업(9.65.4%)과 대기업(9.34.9%)에서 하락세가 뚜렷했다.

이런 현상은 올 하반기 들어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김대진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장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출이 줄었고 특히 대기업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3분기 기업 안정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92.6%로 전분기(91.2%)보다 1.4%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6년 2분기(95.0%) 이후 6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성장·수익성이 예전만 못한 기업들이 대출 등 차입금에 의존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이 1년 전에 비해 239조원 역대 최대로 증가했다. 산업별 대출은 기업과 자영업자를 포괄한다.

특히 은행 기업 대출의 경우, 지난 11월에만 한 달 새 105000억원이 불었다. 증가 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9년 6월 이래 같은 달 기준 가장 컸다.

대기업조차 빚에 기대는 상황이다. 지난달 대기업 은행 대출은 한 달 만에 6조5000억원 늘어나면서 역시 같은 달 기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로 증가했다.

문제는 앞으로 기업 경기가 반전될 만한 호재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은 1%대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한국은행과 한국금융연구원이 1.7%, 한국개발연구원(KDI)·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8%, 피치가 1.9%를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나마 나은 2.0%를 내놨었지만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주요 국제기구 중 가장 낮은 1.5%를 제시했다.

이는 수출 중심 경제인 우리나라가 내년 글로벌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지난 14일 공개한 경제 전망에서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5%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9월 전망과 비교해 석 달 새 0.7%p나 내린 것이다.

연준은 성장률 조정과 함께 내년 실업률을 4% 중반 수준으로 봤는데, 이는 내년 경기 침체를 예상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미국의 성장 둔화는 글로벌 경기에 찬물을 뿌리는 결정적인 요인이다. 내년 우리나라의 수출 부진에도 쐐기를 박을 것으로 관측된다.

ADB는 최신 경제 전망에서 "세계 최대 경제국들의 둔화는 아시아 내 개발도상국들의 공산품 수요를 더욱 침체시키고 있다"면서 "신규주문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 10월 한국에서 48.3, 대만 35.1 등을 기록해 특히 악화된 대외 환경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기업들의 차입 증대는 향후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이자 부담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연준은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5%포인트 높인 4.25~4.50% 수준에서 운용하기로 했다. 앞선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보다는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 것이지만 여전한 고강도 긴축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은 1.25%포인트로 다시 확대됐다. 이에 한은은 내년 상반기에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방침이다.

그나마 에너지·원자재 등 수입물가 하락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반도체 단가 급락을 비롯한 수출물가 하락이 긍정 영향을 상쇄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가는 전월비 5.2% 하락했는데, 특히 한국의 주력 상품인 D램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8.7% 내리면서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5.3% 낮아졌다.

지난달 수출물가 하락세는 13년7개월 만에 가장 가팔랐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뉴스포커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