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전공의 11명 뽑는데 지원 '0명'…"필수의료 붕괴"

상반기 전공의 모집, 소청과 지원율 16.4% 역대 최저…'빅5' 중 4곳 미달, 지역 더 심각

심장혈관흉부외과·외과·응급의학과 미달에 피부과·성형외과는 몰려…"진료대란 막을 지원 시급"

 

정부가 지원대책을 내놓는 등 필수의료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지만 이대로면 진료체계가 무너진다는 의료계의 절규가 여전하다. 지방은 물론 서울 주요 상급종합병원도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해 흉부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진료과가 전공의 모집에 실패했다.

급기야 여력이 없어 소아 입원환자 진료를 중단한 상급종합병원도 등장했다. 이에 반해 안과, 성형외과는 전공의들이 몰려 인기를 끌고 있다. 필수 진료과 관련 학회는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기피 현상을 해소할 만한 특단의 대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전국 소청과 수련병원 67곳, 지원율 16.4%에 그치며 '역대 최저'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상황이 제일 심각하다. 대한병원협회가 마감한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전국 수련병원 67곳 중 소청과 지원자는 전체 정원 201명의 16.4%(33명)에 그쳤다. 지난해(27.5%)보다도 떨어져 역대 최저를 찍었다. 

'빅5'로 불리는 가톨릭중앙의료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중 아산병원만 8명 모집에 지원자 10명으로 정원을 채웠다.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은 의료진 부족으로 소청과 입원 진료를 내년 2월 말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은 11명을 모집했지만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소아청소년과는 2020년부터 미달로 들어서 지원율이 매해 추락하고 있다. 의료분쟁 부담도 크고 의료수가는 낮은 반면 저출산 때문에 기피과로 전락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는 소청과보다 상황은 낫지만 아산병원을 제외한 빅5만 봐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지방에 있는 수련병원의 경우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응급의학과와 외과도 빅5 중 가톨릭중앙의료원, 세브란스병원에서 각각 미달이 발생했다.

선호과 현상은 여전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과거보다 인기가 늘어났다. 빅5의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충원율은 150% 이상이었다. 빅5 병원의 피부과, 성형외과는 전공의 정원의 2~3배에 달하는 지원자가 몰리기도 했다. 

◇소청과학회 "정부, 대책 안 내놓으면 인력 확보 불가능" 호소

의료계는 필수의료 체계의 붕괴를 걱정했다. 소아청소년과학회는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지 않으면 인력 확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내년에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병원이 32%, 2024년에는 60%에 이를 것"이라고 호소했다.

학회는 △중증도 중심 2·3차 진료 수가와 진료 전달체계 개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 지원 및 장려 정책 시행 △수련병원 인력 부족을 극복하기 위한 전문의 중심 진료 △1차진료 수가 정상화 △복지부 내 '소아청소년건강정책국' 상설 부서 신설을 요구했다.

정부는 최근 뇌동맥류, 중증 외상 등의 응급 수술·시술 가산율을 올리고 고난도, 고위험 수술에는 추가 보상을 하는 등 '공공정책 수가' 도입을 약속했다. 지역의 분만 진료에도 보상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목별 쏠림 해소 방안이 구체화되진 않았다.

정부 대책에 대해 전문가와 필수의료를 중시하는 단체는 '단기 미봉책'에 그친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지도, 대안을 마련하지도 않았다. 단편적인 정책에 그칠 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정부 공청회 자리를 통해 "필수의료를 확충할 방법 중 하나는 확실한 재정"이라면서도 "자칫 수가만 두는, 공공정책수가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으려면 의료인력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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