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경제 대동맥 마비 풀고 '빈손' 복귀…파국 막았지만

시작은 안전운임제였지만 '파업권' 갈등으로 치달아

파업 철회에도 정부 여전히 '강경'…갈등 불씨 남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9일 총파업을 중단하고 업무현장에 복귀하기로 결정했지만 정부가 안전운임제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모양새다.

특히 정부가 이번에는 화물연대의 '파업권'을 사실상 부정하며 업무개시명령에 더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강경 대응에 나선 터라 재차 충돌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전국 16개 지역본부에서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총파업 종료를 두고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에 참여한 3574명 중 과반인 2211명(61.82%)이 파업 종료에 찬성해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반대는 1343명(37.55%), 무효표는 21명(0.58%)이 나왔다.

화물연대가 보름 만에 총파업 종료를 투표에 부친 것은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민주당은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3년 뒤로 연기하겠다는 정부안을 받아들이는 대신, 품목·차종 확대 논의를 위한 여야 협의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안전운임제' 뭐길래…"과속·졸음운전 방지" vs "효과 불분명"

화물연대가 파업에 돌입하며 정부에 요구했던 것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함께 안전운임제가 적용되는 품목확대(철강,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였다. 안전운임제는 화물기사들의 최저임금 격으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시한' 일몰제로 도입됐고 현재 수출입용 컨테이너와 시멘트 등 2개 품목에만 적용된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가 화물의 '적정운송료'를 책정함으로써 화물기사의 최저수입을 보장하기 때문에 과속이나 과적, 졸음운전 등 무리한 운행을 자제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가 도입된 2020년 이후 시멘트 품목의 과적 경험은 30%에서 10%로 줄었고 12시간 이상 장시간 운행비율은 컨테이너의 경우 29%에서 1.4%로, 시멘트는 50%에서 27%로 줄었다고 주장한다.

화물연대는 작년 1125일에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전차종·전품목으로 적용 확대,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하며 3일간 총파업을 벌인데 이어 같은해 1213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농성을 벌였지만 당시 문재인 정부는 화물차 안전운임을 소폭 인상(1.57~2.67%)하는 데 그쳤다.

이후에도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안이 국회에서 공전하자 화물연대는 지난 6월7일 다시 거리로 나왔다. 윤석열 정부의 국토부는 당시 화물연대의 단체행동을 '파업'이 아닌 '집단운송거부'로 규정하며 철회를 촉구했지만 물류대란이 극심해지자 파업 8일째인 6월14일 화물연대와 협상 끝에 △안전운임제 연장 등 지속 추진 △품목 확대 관련 논의 △유가보조금 확대 방안 검토 △합리적 운임 보장에 협력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5개월 만에 정부와 여당은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되 품목은 확대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민의힘은 화물연대가 추가 적용을 요구한 철강·유조차·자동차 등 5가지 품목이 상대적으로 소득수준이 양호하기 때문에 '명분'이 없고 물류비 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안전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코로나19 상황과 전세계적 유가 급등 시기 등이 맞물려 정확한 분석이 어려웠다는 점이 지적된다. 화주와 운송업체 등 경제계에서는 안전운임제가 공급과 수요라는 시장원리를 무시하고 있으며, 그 부작용으로 물류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6월8일 발표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를 평가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사업용 특수 견인차(트랙터)의 교통사고 건수는 안전운임제 시행 전인 2019년 690건에서 2020년 674건으로 2.3% 감소했다. 사고로 인한 부상자 수는 같은 기간 1079명에서 991명으로 8.2% 감소했고, 사망자 수는 21명에서 25명으로 오히려 19% 늘었다.

다만 안전운임제 시행 이후 컨테이너 화물차주 수입은 2019년 월평균 300만원에서 2021년 373만원으로 24.3% 늘었고 시멘트 화물차주 수입은 같은 기간 201만원에서 424만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월 평균 업무시간도 컨테이너 화물차주는 292.1시간에서 276.5시간으로 5.3% 감소했고, 시멘트 화물자주는 375.8시간에서 333.2시간으로 11.3% 줄었다. 

◇ '3년 연장'도 미지수…정부 강경 일변도에 화물연대 '부글부글'

총파업을 시작한지 16일 만에 화물연대가 업무에 복귀하며 '백기 투항'했지만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며 강경 일변도로 나오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파업에 돌입했기 때문에 일몰 연장 제안이 무효가 됐다는 입장을 강조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11월 22일 정부·여당이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적은 있으나, 화물연대가 11월 24일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했기 때문에 그 제안이 무효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대한 법적 책임 역시 따져 묻겠다는 태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29일과 12월8일 두 차레에 걸쳐 각각 시멘트와 철강·석유화학 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미이행자에 대해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을 진행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일종의 '사업자 담합'이라고 보고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소속 사업자에게 운송거부를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하면 위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응해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취소소송과 국가인권위 진정을 제기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UN)에도 서한을 보내 개입을 요청했다. ILO는 우리 정부에 의견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화물연대는 다음주 중 ILO 결사의자유위원회에 정부의 업무개시명령과 공정위 조사 등을 정식 제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안전운임제 일몰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의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문제는 법제사법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만큼 해당 법안이 법사위에 상정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올해 1231일 안전운임제는 종료된다. 화물연대 입장에서는 근 1년간의 파업이 무위로 돌아가는 셈이라 언제든 총파업과 물류대란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

화물연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의 탄압을 규탄하면서 "안전운임제 지속·확대를 위한 여정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 내부에서도 계속 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날 총파업 찬반 투표의 투표율은 13.67%에 불과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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