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뺨치는 전세이자"…은행, 전세대출 상환 '러시'

5대은행 전세대출 잔액 1조원 가까이 줄어, 2개월 연속 감소

전세대출 금리도 최고 8% 육박…대출 갚고 월세 전환 가속화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이 불과 한 달 새 1조원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1000억원 가량 줄어 올해 처음 감소세로 전환한데 이어 감소폭이 대폭 확대된 것이다.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대출 금리마저 최고 연 8%에 근접하게 치솟자,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월세로 전환해 주거비 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133657억원으로, 전월보다 9987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올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 10월 1351억원이 줄어 처음 감소세로 전환했다. 이어 지난달 감소폭이 크게 확대되면서 2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됐다.  

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금리상승으로 인해 이자부담이 커지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고, 기존 대출 상환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전날 기준 연 5.27~7.727%(신규코픽스 6개월 변동 기준)로 상단이 연 8% 진입을 눈앞에 뒀다. 은행 전세대출 금리는 지난해만 해도 연 2% 초반에서 3% 중후반 수준이었는데, 불과 1년여 만에 이자 부담이 많게는 2배가량 불어난 것이다.  

예를 들어 전세대출을 연 3% 금리로 2억원 빌린 경우 은행에 한 달 내는 이자는 50만원 수준이지만, 금리가 연 6%로 오르면 월 납입 이자는 100만원으로 2배 늘어나게 된다. 만약 금리가 7% 이상으로 오르면 월 납입 이자는 117만원 이상으로 불어난다.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진 것은 기준금리와 시장금리의 잇따른 상승으로 주담대·전세대출 준거금리인 코픽스와 금융채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전월 대비 0.58%p 오른 3.98%로, 2010년 공시 이래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코픽스는 지난해 8월만 해도 1.02%였으나 이후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불과 1년여새 2.96%p 상승했다.

전세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급기야 전세 비용이 월세를 넘어서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서 전국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지난 9월 기준 4.8%로 시중은행 전세대출 금리 평균보다 낮게 형성돼 있다. 은행 전세대출 이자가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것보다 더 비싸다는 의미다.

전월세전환율이란 전세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비율이다. 전세금 중 월세로 돌릴 액수에 해당 비율을 곱한 뒤 12개월로 나누면 월 임대료가 나온다.

예를 들어 보증금 3억원짜리 전세를 구하면서 2억원을 대출받으면 매달 은행에 갚아야 하는 이자비용은 연 6% 금리 적용 시 최대 100만원(연간 약 1200만원)인데, 2억원을 월세로 돌리면 집주인에게 월 80만원(연간 960만원)만 내면 된다.

전세대출 부담이 커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나는 세입자도 늘어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서 지난 9월 전국 전월세 거래량 205206건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1.8%로,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월세 거래량이 전세를 앞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세대출의 경우 정부의 취약차주 지원정책이나 금리부담 경감방안 등에도 포함되지 않아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변동금리 주담대를 저리의 장기·고정금리로 바꿔주는 '안심전환대출'을 시행하고 있으나 전세대출은 지원하지 않는다. 대출금리 인상 폭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금리상한형 대출'도 주담대만 대상으로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볼 때 전세대출을 포함한 고금리 기조는 당분간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세입자들은 이자 재산정 주기 등을 미리 점검하고, 당국도 대출 부실이 번지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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