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에 찍힌 주홍글씨"…이태원참사 도넘은 2차 가해

온라인에 참사 영상, 2차 가해 게시물 여전히…전국민 심리 영향

전문가 "2차 가해자들, 익명 숨어 영웅심리…제도보완·언론 역할 중요"

 

"평생을 열심히 달려온 아이였어요. 마지막 모습이 너무 아파 보여 아직도 가슴이 찢어질 듯 슬픕니다."

27살 꽃다운 나이였던 딸의 마지막 모습을 본 A씨가 울음을 쏟아내며 한 말이다. A씨는 영안실에서 죽은 딸과 마주했던 그 순간에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갇혀있다. 

A씨에게 가장 힘든 것은 따로 있다. 죽음의 희화화. 희생자와 생존자에게 각인된 '놀러가 죽었다'는 주홍글씨다. 평생을 성실히 달려온 딸아이에게 비치는 단 한순간이 딸의 평생을 부정당하는 느낌이었다.

◇도 넘은 2차 가해…공익성 목적을 둔 영웅심리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29일 이후 참사를 보도한 뉴스에는 희생자와 생존자들을 비난하는 댓글로 도배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참사 당시 급박했던 영상과 사진이 급속도로 퍼졌으며, 2차 가해를 유발하는 수많은 게시글들도 올라왔다.

5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위반 혐의로 피의자 4명을 검찰로 송치했다. 인천경찰청 역시 같은 혐의로 30대 남성 B씨를 송치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후 디시인사이드와 일간베스트 등에 '이태원 참사는 자신 탓', '피해자를 왜 위로하나' 등 도넘은 게시물을 올려 희생자들을 모욕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방심위와 인터넷 사업자 등에게 희생자 모욕 글을 포함한 495건의 삭제 및 차단 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온라인 상에 퍼져버린 영상과 2차 가해 게시물은 여전히 남아 있어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족과 생존자들에게 상처가 되고 있다.

한 유족 B씨는 "희생자들이 왜 그곳에 갔는지가 아니라 왜 돌아오지 못했는지를 물어야 한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책임자들, 그 책임을 희생자에게 돌리는 시각에 참담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터가 그곳인 사람들도 있다"며 "'평범한 사람'이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을 방문했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이다. 범죄자가 아니다"고 답했다.

직장인 김모씨(28)는 "정부와 지자체·유관기관 모두가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핼러윈을 맞아 놀러간 철부지들이 아니라 (희생자들의 죽음은) 근본적인 재난사고 방지 대책이 없었던 시스템 탓이다"고 지적했다.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 센터장은 "그냥 평범한 이웃들의 얘기일 뿐이다"며 "주위의 사람들에게 공감하듯이 '놀러갔다는 비난'이 아닌 위로와 공감이 우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2차 가해를 하는 심리에 대해서 익명의 공간에 숨어 공익성을 목적으로 둔 영웅심리에 불과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가기관이 섣불리 하지 못하는 것을 본인들이 한다라는 심리가 깔려 있다"라며 "공익성을 목적을 둔 선한 취지, 일상의 정의구현을 위해 행동한다고 스스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의료진과 구급대원들이 압사 사고 사망자들을 이송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핼로윈 데이를 맞아 이태원에 인파가 몰리명서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2022.10.30/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2차 가해로 나눠진 국민정서…해결책은 없나?

영웅심리에 취한 손 쉬운 가해자적 시선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민정서에도 영향을 끼친다며 법 개정을 통한 추가 제재와 함께 근본적이고 자정적인 해결책을 주문했다.

서혜진 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차 가해 대상자들에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라는 조언은 의미가 없다"며 "우리 모두가 사회 자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안책을 찾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민영 법무법인 호암 변호사는 “국가 형벌권과 사법권에 대한 불신이 원인이 될 수 있는데 사법 시스템과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를 부여할 수 있는 다른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재난보도시 언론의 영향이 지대하다며 언론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대중들은 재난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당사자들의 고통을 공감하기 때문이다.

또 재난 발생시 여러 주체의 이해 충돌과 갈등이 있을 수 있으며 이것이 전체 의견이 아니기에 보도로 인한 재난 당사자의 고통과 사회적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 센터장은 "특정지역, 재난당사자, 공동체에 대한 낙인을 찍거나 감정을 부치기는 보도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재난을 보상·배상, 정치·이념 이슈 등 책임 유무와 연관지어 재난 당사자가 비난 받거나 사회적 분열을 초래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 당사자와 재난업무 종사자, 지역공동체의 복구 및 회복의 보도는 사회 통합과 공동체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직·간접적으로 재난을 경험한 뒤 불안, 우울 등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는 경우, 아래의 번호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국가트라우마센터 02-2204-0001(평일 주간)·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 1577-0199(24시간)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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