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5G 논란' 파란만장 28㎓ 주파수…결국 초유의 '할당 취소'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로 기대 모았지만, 주파수 할당 취소 초유 사태

과기정통부 "정책 실패가 아닌 통신사들의 투자비 아끼기"

 

"주파수 할당이 취소되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당국자로서 3년여 시간을 이동통신 3사와 28GHz 활성화를 위해 머리 맞대고 같이 노력했던 점에서 매우 유감스럽다."

'계륵' 취급을 받으며 공전을 거듭하던 28㎓ 주파수 문제가 할당 취소라는 결말을 맞았다. 정부는 KT와 LG유플러스에 해당 주파수 할당 취소 통보를 내렸다. 조건으로 내건 장비 구축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SK텔레콤은 턱걸이 점수로 취소를 면했지만, 주파수 이용 기간이 6개월 단축됐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주파수 할당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에 유감을 표명했다.

과기정통부는 18일 과기정통부는 2018년 5G 주파수 할당 시 부과한 할당 조건에 대한 이행점검 결과 이 같은 처분을 통지했다고 밝혔다. 당시 정부는 28㎓ 대역을 1만5000개 장치 구축을 조건으로 부과했지만, 통신사들이 구축한 장치가 10%대에 불과하다.

◇시작은 달콤하게…2000억 쏟은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

28㎓ 대역 주파수는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로 알려지면서 '진짜 5G'로 불리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더딘 장비 구축과 마땅한 활용법을 찾지 못하면서 28㎓는 5G 품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지난해 12월 말 기준 12% 수준에 불과한 의무 구축 이행률이 문제가 됐다.

시작은 장밋빛이었다. 기존에 사용하지 않던 초고주파 대역을 활용해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끌 것으로 주목받았다. 3G에서 LTE로 넘어갈 때처럼 가상현실·증강현실(VR·AR) 등 이전에 없던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에 통신사들은 28㎓ 주파수에 각각 2000억원을 들여 5년간 할당받았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전파적 특성으로 채산성, 활용도가 떨어져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한 채 국회 국정감사 단골 주제로 떠올랐다.


현재 국내에서는 중대역(Mid-Band)으로 분류되는 3.5㎓ 주파수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6㎓ 이하 주파수를 사용하는 5G 네트워크는 LTE보다는 속도가 빠르지만, 28㎓ 초고주파를 이용한 5G보다는 느리다. 그러나 28㎓ 대역은 장애물을 피해서 가는 회절성이 약해 더 많은 기지국을 세워야 해 비용 부담이 높다.

그러나 5G망 상용화 당시 통신 업계는 28㎓ 주파수 대역의 이론상 최대 속도를 앞세워 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내세웠다가 과장 마케팅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진짜 5G' 논란이 불거졌다. 올해 10월 국회 국감에서도 4년째 5G 28㎓ 기지국 구축 미흡 등의 문제에 대한 질타가 쏟아져 나왔다.

지난달 4일 과기정통부 국정감사 현장에서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 대역 주파수가 전혀 사용되지 않고 있다"며 "(핫스팟도) 지금 하나도 안 하고 있다. 단말기도 없다. 내년도면 (이용기간이) 다 끝나는데 그 이전에 상용화될 가능성이 있냐"고 지적한 바 있다.

◇의무 구축 이행률 10%대, 지하철 와이파이도 못 살린 28

이날 최우혁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통신 3사가 설치한 28㎓ 장비 실적에 대해 "작년 연말 기준 장치 수로 5000대(3배수 인정), 물리적인 대수로는 2007대"라고 밝혔다.

통신 3사가 구축해야 할 28㎓ 대역 장치는 각사 1만5000대씩 총 4만5000대임에도 실제 구축된 건 5000대 수준에 불과한 셈이다. SK텔레콤의 이행 실적은 10.7%, KT는 10.6%, LG유플러스는 12.5%로 통신 3사 모두 간신히 의무 구축 수량을 넘겼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3월 28㎓ 활성화 전담반을 발족, 통신 3사와 함께 지하철 와이파이를 중심으로 한 실증 사업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통신 3사는 지난해 지하철 2호선 성수 지선에 5G 28㎓를 활용한 지하철 와이파이 성능 개선 실증을 마치고, 이를 서울 지하철 본선 2호선, 5~8호선으로 확대·구축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과기정통부는 통신 3사가 공동 구축 중인 지하철 기지국 1500개를 28㎓ 의무 구축 수량으로 인정하기로 하고, 망 의무 구축 수량의 10%를 넘지 못할 경우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기로 하는 등 완화된 평가 기준을 제시하며 5G 28㎓ 활성화를 독려했지만, 실제 통신사들의 설비 투자는 뒷받침되지 않았다.

결국 이번 주파수 할당 취소는 통신사 봐주기 논란으로 비판받던 과기정통부가 칼을 빼든 모습이다.

통신사들은 정부로 할당받은 28㎓ 주파수를 회계상 손상 처리하고 있다. 각각 2000억원을 들인 주파수를 3년 넘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이를 결국 회계에 반영하는 모습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재무제표에 28㎓ 주파수 이용권을 1860억원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같은 기간 LG유플러스는 272900만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 2020년 28㎓ 주파수 이용권 관련 손상차손 인식액은 19417600만원이다.

이번 사태를 놓고 정책의 실패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 통신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 뒤집는 꼴로 통신사는 들어간 돈이 많다"며 "전국적으론 안 깔았지만 4년여 동안 장비 및 사업 모델 개발이 헛수고가 됐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날 발표에 나선 박윤규 차관은 "28㎓ 대역 주파수는 할당 당시부터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기술로서 할당 당시부터 정부가 정책적으로 많은 고려를 했다"며 "미국·일본 등 활용되는 사례가 있고, 앞으로 준비 중이고 하겠다고 하는 국가가 33개 국가나 되기 때문에 (28㎓ 대역에 대해) 사용할 수 없다 든지 하는 부분은 인정하기 어렵다. 앞으로도 6G나 이동통신이 발전하는 데 있어서 28㎓ 대역 주파수의 이용 경험이나 기술적 완성도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도 "이미 미국 같은 경우에는 3만5000국 정도를 했고 연말까지 4만 국 넘게 구축한다고 돼 있고, 일본도 2만2000국 정도로 이미 구축을 했기 때문에 사실 이것은 정책적 문제라기보다는 사업자들이 투자비를 아끼고자 하는 노력들이 크게 작용한 케이스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12월 중 청문 절차를 거쳐 사업자들에 대한 최종 처분 시 취소된 2개 대역에 대한 신규 사업자 진입 촉진 방안과 함께 1개 잔여 대역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규 사업자를 끌어들여 28㎓ 활성화 정책을 끝까지 가져가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기존 기간통신사업자들도 실패한 28㎓ 생태계 활성화를 신규 사업자가 해낼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차관은 "(신규 사업자 진입은) 쉽지는 않아 보이지만 지금 5G 통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태에서 가능한 사업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는 정책적인 노력을 다해서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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