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금리 5% 돌파에 생보사도 금리경쟁 가세…유동성 우려 확산

업계 연 6% 근접한 저축성보험 잇단 출시

자본시장 경색 분위기속 급격한 고객이탈 우려되자 '고육책'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를 넘어서자 생명보험사들도 저축성보험(저축보험, 연금보험) 금리를 연 6%선까지 올리고 있다. 자금조달 여건이 여의찮은 상황에서 저축성보험 이탈 조짐까지 커지자 유동성 관리를 위해 금리 경쟁에 가세하는 양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오는 25일 연 5.9% 고정금리를 적용한 저축성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8월말 연 4.0% 금리로 출시한 상품의 리뉴얼 버전으로, 3개월도 채 되지 않아 금리를 1.9%포인트(p) 인상해 재판매하는 셈이다.

교보생명도 지난 15일 금리가 연 5.8%인 '무배당 교보베스트저축보험Ⅲ' 상품을 출시해 판매 중이다. 40세 남자가 5년 만기로 3000만원 일시납부할 시 만기 시 총적립액은 3929만원(세전)이다. 여기에는 3·5년차 장기유지 보너스 약 71만원이 포함돼 있다.

한화생명과 IBK연금보험은 각각 연 5.7%, 연 5.0% 저축성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생명도 오는 23일 연 4.8%(이율변경 가능)의 연금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2012년 시행된 보험차익 비과세 세제변경 직전에 가입한 저축성보험 가입자들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현재 시장에 맞는 상품 경쟁력을 갖추려는 것"이라며 "시중은행들까지 연 5%대 금리를 제공하면서 만기고객 재유치·흡수를 위해서는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생보사들이 저축성보험 재유치에 관심이 높아진 것은 최근 이들 업권에 드리운 자금조달 경색 분위기 탓이다. 당초 생보사들은 내년부터 도입될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에 따라 올해 하반기부터 최대한 버티는 전략을 택해왔다. 규제 기준이 달라지는 만큼 현재 기준을 타이트하게 지키고, 필요시에만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지난달 9월 강원도 레고랜드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디폴트 사태와 이달 초 흥국생명의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 행사 관련 사태로 자금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현재는 높은 금리를 내겠다고 해도 자금을 빌려주는 사람이 없는,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생보사들은 보유 채권을 팔면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데, 이달 13일까지 전달 순매도액(2조2319억원)의 약 70%인 1조5250억원가량을 장외시장에 내다 팔았다.

이 상황에서 저축성보험까지 급격한 이탈 조짐을 보이자 유동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이달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전망이다. 이 경우 은행 예금 금리도 따라 오르게 돼 저축성보험 이탈률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업권 내의 중론이다. 지난 1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주력 정기예금 상품 금리는 기준 4.90%~5.01%로, 이보다 예금 금리가 더 오른다는 뜻이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은행으로의 자금 쏠림현상을 예의주시하는 상태다. 지난 14일 은행들을 불러모아 보험사를 비롯한 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예금금리 인상과 같은 수신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한 상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간 중소형 생보사가 고금리 저축성보험 상품을 선제적으로 출시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형사들도 각자 자본 이슈에 따라 판매에 나서는 양상"이라며 "급격한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내년 초까지 연 6%가 넘는 저축성보험이 등장할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기사제공=뉴스1(시애틀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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