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의성 "'5·18' 알게 된 충격이 내 인생 통째로 좌우했다"

제44주기 '5·18' 기념일 앞두고 광주 찾아

"1980년 광주 다루는 영화 더 다양해져야"


1979년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에서 국방부 장관 역을 맡아 명연기를 보여준 배우 김의성 씨가 제44주기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이틀 앞둔 16일 광주를 찾았다.


김 씨는 이날 오전 광주 동구 5·18 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5·18 민주화운동을 알게 된 후 충격이 내 인생을 통째로 좌우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1984년에 대학을 갔는데 학교에서 (5·18 당시) 광주 사진 같은 것을 몰래 전시해 둬 (실상을) 알게 됐다. 그때 충격이 내 20대를 어떤 식으로 살 것인가를 결정하게 했고, 지금까지도 거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광주 인근의 전남 순천에서 영화를 촬영 중인 김 씨는 5·18 기록관의 요청으로 이날 '나-들의 오월, 기록을 만나다' 학술대회에도 참석했다.


그는 "배우로서 5·18 기록관 학술대회에 참석한 게 내가 최초라던데, 참 많이 부끄럽다"며 "몇 년 전 5·18 관련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인연으로 기록관 학술대회 담당자와 인연이 닿아 참석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영화 '서울의 봄' 출연과 관련해선 "(국방부 장관) 역할로 송구함을 크게 느꼈다"며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역할을 맡았던 황정민 배우랑 앉아 '야, 너 가발 잘했다' 같은 얘길 나누곤 했는데, 촬영 당시엔 인간 전두환에 대한 감정 같은 건 느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다만 영화를 볼 때 오히려 마지막 장면에 (극 중 '전두광' 등 군사 반란 주동자들이) 다 같이 막 건배하고 기념사진 찍고 그자들이 어떻게 됐는가가 직접적으로 나오니 관객의 한 사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되게. 크게 분노했다"고 전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운명을 바꾼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다. 반란 주동자인 전두광(실존 인물 전두환) 역으로 배우 황정민, 사단장 노태건(실존 인물 노태우) 역으로 배우 박해준 등이 출연했다. 작년에 개봉한 이 작품은 총 1312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김 씨는 영화인으로서 '택시 운전사' '화려한 휴가'처럼 5·18 민주화운동을 다루는 영화가 다양해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택시 운전사' 같은 영화들이 광주를 다루긴 했지만, 큰 덩어리에서 어느 한 지점을 잘라 부분을 보여주는 영화였다"며 "최근 '1980' 이란 영화도 비슷했지만, 언젠간 1980년 광주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담는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내가 젊었더라면 (5·18 당시) '시민군' 역할 같은 것도 해볼 수 있겠지만, 결국 이젠 아버지·할아버지 역할을 할 나이가 돼버렸다"며 "그래도 그때 수많은 시민 중 한 사람의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영광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씨는 1980~90년대 연극 배우 출신 영화배우 '1세대'다. 그는 1987년부터 극단 천지연과 한강, 한양 레파토리, 연우무대, 학전 등에서 활동했다. 이후 그는 2016년 7월 개봉한 영화 '부산행'의 조연으로 좀비 앞에서 현실적인 악인 '용석' 역을 맡아 관객들의 눈도장을 찍었고, 영화 '강철비' '1987' '극한 직업' '서울의봄' 등에서 활약했다.


그는 앞서 5·18민주화운동 40주년과 전두환 사망일엔 SNS에 관련 소회를 남기는 등 사회적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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